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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지방선거를 보름 앞둔 지난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개표에 참여할 관계자들이 자동 투표용지 분류기 사용 연습을 하고 있다.
 6.1 지방선거를 보름 앞둔 지난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개표에 참여할 관계자들이 자동 투표용지 분류기 사용 연습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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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지기도 전에 무투표로 당선된 후보들이 많다. 총 494명으로 4년 전에 비해 5배나 늘어났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놀라운 숫자가 있다.

지방선거 무투표 당선자 가운데 기초단체장은 6명이다. 국민의힘에서는 류규하 대구 중구청장 후보,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 후보, 김학동 경북 예천군수 후보가 투표 없이 뽑혔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박병규 광주 광산구청장 후보, 김철우 전남 보성군수 후보, 명현관 전남 해남군수 후보가 당선됐다. 

공교롭게도 대구경북 3명, 광주전남 3명으로, 두 지역의 무투표 당선인 수가 똑같다.

광역의원의 경우에도 대구경북 37명(대구 20명, 경북 17명), 광주전남 37명(광주 11명, 전남 26명)으로 동일하다.

우연의 일치일까? 선거의 신이 강림한 결과일까? 같아도 너무 같다. 이 정도면 가히 '쌍둥이 도시'라고 해도 될 정도다.
 
당신이 신비의 숫자를 만들었다


약 3개월 전으로 돌아가 보자. 3월 9일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대구와 경북은 국민의힘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에게 각각 득표율 75.14%와 72.76%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반대로 광주와 전남은 민주당 후보였던 이재명 상임고문에게 각각 84.82%와 86.10%의 득표율을 줬다. 대구경북과 광주전남은 지지하는 정당이 다를 뿐, 한 당에 압도적으로 표를 몰아주는 선택을 했다.

이번 대선에서 대구와 경북은 빨간색, 광주와 전남은 파란색 이외 색깔의 당이 존재하기 어려운 선거 구도를 확인시켜 줬다. 이같은 토대 위에서 곧이어 6.1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대구경북과 광주전남의 후보자들은 어떻게든 강세인 정당에서 공천을 받으려 목숨을 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대로 특정 정당 소속이 아닌 사람들은 감히 도전할 엄두를 내기 어려워 보인다.
     
데칼코마니와도 같은 신비의 숫자 '3'과 '37'은 그 결과다. 아직도 갈 길이 먼 중대선거구제 등 정치개혁의 한계도 분명 있지만, 근본적으로 이 '매직 넘버'는 두 지역 시민들이 만든 숫자다. 당이나 선거의 신이 만든 게 아니다.

무투표 당선은 지역민들에게 결코 이롭지 않다. 무투표 당선자 가운데 전과자가 30%에 이른다는 사실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우리는 알고 있다. 특히 일당만이 존재하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우리는 교실에서 끊임없이 배워왔다.

그런데 견제와 감시가 없는 일당독재가 남의 나라가 아니라,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한국의 지역 정치에서 만들어지는 현실을 어떻게 봐야 할까?
 
6.1동시지방선거 지역별 무투표 당선 분포
 6.1동시지방선거 지역별 무투표 당선 분포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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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정책

또 다른 폐해는 인물 검증이다. 표밭을 쥔 정당의 공천을 받으면 무투표 당선이 아니더라도 이길 가능성이 높으니, 지역 주민을 위한 정치를 고민하기보다 공천권을 쥔 당협위원장이나 지역 국회의원에게 줄을 서는 게 더 중요해진다. 당협위원장과 국회의원도 다른 정당과 경쟁할 필요가 없으니, 후보자의 실력과 자질보다는 자신과의 관계에 따라 공천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 지방의회에서 의정활동을 열심히 한 기초·광역의원들이 이번에 공천을 못 받은 경우가 허다하다. 오히려 조례 제정 0건, 개정 0건, 5분 자유발언 0건 등 사실상 의정활동을 안 했는데 공천을 받는다. 한 일이 없는데도 또 의회에 들어가 월급 받아가면서 '존경하는 의원님'이라는 극존칭의 인사를 듣는다. 
     
이같은 일당독재의 인물검증 폐해는 지역의 다수당에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소수당도 함께 하향평준화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일례로 최근 민주당 대구시당의 공천 결과가 지역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이들은 수성구의회에서 가장 많은 조례안을 발의하고 구정질의를 제일 많이한 김두현 구의원을 '가'가 아닌 '나'로 결정했고, 김 의원은 이에 반발해 자진사퇴했다. 5분 자유발언을 가장 많이 한 박정권 구의원은 아예 탈락시킴으로써 모범적으로 의정활동을 활발히 한 의원이 공천을 못 받게 됐다. 

낮은 경쟁률, 증가한 무투표 당선, 여전히 공고한 특정 정당 쏠림 현상... 이런 결과를 만들어놓고 시민들은 지방의회와 의원을 욕하고, 지방의회 무용론을 이야기한다. 국회에서 지방의원 공천권을 놓지 않는 것을 포함해 선거제도의 문제가 여럿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당만 보고 선택한 당신이다.

선거는 사람과 정책을 보고 선택해야 한다. 반드시.

태그:#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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