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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닥친 코로나19로 전국의 어린이들은 3년여간 대면 수업과 비대면 수업을 오가며 힘든 학교생활을 이어왔다. 별다른 대책 없이 코로나19 이전과 마찬가지로 학습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이에 비대면 온라인 학습은 이제 학교 현장의 보편적인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온라인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은 여전히 많았다.

최근에는 본인이나 동거인 확진 등에 따른 격리로 짧게는 1주, 길게는 2~3주 이후에 등교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별다른 배려 없이 계속 출석한 일반 학생들과 같은 수업을 바로 듣게 되면서 이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그동안 이 같은 상황에도 교육부는 교육과정의 양이나 난이도 조절에 대한 언급 없이 방역과 안전지도를 위한 지침만 내릴 뿐이어서 모든 책임이 개인과 가정 및 교사의 몫으로 전가되어 왔다.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은 코로나19 확진이 된 전국 초등학생 4~6학년 102명을 대상으로 2022년 4월 27일~5월 15일에 걸쳐 설문을 실시하였다.

초등학생들은 코로나19 확진으로 학교에 나오지 못했을 때 걱정되는 점으로 학교공부(수업) 60.8%, 친구관계 28.6%, 후유증26.5%, 새학년·새 학급 적응19.4%을 꼽았다. (중복선택 허용) 3, 4월의 학기초이므로 새학년 학습부담과 더불어 친구관계와 새학년 적응에 대한 부담감과 후유증에 대한 부담감이 큰 것으로 나왔다.
 
코로나19 확진된 초등학교 4~6학년 학생들의 응답 결과
▲ <설문1 코로나로 등교 못할 때 걱정되는 것> 코로나19 확진된 초등학교 4~6학년 학생들의 응답 결과
ⓒ 홍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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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실제 코로나19 격리 해제 후 학교에 다시 나왔을 때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에서도 '학교 공부' 51.5%, '바로 평가를 실시하는것에 따른 부담감' 16. 5%가 나왔다. 이 둘을 합하면 학습관련은 68%이며 새학년·새 학급 적응 23.7%, 친구관계 20.6%, 후유증 18.6% 순으로 나왔다.

 
코로나 확진 해제 후 등교해서 학교에서 4~6학년 학생이 겪는 어려움에 대한 학생들의 응답 결과
▲ <설문2 확진 해제 후 학교에서 겪는 어려움> 코로나 확진 해제 후 등교해서 학교에서 4~6학년 학생이 겪는 어려움에 대한 학생들의 응답 결과
ⓒ 홍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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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진 된 학생들은 32%를 제외하면 68%가 잔기침, 기운없음, 두통 등 다양한 후유증을 경험하였다.
 
초등학교 4~6학년 학생들이 겪은 코로나 후유증
▲ <설문3 코로나 후유증> 초등학교 4~6학년 학생들이 겪은 코로나 후유증
ⓒ 홍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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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이 오면 학생들은 앞으로 어떻게 하기를 바라는지를 묻는 질문엔 '천천히 공부할 수 있도록 학습내용을 줄이자'는 제안에 39.6%가 공감을 표했고, '학습 내용을 쉽게 만들어서 제공하자'에 38.6%가 동의하는 등 학습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기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확진 후 학교 생활을 잘 하기 위해 학습을 어떻게 지원 받기를 바라는지 초등학교 4~6학년 학생들이 생각하는 것
▲ <설문4 코로나와 같은 상황에서 학생들은 학습을 어떻게 하기를 바라는가> 코로나 확진 후 학교 생활을 잘 하기 위해 학습을 어떻게 지원 받기를 바라는지 초등학교 4~6학년 학생들이 생각하는 것
ⓒ 홍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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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설문을 통해 알 수 있었던 것을 종합해 보면, 학생들은 코로나로 인해 학습(수업, 평가 등) 관련하여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다음으로는 관계나 적응의 문제를 어려워했다. 그리고 의외로 신체적 후유증도 많다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확진으로 결석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은데도 교육부는 교육과정의 학습량을 전혀 조절하지 않았다. 이는 폭우나 폭설이 내리는데 달리는 자동차를 그대로 내버려두고 사고가 나지 않도록 눈, 비를 빨리 치우라고 하는 상황과 다름없다. 심지어 도로에 이미 사고 난 차량에 제대로 수리할 시간을 주지 않고 그냥 타이어만 교체하고 운행하라는 꼴이다. 사고난 차량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무엇을 배울까에 집중하는 교육과정으로는 팬데믹 시대를 넘을 수 없다

2022년은 교육과정을 개정하는 해이다. 2021년 11월 24일에 발표한 총론 주요사항에 따르면 2015교육과정의 수업시수, 내용과 분량이 전혀 축소되지 않은 상태이다. 여전히 주 6일제에 맞춰진 시수와 학습량은 앞으로 또 다시 닥칠 수도 있는 팬데믹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우리가 경험한 시행착오를 반영하여 2022개정교육과정에서는 학습량을 적정화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학생들이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인 어려움에 직면한다는 것이 설문을 통해서 확인된 만큼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팬데믹 상황에서 긴급예산 지원과 방역물품 지원을 넘어 학생의 온전한 성장과 발달을 도모하기 위한 교육과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성취기준과 디지털, AI, 민주시민, 선택활동 등의 문제를 넘어 감염병 시대에 맞는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감염병 시대에 학생들의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인 어려움을 지원해 줄 수 있는 교육 시스템 마련을 담은 '지원중심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지원중심 교육과정이란 일부 어려운 지역에 예산을 지원해 각종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현재 각기 다른 학생들의 출발선을 하나로 맞추기 위한 지원 시스템과 여유있는 교육과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일상적인 교육과정 운영 속에서 누구나 학교에서 도움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것을 포괄적으로 담아낸 '지원중심 교육과정'이 절실히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교육희망(전교조)에도 게재되었습니다.


태그:#코로나19, #초등교육과정, #확진, #2022개정교육과정, #적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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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사로 지낸지 29년이 되어갑니다.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에서 활동하면서 학교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혁신학교에서 이룬 성과를 공유하면서 많은 학교가 학교혁신으로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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