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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조각가 마놀로 발데스의 초대형 작품 ‘모자 쓴 여인’에 대한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는 한창진씨(왼쪽)
 지난 19일 조각가 마놀로 발데스의 초대형 작품 ‘모자 쓴 여인’에 대한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는 한창진씨(왼쪽)
ⓒ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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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 작은 도시 여수에 세계적인 야외 조각가 마놀로 발데스의 초대형 작품 '모자 쓴 여인'이 전시 준비 중이다. 위치는 예술섬 장도가 내려다 보이는 'GS칼텍스예울마루' 야외 계단. 'GS칼텍스예울마루'가 개관 10주년 기념 '경이로의 초대' 특별전을 마련해서다.

10주년을 맞는 'GS칼텍스예울마루'는 여수국가산단 입주 기업 GS칼텍스가 사회공헌사업의 일환으로 만든 것이다.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설계한 것을 바탕으로 문화예술공간을 만들고, 개관식을 연 때가 2012년 5월 10일이다. 2012세계박람회 개최 직전이었다.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는 'GS칼텍스예울마루' 대극장은 GS칼텍스가 2006년도에 사회공헌기금 1000억 원을 내놓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작이 되었다. GS칼텍스는 시프린스호 사건 이후 당시 여수시민들에게 필요한 사업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선정해 주면 그대로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업 공헌사업 선정부터 추진·운영까지 14년간 참여한 한창진씨

이때 관련 임무를 수행한 시민 의견수렴기구가 존재했다. 의견수렴 기구는 사업선정, 추진, 운영을 결정하는 역할을 했는데, 그 대표자는 시민단체 대표 자격으로 참여한 한창진씨였다.
 
GS칼텍스예울마루, 기업 공헌사업 선정부터 추진. 운영까지 14년간 참여했다.
▲ 협치운동가 한창진씨  GS칼텍스예울마루, 기업 공헌사업 선정부터 추진. 운영까지 14년간 참여했다.
ⓒ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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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여수 GS칼텍스 예울마루 대극장 카페에서 한창진씨를 만났다. 한창진씨는 먼저 2006년도를 회고했다.

"GS칼텍스가 2006년 당시 사회공헌기금 1000억 원을 내놓겠다고 했고, 그 범위 내에서 시민들이 무엇을 결정해주면 따르겠다고 선언했다. 이때 여수 지역 사회로 보면 상당히 의미 있는 시민기구가 등장한다. GS칼텍스 측에서 나서서 각계 대표 11명으로 'GS칼텍스사회공헌대표사업선정을 위한 자문위원회'를 구성한 것이다."

그 11명 중에는 시민단체에서 추천한 한창진씨(시민운동가, 당시 여수시민협 대표)가 포함돼 있었다. 교육계, 여성계, 지역상공인, 경영인,문화예술계, 언론계 등 다양하게 분포한 자문위원회는 호선을 거쳐 시민단체 대표인 한장진을 위원장으로 선출한다.

"GS칼텍스라는 여수국가산단 소재 기업이 여수시민들을 위한 공헌사업을 추진하면서 여수 시장만 4번 바뀌는 기간 동안 인내심을 갖고 민주적 절차를 바탕으로 한 의견수렴기구의 결정을 믿어 주었다. 절차에 따른 결정들을 믿고, 수용하면서 사업을 진행했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돋보인다. 

왜냐하면 당시만 해도 시민단체 측에서는 대기업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시프린스호 사건으로 피해를 입한 공해기업이라고 주장했으니, 호의적이지 않은 시민단체 관계자의 참여나 대표 선출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저를 배제할 수도 있었는데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 이를 보고 시민들을 위한 공헌을 하려는 기업이구나 믿음을 갖게 됐다."


각계 대표로 11명으로 구성된 'GS칼텍스사회공헌대표사업선정을 위한 자문위원회'(위원장 한창진)는 전문가자문, 시민요구 파악, 용역 조사, 타 지역의 기업공헌사례, 시민여론조사 등을 거쳐 대표 사업으로 '문화예술회관' 사업을 선정한다.

"논란과 회의 끝에 '문화예술회관' 사업을 선정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어디에 건립할지는 결정된 것이 없어서 또 다른 시민들의 협의기구인 'GS칼텍스예울마루 사업추진협의회'를 2008년에 구성하게 된다. 사업추진협의회에서는 마찬가지로 여러 절차를 거쳐서 예술섬 장도를 포함한 여수시 웅천지구 망마공원 일대에 예울마루 대극장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결정하게 된다. 명칭도 'GS칼텍스 예울마루'로 정했다."
 

그러나 어렵게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결정했지만, 우여곡절도 있었다. 다른 장소가 적합하다는 등의 주장이 나와 공사 진척이 되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추진협의회에서 강력히 그런 제안을 거절했다. 또 다른 위기도 있었다. '특목고 환상론'의 등장이다. 여수 인구의 외부 유출이 심하다는 판단과 더불어, '자녀들의 고교진학을 위한 인구 이동이 심하다'는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특목고가 여수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여론에 떠밀려 GS 측에서도 학교 부지를 보러 다닌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것 또한 추진협의회에서 중심을 잡고 나아갔다. 거기다 오현섭 여수시장이 당선되면서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가 깊어 한때 '구겐하임 미술관 여수 유치 운동'을 벌일 정도였다. 오 시장 덕분에 망마산 예울마루 프로젝트가 최종 결정돼 추진이 급진전되었다. 이런 과정들로 착공이 늦어지는 바람에 겨우 겨우 준공했고, 엑스포 개막 불과 며칠 전인 2012년 5월 10일 개관식을 진행했다."
 
예울마루 7층 전시실 야외 로비 STUDIO 1750의 흥미로운 설치 작품
'반짝이는 living things' 앞에서 한창진씨 (오른쪽)
 예울마루 7층 전시실 야외 로비 STUDIO 1750의 흥미로운 설치 작품 "반짝이는 living things" 앞에서 한창진씨 (오른쪽)
ⓒ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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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불모지 여수 소도시에 100만 관객 찾은 문화공간

여수시민들에게 고급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문화예술의 도시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한 GS칼텍스예울마루는 그렇게 탄생해 10주년을 맞았다. 여수시민들은 10주년을 맞아 개관일인 5월 10일을 'GS칼텍스 데이'로 명명하는 선언식을 열기도 했다.

지난 3일 'GS칼텍스 데이' 명명 선언식에서 여수범민문화재단 정희선 이사장은 "개관 이후 지난 10년 동안 총 이용객이 100만 명을 훨씬 넘어 전국 대표적 아트센터 역할을 하고 있으며, 2019년 개관한 장도는 방문객 총 82만 명이 찾아 자연 속 예술섬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GS칼텍스 예울마루 임직원들이 지역 예술가 및 시민들과 함께 10년간 심혈을 기울여 문화공간으로 가꿔온 소중한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승필 GS칼텍스예울마루 대표는 "수준 높은 고품격 문화예술을 시민과 관객분들이 느끼고 즐기고 향유하도록 힘써왔고, 또 이곳을 통해서 여수가 문화예술 중심지가 되도록 문화예술 허브 역할을 해왔다고 본다. 앞으로도 그렇게 해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GS칼텍스예울마루가 사업 선정에서부터 개관하기까지, 또 개관 이후 'GS칼텍스예울마루 운영협의회'에 이르기까지 무려 14년 동안 이 사업에 관여해온 당사자인 한창진씨는 "이러한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다"고 평했다.
 
"GS칼텍스 기업이 사회공헌을 하기로 하면서 진정성 있게 시민들과 소통하려 했다는 점에서 고맙게 여기고 있다. 앞으로 사회 공헌 사업을 하려는 기업에서 본받을 대목이라고 본다. 만약 협의회에서 결정한 내용인데도 이를 무시하고 권력의 힘으로,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특목고 건립이라는 돌출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오늘날의 예울마루 대극장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고 우리 여수는 문화 혜택의 사각지대였을 것이다."

  
문화예술 불모지 여수 소도시에 100만 관객 찾은 문화공간 탄생에 산파 역할을 했다
▲ 협치운동가 한창진씨 문화예술 불모지 여수 소도시에 100만 관객 찾은 문화공간 탄생에 산파 역할을 했다
ⓒ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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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운동을 평생 해온 사람으로서 툭 하면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일삼는다'고 핀잔을 받아왔다. 사업이나 정책에 대해서 시민 입장에서 비판받아 마땅함에도 시민단체의 주장에 대해서는 '막무가내로 반대만 한다'고 말하는데 그건 아니다. 나는 '협치운동가'다. 회의 수당 외에 그 어떤 보수도 없이 임했었다.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문화예술 공간을 마련하려고 재단분들과 쉴틈 없이 소통하면서 추진해 온 일이다. 이제야 관계자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제 2의 '예울마루', 제2의 공헌기업 기대

그는 14년간 한 사업에 관여하면서 여수시의 담당 공무원이 수도 없이 바뀌고, 여수시장이 5번 바뀌는 걸 지켜봤다. 그는 "시장이 바뀔 때 마다 전임 시장때 결정했던 사항이어서인지 우리 협의체의 정성적인 결정마저도 번복하려는 시도가 있어서 어려웠는데, 이는 권력자들의 이기주의이고 큰 병폐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수국가산단 기업들을 향해 "제2의 예울마루가 나타나야 하고, 제2의 GS칼텍스가 등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문화시설이 있으면 여수 시민들이 여수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여수가 관광객을 위한 도시가 되면 여수시민은 떠나게 되므로, 관광객만을 위한 여수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여수시민이 행복할 수 있는 격조 높은 문화예술도시가 되면 시민이 떠나지 않게 된다. 여수시에 사는 사람들이 어려서부터 문화예술을 자주 접해서, 누구나 오페라와 뮤지컬, 또 피카소를 이야기를 하는 정도가 되면 얼마나 자랑스럽겠는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복지뉴스에도 실립니다.


태그:#GS칼텍스예울마루, #한창진, #마놀로 발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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