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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7일 북한 평양역의 종업원들이 전염병전파에 대처한 비상방역사업을 더욱 강도높이 전개하고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방역요원들이 평양역내를 소독하고 있는 모습. 2022.5.17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7일 북한 평양역의 종업원들이 전염병전파에 대처한 비상방역사업을 더욱 강도높이 전개하고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방역요원들이 평양역내를 소독하고 있는 모습. 2022.5.17
ⓒ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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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북한은 과감하게 국경을 봉쇄하였고 최근까지도 코로나19 청정국임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제 북한은 뒤늦게 찾아온 코로나19의 확산에 '국가존망'을 논하며 위기의식을 대내외에 드러내고 있다. 정확한 확진자 규모를 파악하는 것은 어려우나, 북한이 밝힌 바에 따르면 5월 17일 오후 6시 현재 누적 발열자가 약 171만 명이며 지금까지 62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의 확산은 분명 국가적 위기 상황이다. 다만 작금의 상황을 북한 붕괴론으로 연결하며, 이 상황을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접근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일부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북한은 코로나19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고 무너질 것인가? 필자의 대답은 '북한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이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전쟁을 통해 구축된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전쟁이 만들어낸 '판옵티콘'의 사회통제체제

한국전쟁이 휴전의 형태로 종결된 이후, 북한은 제레미 벤담(Jeremy Bentham)이 제시한 판옵티콘(panopticon)과 같은 사회통제체제를 구축하였다. 판옵티콘은 일방향의 통제와 수평적 격자로 단절된 감시체제를 일컫는다. 전후 북한은 물리적 조건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의 영역에서 '수직적인 통제'와 '수평적인 단절'의 구조를 강화해왔다.

한국전쟁의 특수성은 전후 북한에서 독특한 사회통제체제의 등장을 가능케 했다. 첫 번째로, 김일성은 한국전쟁을 통해 정적들을 숙청하고 빨치산세력을 중심으로 정치권력을 장악함으로써 수령과 당, 인민으로 이어지는 유일통제체계를 완성하였다. 두 번째로, 한국전쟁 초기 UN연합군에 의한 피점령 상황은 피점령지를 회복한 북한 이후 당국이 주민 상호간 감시와 처벌을 제도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세 번째로, 정전협정으로 전쟁이 휴전상태에 놓이며 북한 당국은 전시체제에 준한 사회통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한국전쟁은 북한정치의 다양성을 소멸시켰고 전시에 준한 사회통제는 북한 주민의 이동을 억제하고 배급제도를 통해 개인의 삶을 국가의 자원에 종속시켰다. 북한 주민들은 국가의 공급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으며 자신이 거주하는 시 혹은 군을 벗어나기 위해 여행증을 발급받아야 했다. 이렇듯 북한 사회는 사회 곳곳에 물리적, 혹은 사회정치적 격자들이 촘촘하게 세워진 판옵티콘과 같은 모습으로 변모하였다.

시장의 등장과 수평적 격자의 이완

철옹성 같은 판옵티콘은 1990년대 중반의 식량난과 경제위기로 이완되기 시작했다. 국가는 더 이상 모든 것을 공급할 수 없었고 북한 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북한사회를 가로막고 있던 격자들을 넘기 시작했다. 이러한 '경계 넘기'는 뇌물을 통해 여행증을 발급받는 방식이었으며 경계를 넘기 위한 운송 수단과 통신 수단도 업그레이드되었다.

과거와 같은 배급과 물자공급을 감당할 수 없었던 북한 당국은 지금까지 시장과의 공존을 모색해 왔다. 때로는 시장을 통제했지만 국가 또한 시장과 그로부터 탄생한 돈주(거대자산가) 없이 사회를 유지할 수 없다. 북한이 자랑하는 대동강변에 높이 솟은 미래과학자거리도 돈주들의 투자가 만들어낸 '사회주의 선경'이다.

그렇다고 북한 사회에서 정치지도자와 조선로동당의 통제가 무력화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당의 지배는 견고하며 다만, 생산과 일상의 공간에서 그들은 시장 행위자와 공생하며 살아갈 뿐이었다. 북한 사회의 수평적 격자들 또한 여전히 제도적으로 건재하며 언제든 다시 강화될 수 있다.

코로나19는 붕괴된 전시체제를 소환하고 있다

아마도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며 과거와 같이 돌아가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현상들이 북한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이 식량난 이후 시장의 확대와 함께 이완되어 있던 수평적 격자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있다.

북한 당국은 코로나19의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전국의 모든 도·시·군을 봉쇄"하고 각 "사업단위·생산단위·거주단위별 격폐(격리) 상태"에서 생산활동을 수행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러한 대응은 전후 북한이 구축했던 전시체제에 준한 사회통제체제를 일부 소환함으로써 전염병의 확산을 막겠다는 전략이다.

코로나19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이 기존의 격자들을 다시 세우고 주민들의 이동을 예전과 같이 억제한다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대응은 분명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수반하며 시장을 통한 생존을 위협할 것이다.

인도적 협력은 북한 주민을 위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13일 '북한이 호응할 경우' 실무협상을 통해 방역물품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빠른 상황 판단으로 인도적 지원 의사를 표명한 것은 분명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정부가 말한대로 북한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만약 북한이 실무협상에 호응, 내지 인도적 지원을 요청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인도적 지원은 북한 당국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다. 인도적 지원은 북한 주민을 위한 행위이며 그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 정부가 남북 당국간 협상을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국제기구나 국내의 인도지원단체를 활용해 북한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협력 공간을 만드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참고자료
정일영,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선인, 2018.
정일영, “북한에서 ‘수평적 격자’의 형성과 이완: 미시공간의 변화를 중심으로,” 『북한연구학회보』 제24권 제1호(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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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정일영 연구교수입니다. 저의 관심분야는 한반도 평화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북한 사회통제체제 등입니다. 주요 저서로는 [한반도 스케치北], [북조선 일상다반사], [속삭이다, 평화],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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