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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충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임푸른 씨를 만났다.
 지난 18일 충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임푸른 씨를 만났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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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에 꼭 말하고 싶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표를 깎아 먹지 않을까 걱정하지 말라. 현장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민주당 지방선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임푸른씨는 성소수자다. 그는 정의당 충남도당 성소수자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성소수자들의 인권보호를 위한 활동가로 일했다. 시민사회 활동을 통해 성소수자들의 삶을 대변하고 성수자들에 대한 세상의 차별을 드러내고 알려왔다. 그러다 지난해 서울의 한 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임씨가 다시 충남을 찾았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더불어민주당 충남도당 당사 앞에서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 소속 이진숙 인권활동가와 단식 농성을 하기 위해서다. 

그는 "청소년 트랜스젠더의 사회적 낙인으로 인한 차별경험을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사회복지 차원에서의 대안을 만들어내는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차별금지법 때문에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임씨는 지난 18일 충남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주최로 충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단식농성과 함께 매일 거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지나가는 시민들이 응원하는 경우가 많아서 힘이 난다"며 "바닥 민심은 이제 차별금지법을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아직도 그런 현실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임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

"민주당, 차별금지법 당론 채택해야"

- 단식 9일 차 건강 상태는 어떤가.

"아직은 멀쩡하다. 서울에서는 한 달 넘게 단식을 진행 중이다. 미류와 종걸 활동가를 생각하면 차마 힘들다는 말을 못 하겠다. 몸이 좀 약한 편이어서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다. 도와주는 의사 몇 분이 있어서 매일 매일 건강 상태를 체크 하고 있다.

사실 이진숙 활동가와 함께 동시에 단식을 시작하고 싶었는데, 이번 학기에 논문을 준비하는 수업이 있어서 조금 늦게 합류했다. 교수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단식을 하고 있다(웃음)."

- 최근 민주당이 최근 차별금지법 제정 공론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5년 쌓인 차별금지법 제정 노력의 역사가 있다. 민주당 의원 다수가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적도 있다. 지금도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말뿐만 아니라 실행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처럼 차별금지법을 당론으로 채택해야 한다. 최소한 공청회라도 잡아야 한다. 민주당은 조금 더 내실 있게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도 민주당을 신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 차별금지법이 제정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OECD 선진국의 대부분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 있다. 단순지표로 봐도 OECD 국가 중 한국과 일본만 차별금지법이 없다. 한국이 인권적인 측면에서는 아직 선진국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게다가 최근 급속한 경제 발전 속에서 경제적으로 소외된 계층이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기본적인 사회적인 안전망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차별금지법이다. 차별금지법이 있어야 이를 근거로 사회안전망을 위한 후속 법안을 지속해서 만들 수 있다."

- 차별금지법 제정에서 성소수자 문제가 늘 논란의 대상이 됐다. 주로 기독교계의 공격을 받았는데, 당사자 입장에서 어떻게 보나. 

"처음에는 성소수자들이 '볼모'가 아닌가 생각했다. 한때는 성소수자들 때문에 차별금지법제정이 더욱 어려워지는 것은 아닌가하는 마음에 죄책감도 들었다. 하지만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활동을 하면 할수록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았다.

성소수자 문제는 핑계일 뿐이다. 이 사회의 공고한 차별 구조가 문제의 본질이다. 기득권 세력들이 지금처럼 편하게 살 수 있는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성소수자들을 핑계 삼고 있다. 성소수자를 핑계로 차별금지법을 외면하는 것이다. 그러니 성소수자 단체들이 오히려 더 앞장서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 그들이 우리 성소수자들을 핑계 삼고 있는 만큼 성소수자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더욱 기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소수자가 어떤 차별을 받느냐고? 변희수 하사 사건을 보더라도 성소수자들은 일터에서조차 '일할 수 있는 기본권'을 침해받고 있다. 국민들도 그런 현실을 바로 보게 되었다. 변희수 하사 사건으로 차별금지법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더욱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충남 인권조례 폐지, 전국적 망신"
 
임푸른, 이진숙 활동가는 민주당 충남도당 앞에서 단식농성 중이다. 장규진 활동가는 이들을 지원하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5월 18일 기준 이진숙 활동가는 단식 13일, 임푸른 씨는 단식 9일 차이다.
 임푸른, 이진숙 활동가는 민주당 충남도당 앞에서 단식농성 중이다. 장규진 활동가는 이들을 지원하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5월 18일 기준 이진숙 활동가는 단식 13일, 임푸른 씨는 단식 9일 차이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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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은 인권조례가 폐지되고 다시 제정된 경험이 있다. 그만큼 보수의 목소리가 크다. 소모전도 심각했다. 

"황당한 일이었다. 전국적으로도 망신스러웠다. 얼마 전 모 충남지사 후보가 보수기독교 단체와 간담회를 통해 '인권조례의 중심을 잡겠다'며 애매한 입장을 밝혔다. 또다시 인권조례를 폐지하겠다는 의미인지 의아한 상황이다.

정치적인 입장에 따라 인권조례를 또다시 폐지한다면 충남에서 인권조례가 두 번이나 폐지되는 전무후무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정치인의 책무는 도민의 행복과 인권을 책임지는 일이란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성소수자든 이주민이든 이 땅에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인권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 단식농성 외에 추가 계획은.

"동조 단식을 시작한 취지는 서울 여의도 활동가들의 단식농성에 연대하고 동참하는 차원이었다. 이종걸·미류 두 활동가가 단식을 그만둘 때까지 동참할 생각이다.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 같아서 걱정스럽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의외로 많은 분이 단식농성장을 찾고 호응해 줘서 놀라고 있다.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석사 과정 공부에 집중하고 싶어서 시민활동을 잠시 접었었다. 하지만 차별금지법 현안이 워낙 중요하다 보니 외면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단식까지 하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가 평등한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정치권 특히 민주당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면 표가 떨어질 것이란 편견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생각보다 많은 국민들이 차별금지법을 지지하고 있다. 오히려 표가 되면 됐지 표를 깎아 먹지는 않을 것이란 뜻이다."

태그:#임푸른 , #단식농성 , #성소수자 , #차별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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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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