애플러

애플러 ⓒ 키움히어로즈 홈페이지


단 97구면 충분했다. 5월의 마지막 금요일, 타일러 애플러(키움 히어로즈)가 KBO리그 데뷔 첫 완봉승의 기쁨을 맛봤다.

키움은 27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정규시즌 3차전서 8-0으로 완승했다. 선발 투수로 나선 애플러는 9회말까지 끝까지 마운드를 지키면서 구원 투수들이 꿀맛 같은 휴식을 취했다.

6회까지만 해도 한 점을 뽑는 데 그쳤던 타선도 7회 이후에만 무려 7점을 보태면서 애플러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반면 수도권 6연전을 마치고 홈으로 돌아온 롯데는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패배했다.

위기가 없었던, 애플러의 완벽한 하루

현재 롯데 타선이 완전체가 아니기는 하다. 정훈, 전준우, 한동희까지 주전급 선수들이 부상으로 인해 세 명이나 빠진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산 베어스, SSG 랜더스를 만났을 때보다 타자들의 페이스가 더 떨어졌다.

반대로 애플러 입장에서는 초반부터 원하는 대로 경기를 풀어갔다. 1회말과 2회말 삼자범퇴로 이닝을 매듭지은 애플러는 3회말 선두타자 안중열에게 첫 안타를 허용했지만, 김민수의 삼진 이후 배성근에게 병살타를 유도해 효과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4회말에도 1사 이후 안치홍에게 안타를 맞고 나서 이대호와 피터스를 차례로 뜬공으로 돌려세워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고, 5회말에는 공 9개로 이닝을 마쳤다. 5이닝 동안 애플러의 투구수는 56개에 불과했다.

경기 중반이 지나도 애플러의 상승세는 계속됐다. 특히 7회말 선두타자 안치홍의 2루타로 위기가 찾아왔지만, 이대호-피터스-조세진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을 뜬공 2개와 땅볼로 처리한 장면이 결정적이었다.

매 이닝 공격적인 투구를 펼친 애플러는 8회말을 공 8개로 마무리하더니 9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라와 출루 허용 한 번 없이 그대로 경기를 끝냈다. 이날 애플러의 최종 성적은 9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 말이 필요 없는 최고의 경기였다.

많은 주목 받진 못했지만.. 존재감 드러내는 애플러

지난해 12월 키움이 애플러를 영입할 당시만 해도 현실적인 기대치는 매우 낮았다. 외국인 선수 계약 상한선(100만 달러)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총액 40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고, 경력이 화려한 투수도 아니었다.

그랬던 애플러가 정규시즌이 개막한 지 한 달이 훌쩍 넘은 현시점에서 가장 흐름이 좋은 외국인 투수 중 한 명으로 손꼽히고 있다. 어떻게 KBO리그에 연착륙할 수 있었을까. 영입 발표 당시 키움 고형욱 단장은 애플러에 대해 "장신에서 나오는 투구각이 우수하고, 다양한 변화구가 장점인 선수"라고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패스트볼 비율이 높지 않은 편이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애플러의 포심패스트볼 및 투심패스트볼 비율은 각각 18.5%, 23.9%다. 슬라이더(22.9%)나 체인지업(19.7%), 커브(14%)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27일 롯데전에서도 패스트볼보다 변화구 계열 구종 구사가 좀 더 많았다.

패스트볼 평균 시속이 140km대 중반으로 공이 빠르지도 않다. 결국 다양한 구종, 타자에 따른 적절한 볼배합으로 국내 타자들을 요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더구나 1군 경험이 많지 않은 고승민, 조세진 등 젊은 타자들은 단 한 타석도 애플러를 공략하지 못했으며 매섭게 방망이를 휘두르던 이대호, 피터스마저 침묵으로 일관했다.

올 시즌 10경기 중에서 6이닝 이상 던지지 못한 경기가 6차례나 됐던 애플러가 이날 경기를 포함해 최근 2경기에서는 8회 이후에도 등판해 이닝 소화 능력까지 문제가 없음을 증명했다. 갈수록 좋아지고 있는 애플러 덕분에 2위까지 뛰어오른 키움도 탄력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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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기록 출처 = 스탯티즈 홈페이지]
프로야구 키움히어로즈 애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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