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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경남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로 KNN에서 중계한 경남교육감 선거 후보 양자토론에서 김상권 경상남도교육감 후보(왼쪽)가 "아이들에게 동성애를 하면 안 된다고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4일 경남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로 KNN에서 중계한 경남교육감 선거 후보 양자토론에서 김상권 경상남도교육감 후보(왼쪽)가 "아이들에게 동성애를 하면 안 된다고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 KNN 유튜브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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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경남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로 KNN이 중계한 경상남도교육감 선거 후보 양자토론에서 '혐오 발언'이 나왔다. 김상권 경상남도교육감 후보가 "아이들에게 동성애를 하면 안 된다고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김상권 후보의 발언은 현직 교육감인 박종훈 경남교육감 후보가 자신의 임기 중 무산된 학생인권조례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박 후보는 "저는 학생인권조례를 존중과 배려와 책임을 가르치고 싶어서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려고 했다. 그런데 일부에서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육감이 학생들에게 동성애 가르치고 싶었겠나. 동성애를 하는 아이조차도 교육에 있어서는 차별을 받거나 배제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그에 대해 동성애를 조장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에 대해 공감하는가"라며 김 후보에게 질문했다.

그러자 김 후보는 "동성애를 하는 아이들까지도 '교육의 대상이 돼야 한다, 차별돼서는 안 된다', 바로 그 생각이 문제다"면서 "아이들이 동성애를 하면 안 된다고 가르쳐야 한다. 왜 동성애를 하는 아이들을 '차별 없이 가르친다, 대우한다'에 방점을 두나. (동성애는) 안 된다고 가르쳐야지"라고 답했다.

이에 박 후보가 "동성애를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동성애를 하는 아이조차도 교육에 있어서 배제시키거나 차별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반박하자 김 후보는 "그게 말장난 아닌가. 교육이라는 것은 아이들에게 정상적인 교육으로 정확한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그게 목적이지, 이미 (동성애가) 진행되고 있는 아이들까지도 차별 없이 (대우하자), 그것은 교육자로서 생각해서는 안 될 문제라 여긴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등이 이 발언을 보도했으나, 발언의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다룬 언론은 드물었다. 

교육감의 '성소수자 혐오'에 성소수자 청소년은 죽어나간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지난 2021년 9월, '내가 문제라고 생각했어요-성소수자 학생의 권리를 도외시하는 한국의 학교들'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지난 2021년 9월, "내가 문제라고 생각했어요-성소수자 학생의 권리를 도외시하는 한국의 학교들"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 휴먼라이츠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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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권 후보의 이같은 발언은 성소수자 청소년에 대한 혐오성 발언으로 문제적 소지가 다분하다고 본다. 이미 학교에는 성소수자 청소년이 존재하고, 그들은 여러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2021년 9월, '내가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 성소수자 학생의 권리를 도외시하는 한국의 학교들'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휴먼라이츠워치와 예일대학교 법과대학 앨러드 K. 로웬스타인 국제인권클리닉은 2019년 2월부터 2021년 5월까지 고등학교 재학생 및 최근 졸업생 26명과 교직원과 성소수자 활동가 등 41명을 대상으로 총 67회의 인터뷰를 실시했다. 그들이 인터뷰한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자신들이 당한 차별과 배제, 언어적 괴롭힘과 사이버폭력은 물론 물리적 폭력과 성폭력 경험을 토로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해당 보고서에서 한국 교육부에 다음과 같이 권고했다.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포용하는 괴롭힘 및 차별 금지 정책을 개발하고, 학생들에게 비밀을 보장받으면서 괴롭힘 사건을 신고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괴롭힘에 대한 효과적인 구제책과 처벌을 구체화하라"

하지만 이러한 권고가 무색하게 김상권 후보는 아예 성소수자 학생을 '정확한 사람'이 되지 못한 존재로 폄하하고, 동성애는 안 된다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드러냈다.

2013년 서울시 청소년 성문화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 성소수자의 47.4%가 괴롭힘 등으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2020년 권미영 김천대학교 간호학과 교수가 발표한 논문 '고등학생의 성적지향이 자살생각에 미치는 영향' 역시 고등학생의 성적 지향 유형에 따른 자살생각의 위험을 분석한 결과, 성소수자 청소년의 자살생각 위험이 이성애자 청소년보다 훨씬 높았다고 분석했다.

대통령까시 나서 챙기는 성소수자 청소년 차별 문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19년 6월, 미국 최대의 성소수자 단체인 인권 캠페인(Human Rights Campaign, HRC)이 주최한 만찬에서 성소수자 청소년의 안전에 관해 연설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19년 6월, 미국 최대의 성소수자 단체인 인권 캠페인(Human Rights Campaign, HRC)이 주최한 만찬에서 성소수자 청소년의 안전에 관해 연설했다.
ⓒ HRC 유튜브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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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성소수자의 자살 문제는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016년 8월 발표한 '9~12학년 학생의 성 정체성, 성적 접촉의 성별, 건강 관련 행동'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성애자 학생의 자살시도율이 14.8%인 반면 성소수자 학생의 자살시도율은 42.8%로 3배 가까이 높았다.

그러나 정치권의 대응은 한국과 다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설립한 바이든 재단은 2018년 8월, 성소수자 청소년을 위한 '있는 그대로의 너(As you are)' 캠페인을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19년 6월, 미국 최대의 성소수자 단체인 인권 캠페인(Human Rights Campaign)이 주최한 만찬의 연설에서도 "아직도 많은 청소년들이 미국 전역에서 그들의 집에서 쫓겨나고, '전환 치료'라는 비열한 관행을 당하고 있다"며 "그래서 내가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안전을 위한 이해와 수용을 촉진하고자 '있는 그대로의 너'를 시작했다. 2017년 연구에 의하면 청소년 성소수자 47%가 자살을 생각했고 23%가 시도했다"고 짚었다.

그밖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학교의 심리학자, 상담사, 간호사 등을 두 배로 늘려 성소수자를 비롯한 청소년의 자살을 예방하겠다고 공약했고 지난 18일엔 백악관 최초로 '청소년 정신건강 행동포럼(Mental Health Youth Action Forum)'을 개최했다. 해당 포럼에는 청소년 성소수자의 자살을 막기 위해 1998년 창설된 비영리단체인 트레버 프로젝트가 주요 파트너로 참여했다.

미국에선 대통령이 직접 관심을 가지고 얘기를 할 정도로 청소년 성소수자의 자살 문제를 중요하게 다룬다. 성소수자를 향한 사회의 차별과 배제, 편견이 자라나는 청소년에게는 목숨을 달리할 정도로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미국뿐만 아니다. 2019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성소수자 청소년을 향한 괴롭힘에 대응하고, 성소수자 청소년을 포용하는 포괄적인 성교육을 제공하고, 차별금지법 제정과 차별에 대한 인식개선 캠페인을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한국은 어떠한가. TV토론 현장에서 교육감 후보들이 "교육감이 학생들에게 동성애 가르치고 싶었겠나"(박종훈) "아이들에게 동성애를 하면 안 된다고 가르쳐야 한다"(김상권) 같은 말을 공공연히 했다. 특히 김상권 후보의 인식은 성소수자 청소년을 '비정상'으로 규정했다. 차별과 폭력에 신음하는 성소수자 청소년에겐 재앙과 같은 일 아닐까.

태그:#김상권, #박종훈, #교육감선거, #성소수자,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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