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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에서 쇼핑 일번지라고도 불리는 그라시아 거리에는 20세기 초반에 가우디가 설계한 건축물 두 개가 있다. 카사 바트요와 카사 밀라인데 우리는 바르셀로나 여행 둘째날 카사 바트요를 먼저 보았다.
 
옥상의 환기탑과 조형물
▲ 카사 바트요  옥상의 환기탑과 조형물
ⓒ 임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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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곤이 쓴 <스페인은 가우디다>라는 책에 의하면, 카사 바트요는 바르셀로나 섬유업계 명문가인 조셉 바트요가 가문의 건축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창적인 집을 짓고 싶어서 건축가 가우디에게 의뢰해 1906년에 완성된 집이라고 한다. 

지금은 막대 사탕을 만들어 유명해진 스페인 회사 츄파춥스의 소유가 되었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되어 있는 카사 바트요는 항상 관광객으로 넘쳐나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야 한다. 내가 방문한 지난 4월 6일, 카사 바트요의 입장료는 1인당 35유로, 원화로 5만 원 정도였다. 
 
가우디가 지은 카사 바트요
▲ 카사 바트요  가우디가 지은 카사 바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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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 바트요는 훌륭한 건축물이 많은 그라시아 거리에서도 눈에 띌 만큼 독창적이다. 거리로 향한 앞면은 넓지 않은데 그럼에도 7층 높이의 건물은 지어진 지 100년이 넘었다고 할 수 없을 만큼 화사하고 산뜻하고 색채감이 풍부했다. 외벽에 타일로 붙여진 초록과 노랑과 파랑과 보라의 물결치는 듯한 색의 향연이 독특한 모양의 발코니와 채도 낮은 민트빛 창문과 어우러져 묘한 아우라를 뿜어 냈다.

내부로 들어가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오르면 이 건물의 메인인 거실이 나오는데 널찍한 거실은 아치형 구조와 아름다운 돌기둥으로 내부와 발코니를 연결하고 있다. 유리창틀 모서리까지 유연하게 곡선미를 살렸고 거실 천장은 곡선의 돌들이 소용돌이치듯 보인다. 
 
중정의 모습
▲ 카사 바트요  중정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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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오르며 보이는 중정의 외관은 바다를 닮았다. 낮은 층일수록 연하고 채도가 낮은 블루색 타일을 사용했고 하늘과 가까운 층일수록 코발트 그린이나 터키 블루, 프러시안 블루색 타일을 사용했다. 그래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서 보는 중정의 외관은 파랑의 그라데이션이었다.

중정의 창문도 층마다 크기가 달랐는데 낮은 층일수록 창을 크게 만들었고 높은 층으로 올라갈수록 창문을 작게 만들었다. 해로부터 먼 아래층은 창을 크게 내어 일조량을 높이고 통풍이 잘 되도록 설계한 결과물이라고 한다. 

계단이 끝나면 어느덧 옥상에 다다른다. 옥상 역시 예술품 전시장인데 환기탑과 굴뚝을 형형색색의 타일로 조합해 꽃문양과 추상화를 만들어 내었다. 옥상에는 카페도 있어서 쉬면서 옥상에 조성된 아름답고 실용적인 예술품을 구경할 수 있다.

카사 바트요를 지나 북쪽으로 5분 정도 걸으면 그라시아 거리와 프로벤샤 거리가 만나는 지점에 카사 밀라가 있다. 우리는 바르셀로나 여행 마지막 날 카사 밀라를 방문했다.
 
바르셀로나 그라시아 거리의 가우디 건축물
▲ 카사 밀라 바르셀로나 그라시아 거리의 가우디 건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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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한 책에 의하면 카사 바트요를 짓고 나자 가우디의 명성은 바르셀로나 전역에 퍼졌는데 그때 바르셀로나의 소문난 멋쟁이 밀라가 재력있는 아내에게 가우디를 소개해 카사 밀라를 짓게 되었다고 한다. 가우디는 카탈루냐의 영산 몬세라트 바위산에서 영감을 받아 카사 밀라를 설계했다.

철골 구조에 돌을 입힌 구조 공법으로 지어진 카사 밀라는 채석장이라는 뜻의 '라 페드레라'라고도 불리는데 카사 밀라의 입면 곡선이 부드러운 산의 능선을 표현한 거라면 발코니의 철제 장식은 바람결에 따라 앞면과 뒷면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나뭇잎을 표현한 것 같다. 

카사 바트요처럼 카사 밀라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고 코로나 시대임에도 건물 앞에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내부로 입장하려면 표를 구입해야 하는데 미리 예매한 입장권은 지난 4월 11일 당시, 1인당 25유료였다. 

카사 밀라의 1층 안뜰로 들어오면 타원형의 건물 꼭대기가 파란 하늘과 맞닿아 있어 시원하고 청량했는데 건물 안에 중정을 들임으로써 하늘과 바람과 햇볕을 보다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구조였다. 도심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 자연과 더불어 살 수 있도록 만든 가우디의 철학이 구현된 중정이었다.
 
옥상의 환기탑과 굴뚝
▲ 카사 밀라 옥상의 환기탑과 굴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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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으로 올라가면 몬세라트에서 봄직한 바위산을 가우디의 방식으로 재창조해 낸 환기탑과 굴뚝의 조합이 전시되어 있다. 미로처럼 만들어진 옥상에서는 부드러운 능선처럼 넘실대는 중정의 지붕이 내려다 보인다. 더구나 채광과 환기를 위해 만든 다락층의 작은 창문들조차 작품으로 보일 만큼 카사 밀라는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함께 갖추고 있다. 

계단을 따라 내려온 다락층에는 가우디 건축물의 모델과 가우디가 디자인한 가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다락층은 붉은 벽돌로 포물선 아치를 그리면서 만들어져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간이었는데 성경의 요나처럼 고래 뱃속에 들어온 것 같기도 하고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비밀의 세계로 들어가는 길 같기도 했다. 

다락방을 따라 내려가면 110여 년 전 주상복합 공동주택으로 지어진 이 건물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양식이 전시되어 있다. 넓은 거실, 발코니, 안방, 주방, 화장실 등 20세기 초반에 살았던 바르셀로나 부유층들의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안뜰에서 올려다 본 중정
▲ 카사 밀라 안뜰에서 올려다 본 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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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시아 거리에 위치한 가우디가 만든 두 명물, 카사 바트요와 카사 밀라는 어느 것 하나 똑같은 디자인 없이 모두가 다르고 모두가 독창적이어서 하나하나가 완성된 작품이었다. 더구나 그것들이 모여서 하나의 건축물로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어 섬세하고 아름다운 예술품이 되었다.

계절과 날씨와 시각에 따라 달라지는 바로셀로나 바다의 다채로운 색감을 모티브로 한 카사 바트요, 카탈루냐 지방의 산등성이와 바위 모습을 형상화한 카사 밀라와 같이 가우디는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아름다운 건축물을 만들어 냈다. 

바르셀로나 여행을 통해 나는 자연을 모티브로 한 가우디의 상상력과 창조성을 보고 느꼈다. 세 동생과 함께 여행하면서 배려하고 양보하는 마음이 조화롭게 사는 길이라는 것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이번 여행을 통해 느끼고 배운 것들이 마음 속에 오래 남아서 삶의 자양분이 될 수 있기를, 그 자양분으로 꽃을 피우고 열매 맺기를, 그래서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다락층의 아치 구조
▲ 카사 밀라 다락층의 아치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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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태그:#스페인여행, #바르셀로나 여행, #그라시아 거리, #카사 바트요, #카사 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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