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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인구는 추산 10%. 이동권, 탈시설, 장애 인권 등 우리 사회에 해결해야 할 장애 이슈가 산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의제를 다룰 장애 정치인은 수는 턱없이 모자란다. 이렇듯 장애 정치인의 수가 적은 것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공천과정에서부터 유세, 의정활동과 재선까지 제도권 정치의 전 과정에 걸쳐서 장애 정치인에게는 장벽이 있다. 그 장애물들을 선거 과정 순으로 살펴보고, 그 장벽을 허물 수 있는 방안을 세 차례에 걸쳐 제시하려 한다.[기자말]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3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지하철타기 출근 선전전에 동참해 “정치권이 해결하지 못한 일 때문에 시민들이 불편을 겪게 해서 죄송하다"며 무릎을 꿇고 사과하고 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3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지하철타기 출근 선전전에 동참해 “정치권이 해결하지 못한 일 때문에 시민들이 불편을 겪게 해서 죄송하다"며 무릎을 꿇고 사과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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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8일,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장애인 이동권 시위대와 시민들 앞에 무릎을 꿇었다. 여러 차례 이어진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 공감하지 못한 점, 그리고 국민의힘 대표가 해당 시위를 공개 비판하며 한 말들에 대한 사과였다. 김예지 의원의 행보는 '장애 당사자 정치인의 필요성'을 보여줬다.

263만 3026명, 2020년 말 기준 대한민국 전체 인구 대비의 5.1%가 등록 장애인이다. 각 장애인 단체에서는 미등록 장애인을 포함해 장애 인구를 10%까지 추산한다. 10%의 국민을 대변한 것은 오직 장애인 정치인뿐이었다.

제17대 국회에서 정화원 의원과 장향숙 의원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장애인을 배려해야 할 약자가 아닌 동등한 인권을 가진 시민으로 정의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제18대 국회 박은수 의원은 장애등급 심사의 정밀 심사를 의뢰할 수 있게 하는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가결시켰다. 제19대 국회 최동익 의원은 점자기본법 제정을 통해 시각장애인의 문자 향유권의 기틀을 닦았다.

장애 당사자 정치는 일부 지역의회도 바꿨다. 휠체어를 타는 의원의 눈높이에 맞게 제주도의회 본회의장의 단상은 낮아졌고, 부산시의회의 각 건물 출입구에는 자동문이 설치됐다. 대전시의회 회의장의 구어(口語)는 실시간으로 문자 통역되거나, 공보실에는 수어 전문 통역 공무원이 배치된다.

의회를 넘어서 지역사회에도 변화는 이어진다. 우승호 대전광역시의원은 장애 학생 편의 지원 조례를 만들었다. 그간 교육 공무원 편의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기존 제도의 허점을 짚어낸 것이다. 최영아 부산광역시의원은 장애인 의사소통 권리증진에 관한 조례를 통해 장애인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지원하는 행정적 근거를 마련했다.

장애 당사자는 비장애인의 감각이 미치지 않는 빈틈을 느낀다. 이 빈틈은 경사로, 엘리베이터, 점역, 문자 통역 같은 인프라의 부족일 수도, 장애인을 동등한 시민으로 바라보지 않는 이들의 인식 문제일 수도 있다. 필자들이 만난 장애 당사자 정치인들은 이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틈새를 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투표용지에 이름 올리기조차 쉽지 않은 현실

장애 정치인들이 만들어가는 실질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장애 정치인에게 정치 참여의 문은 여전히 좁다. 국회에는 1.67%*, 광역·기초의회에는 1.1%**의 장애 의원만이 원내에 진입해 있을 뿐이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당은 장애인을 포함한 소수자에 관한 가산점 제도를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천 심사와 경선에서 중증장애인 후보에게 25%, 경증장애인 후보에게는 10%의 가산점을 주는 방안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역시 청년·여성·장애인에 경선 가산점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가산점 제도에 회의적인 입장도 있다. 공표된 내용이 모든 지역 공천관리위원회에 권고될 뿐이기 때문이다. 이는 당헌 및 당규에 해당 내용이 명시되어 있지 않은 탓도 있다.

이대성 나주시의원은 "중앙당의 당헌 또는 당규에 (장애인 후보의 우대 조치가) 따로 없기 때문에 지역위원회에서 임의로 후보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며 지난 지방선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시복 대구광역시의원 역시 국민의힘 당규 가산점 제도에 장애인만 빠져 있는 것을 지적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직 후보자 추천 규정 제26조는 '경선에 참여한 정치신인, 여성, 청년 등의 후보자는 본인이 얻은 득표수의 최대 100분의 20의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가산점 제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후보에게는 공천의 문턱이 여전히 높음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제20대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영웅 한국장애인식개선교육원 원장은 "비장애인이 10점을 받았고, 중증장애인이 7점을 받았다고 치자. 가산점 25%면 7점의 1/4로 3점이 안 된다. 아등바등 쫓아가서 7점을 받아도 10점을 못 이긴다"라며 출발선 자체가 다른 장애인 후보에게는 경선에서의 가산점이 큰 효용이 없음을 지적했다. 이보다는 확실하게 의석이 보장되는 할당제가 장애인의 제도권 정치 진입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거리유세에서 맞닥뜨린 '장벽'들

공천 이후, 선거 유세 과정도 난관이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종로구 보궐선거에 출마한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를 만나 유세 당시의 어려움을 들었다. 배복주 부대표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턱이 있는 건물이었다. 선거사무소로 낙점한 건물에는 경사로가 설치돼 있지 않아 간이경사로를 설치했다.

배복주 부대표는 선거 당시 거리, 상가를 도는 유세도 포기했다. "(휠체어의) 조이스틱을 운전하다가 사람을 만나면 멈추고 유세해야 한다. 비장애인 후보처럼 악수하며 지지자를 만나는 방식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더구나 구도심인 종로는 가게마다 턱이 있어 휠체어 진입이 어려웠다. 전형적인 유세방식인 거리선전, 상가선전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화물용 리프트가 설치된 배복주 후보의 유세차(배복주 부대표 SNS)
 화물용 리프트가 설치된 배복주 후보의 유세차(배복주 부대표 SNS)
ⓒ 배복주 부대표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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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선택한 것이 유세차였다. 그러나 유세차에도 장애인용 리프트를 설치해야 했다. 사람이 타는 리프트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10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었다. 결국 절반의 비용으로 설치할 수 있는, 대형 가구를 나를 때 사용하는 화물용 리프트를 설치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문제가 남아 있었다. 유세차에 설치한 리프트는 선거 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는 항목으로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21대 국회의원선거 당시 발간한 <선거비용 보전 안내서>에 따르면 유세차와 관련한 보전 항목이 자세히 명시돼 있다. 그러나 장애인용 리프트 관련한 내용은 쓰인 바가 없다. 종로구 선거관리위원회는 "(리프트 설치 비용 보전과 관련한) 선례가 없기 때문에 계속 심사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대성 나주시의원도 같은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대성 의원은 소아마비로 지체장애 1급이다. 그는 선거 유세 당시 비장애인들은 쉽게 하는 '폴더인사'를 하지 못해 거리 유세를 주저했던 경험을 말했다. 유세차를 탈 때도 난간을 잡고 연설을 할 수밖에 없어 위험했다.

지역구 5선인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선거운동을 할 때 얼른 일어나서 인사하지 못해 건방지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고 2014년 8월 <법률신문>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지체 장애를 가진 김미랑 강릉시의원은 "편의시설이 (잘) 돼 있는 곳만 유세를 하러 갈 수 없다. 유권자를 찾아다녀야 하는 입장이니 중증장애인들은 (유세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고 말했다. 이렇듯 지역사회와 밀접하게 관계를 맺을 수 없는 상황은, 장애 정치인으로 하여금 지역구 출마를 망설이게 만들기도 한다.

선거에서 가장 기본적인 유세 방법인 거리유세조차 장애인 후보에게는 녹록지 않다. 이동권 문제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작은 지역구일수록 지역사회 곳곳을 돌아다니며 얻는 인지도가 중요한데, 장애가 있는 후보의 경우 기동성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선거 과정에 이를 보조해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지만, 이 역시 비장애인의 시각으로 설계돼 있다.

현행 법체계에서 장애인 피선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한 장치는 후보자에게 활동보조인 1명을 둘 수 있게 하는 것(공직선거법 제62조 제4항) 외에는 없다. 최근 선거를 치른 배복주 부대표는 "수동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의 경우, 유세 과정에서 명함을 나눠주거나 이동을 돕는 활동보조인이 2명 필요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전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비용 보전 안내서’ 중 유세차 관련 부분. 상당히 자세하게 항목이 나열되어 있지만 장애인용 리프트 관련 내용은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비용 보전 안내서’ 중 유세차 관련 부분. 상당히 자세하게 항목이 나열되어 있지만 장애인용 리프트 관련 내용은 없다.
ⓒ 중앙선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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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비용 보전 안내서’ 중 유세차 관련 부분. 상당히 자세하게 항목이 나열되어 있지만 장애인용 리프트 관련 내용은 없다.
▲ 사진4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비용 보전 안내서’ 중 유세차 관련 부분. 상당히 자세하게 항목이 나열되어 있지만 장애인용 리프트 관련 내용은 없다.
ⓒ 중앙선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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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비용 보전 안내서’ 중 유세차 관련 부분. 상당히 자세하게 항목이 나열되어 있지만 장애인용 리프트 관련 내용은 없다.
▲ 사진5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비용 보전 안내서’ 중 유세차 관련 부분. 상당히 자세하게 항목이 나열되어 있지만 장애인용 리프트 관련 내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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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 * 제21대 총선 장애인 당선인 5명(김예지, 이상민, 이종성, 지성호, 최혜영) / 개원 당시 의원 정수 300명
** 제7회 지방선거 장애인 당선인 44명(출처: 2018년 소셜포커스 기사) / 개원 당시 의원 및 지자체장 포함 정수 3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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