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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이 넘으신 필자 할머니께선 지금도 "너와 함께 살면서 돌보지 못하는 것이 미안하다"라고 말씀하시곤 한다. 할머니는 중증장애인인 내가 고향도 아닌 타향에서 자립생활을 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면서도, 자신이 끝까지 돌봐주지 못하는 것이 미안하다며 이렇게 말씀하신다. 

과거 필자는 할머니께 "만약 지금까지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면, 십중팔구 동반자살했을 것"이라고 말씀드린 적이 한 번 있다. 그때 할머니께서는 고개를 저으면서 "한 달 사이에 너희 할아버지와 엄마가 돌아가고 30년 전에 1000만 원 빚을 갚으면서도 너와 동생 두 명도 돌보며 살았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좋아져 널 돌보는 것이 아무리 힘들어도 동반자살이라는 끔찍한 선택은 안 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에 필자는 "그때는 할머니께서 밭일과 해녀일 그리고 시장에 가서 장사하는 동안 필자와 두 동생을 돌봐줄 노할머니도 계셨고, 공휴일이면 막내고모도 우리 3남매를 돌봐줘서 할머니께서 빚 갚은 일에 전념 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할머니께선 빚만 다 갚으면 모든 일이 잘 될 것 같은 희망으로 살 수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씀드렸다.

그 때 만약 노 할머니와 막내고모가 할머니가 우리 3남매를 돌보는 걸 도와주지 않았다면, 할머니께서도 빚과 돌봄의 스트레스 때문에 힘들었을 것이라 했다. 또한 지금까지 필자가 고향집에서 할머니의 살았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라 했다. 그건 할머니와 필자의 단 둘이 살아서 할머니가 지칠 때 대신 해 줄 다른 가족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씀 드렸다.

할머니께선 필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공감했다. 필자가 할머니에게 이런 말씀을 드렸던 이유는 동반자살을 시도하거나 한 장애인 가족 중엔 보호자와 장애인 단 둘만 살고 있던 경우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보호자는 아침부터 밤까지 장애인을 돌봐야 한다. 심지어는 잠자리에서도 장애인을 돌봐줘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장애인과 단 둘만 살고 있는 보호자는 견딜 수 없는 돌봄 스트레스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일부 장애인 가족들이 동반자살을 선택하는 이유는 또 있다. 경제활동을 할 수 없어 절대빈곤에 빠지기 때문이다.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인연금제도가 있어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지원은 아주 제한적이다. 

장애인 보호자가 안심하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중양정부와 지방정부에서 장애인 돌봄과 관련된 세심한 대책을 마련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장애인과 보호자만 살고 있는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책도 마련해야 한다.

아프리카 속담에,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이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주 힘드니 마을 사람들이 도와주어야 된다는 뜻이다.

이처럼 장애인들을 돌보는 것을 국가나 지방 전체가 도와줘야 한다. 서울 A아파트에서 발달장애인 아들과 투신자살을 한 어머니 사건, 집에 불을 질러 3명의 지체장애인 매부들과 함께 자살한 전북 김제 남성 사건 등의 소식을 언론에서 접하지 않으려면,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태그:#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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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6월 20생 우석대 특수교육과 졸업 서울디지털사이버대 사회복지과 졸업 장애인활동가. 시인. 시집: 시간상실 및 다수 공저. 에이블뉴스에 글을 기고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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