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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미세한 신호를 보낸다. 삶의 고단함이라고만 여겨졌던 아픔이 생활의 완수에 대한 인정이나 내일에 대한 확신일 수 있다.
▲ 통증이 보내는 작은 신호 몸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미세한 신호를 보낸다. 삶의 고단함이라고만 여겨졌던 아픔이 생활의 완수에 대한 인정이나 내일에 대한 확신일 수 있다.
ⓒ 김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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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니 손이 부어 있다. 붓기가 느껴지면서 손가락 관절이 쑤시는 걸 보니 전날 밤 많이 먹어 생긴 부종이 아니다. 몸을 많이 쓴 다음 날, 피곤이 축적되었음을 알리는 통증성 부종이다. 몸이 뻐근하고 어깨와 목뒤가 묵직하다. 오늘은 이 통증이 반갑다. 그만큼 내 몫의 하루를 잘 살아낸 것 같아서다.

작은 가게를 혼자서 꾸렸던 적이 있다. 디저트를 만들어 팔고 베이킹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서서 일했고 지속해서 몸을, 특히 팔과 손을 사용했다. 그러느라 손과 어깨, 발바닥에 생긴 통증은 금세 만성이 되어 몸에 자리를 잡았다.

하루 일을 마치고 돌아온 저녁에는 온몸이 녹초가 되어 아픈 줄도 몰랐다. 자고 일어난 다음 날 아침 신체가 원래의 리듬을 회복했을 때야 통증의 감각이 또렷하게 돋아났다. 특히 손과 발바닥에서. 편평해야 할 발바닥 아래에는 새알만 한 통증 주머니가 생겼다. 걸을 때마다 바닥에 닿아 아릿했다. 손은 전체적으로 부어올랐고 마디마디에서 무지근한 통증이 번졌다.

그건 온몸으로 열심히 일했다는 증거였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일하느라 마음이 편치 않았고 하원 시간에 쫓겨 늘 시간이 부족했다. 한정된 시간 안에 일을 마치느라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고. 아침 여덟 시 반 정도부터 오후 세 시경까지, 시계를 볼 틈도 없이 날이 흘렀다. 그 속도만큼 빠르게 손과 몸을 움직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로와 통증이 누적되었고 순전한 노력만으로 가게 운영의 실질적 문제가 다 해결되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몸의 통증은 열심히 일했다는 증거라기보단 영영 지울 수 없는 고단함의 흔적 같았다. 닦아도 닦아도 깨끗해지지 않는 창의 얼룩처럼. 통증은 서서히 나를 울상 짓게 했다.

통증이 늘 힘든 것만은 아니었다

오랜만이다. 자고 일어났는데 손가락 마디에서 저릿한 통증이 흐르는 느낌. 이사할 집 수리 관계로 잠시 거처를 잃어 언니네 집에서 머물고 있다. 평소에 하지 않던 장거리 출퇴근을 하며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카페에서 일하는데 무리가 됐나 보다.

문서를 검토하는 게 일이다. 문장 하나하나를 눈으로 꼼꼼히 좇느라 검지 손가락 하나만 길게 뺀 채 손가락 끝으로 단어를 짚어가며 확인한다. 그러느라 손에 힘이 들어갔을까. 

볼펜을 쥐었던 손, 손가락으로 힘을 주어 단어를 짚었던 손. 두 손을 활짝 펼쳤다 다시 오므려 본다. 여전히 느껴지는 마디마디의 묵직한 통증. 몇 년 전에는 몸이 닳아가는 것 같아 서글퍼졌던 통증이 이번엔 다른 신호를 보낸다. 하루치 일을 무사히 해낸 것에 대한 인정. 하루라는 삶을 내 몸으로 꽉 채워 살아냈다는 표식.

이제 와 돌아보니 통증 때문에 늘 울상만 지은 건 아니었다. 서둘러 일을 마치고 아이를 데리러 갈 때면 어떤 개운함이 가슴을 채웠다. 내 몫의 일을 무사히 마쳤다는. 하루치의 삶을, 나의 몸으로 열심히 살아냈다는 끄덕임 같은 게. 몸에서 느껴지는 통증은 요행을 바라지 않고 정직하고 부지런하게 하루를 일구었다는 확인이었다.

그때 내 마음은 농부의 마음을 닮지 않았을까. 아침 일찍 집을 나서 땅을 일구고 씨를 뿌리고 때를 놓치지 않고 물과 거름을 주는. 자신의 몸과 손으로 밭을 일구고 그 몸이 쏟은 노력만큼의 수확을 거두는 농부. 가게 일에 빠져 정신없이 보냈던 아침과 낮들, 그 시절 계절과 때에 맞춰 하루치의 일을 해내는 부지런한 농부처럼 나만의 작은 밭을 가꾸었다.

가게를 접고 바쁘게 움직였던 몸에 휴식의 시간을 주었다. 그러면서 내게 맞는 다른 리듬을 찾았고 감당할 수 있는 일을 발견했다. 몸이 보내는 신호가 삶의 빛깔을 바꿀 때 그 신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삶을 살아내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여러 기술이나 능력도 아닌 바로 우리가 지닌 몸일 테니까. 공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무리했던 몸에게 쉼이라는 포상을 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지.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일상적인 일을 하며 생활의 리듬을 지키는 것이, 그럴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등을 밀어주는 날이다. 매일 눈을 뜨면 전에 없던 뻐근함이 몸에서 느껴진다. 우울해질 만큼은 아닌 힘을 북돋을 정도의 아픔. 그 통증이 새로운 신호를 보낸다. 생활의 완수에 대한 인정을, 내일에 대한 확신을.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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