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지난 2월 9일 미국의 정치전문매체인 <더힐>에 실린 "한반도에 전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월 9일 미국의 정치전문매체인 <더힐>에 실린 "한반도에 전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 더힐

관련사진보기


올해 초 두 번에 걸쳐 미국의 정치전문매체인 <더힐>에 '한국의 대통령 후보 중 한 명인 윤석열은 외교정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전무하고 호전적이기 때문에 만일 그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한반도의 안보가 걱정된다'는 내용의 내 글이 실렸다.

당시 윤석열 후보는 내가 던진 외교정책 수행 능력에 대한 의문에는 대답하지 않은 채 전 국민이 시청하고 있는 대통령 후보 TV토론에서 나를 국제학계에서 별 볼 일 없는 학자로 만들기에 집중하였다. 당시 윤 후보를 돕는 정치학자들을 비롯해 국내에는 나의 학문적 업적을 능가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나는 토론회의 폄훼 발언이 윤 후보의 무지함의 극치를 제대로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한다.  

나는 한 국가를 이끌어 갈 지도자는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기에 윤 후보의 무지와 무능을 꼬집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린 "위대한 지도자는 풍부한 경험이 필요 없다"라는 논문을 읽으면서 내가 윤 후보를 잘못 평가하였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논문은 미국 대통령이었던 에이브러햄 링컨이나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들은 지도자로서 경험과 지식은 부족하였지만 다른 사람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리더십을 발휘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지도자의 반열에 올랐다는 것이다. 상당히 공감 가는 주장을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보여주었기에 윤 대통령도 국가 지도자로서 경험과 지식은 부족할지라도 이 시대가 낳은 진정한 보스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10일 대통령에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이 보여준 리더십은 그에 대한 나의 선입견을 많이 바꾸게 하였다.

대통령이 약속한 김치찌개, 대통령 입맛에 맞는 기사

첫째, 나의 우려와 달리 북한의 의도적인 도발에도 선제타격이라는 카드를 핵으로 무장한 북한에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을 명백한 행동으로 보여 주었다. 지난 12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음에도 윤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이 열었던 국가안전보장회의조차 소집하지 않는 여유를 보여 주었다. 아마도 윤 대통령은 북한이 아무리 군사적으로 도발한다 하더라도 군 통수권을 외주로 준 주한미군이 버티고 있는 한 대한민국의 안보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자신감을 북한에 보여 주었다.

둘째, 윤 대통령이 부동시라는 이유로 국방의 의무를 회피한 것 같다는 의구심이 국방부나 외교부에 소속되어 국가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어 대통령의 리더십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미국에서도 영향력이 큰 군 고위 지도자들이 빌 클린턴 대통령의 베트남 전쟁 중 병역 기피를 이유로 군 통수권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기사가 신문에 대서특필된 기억이 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로 옮기고 관저를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정함으로써 국방부나 외교부에서 혹시라도 나올 자신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을 단번에 없애버렸다. 차후에라도 국방부나 외교부에서 군말이 나오면 다시 한번 '방 빼'라는 말 한마디로 기선을 제압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놓은 셈이다. 남의 집에 세 들어 산 경험이 있는 사람은 누구라도 주인의 '방 빼'라는 말 한마디가 얼마나 권위 있고 무서운지 알 것이다.

셋째, 나는 윤 대통령이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을 만드는 것에 매우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국가 지도자로서 자신의 정책을 밀고 나가기 위해 아주 중요한 덕목이다. 윤 대통령의 여론 만들기는 기자들과 잦은 접촉을 통해 이뤄지는 것 같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자주 얼굴을 보여주니 기자들은 국가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질문보다는 언제 대통령이 자신들에게 직접 김치찌개를 끓여줄 수 있겠냐는 이야기를 기사화하는 데 더욱 열중인 듯하다.

2010년 9월 주요 20개국(G20) 서울정상회의 폐막식 기자회견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권을 넘겼지만 어느 누구도 질문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나는 아마도 한국 기자들이 영어에 익숙하지 않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기자들이 출입처에서 배포되는 보도자료를 토대로 기사를 만드는 관행에 익숙하기 때문에 기자회견장에서 질문하는 것이 편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도 이러한 관행이 계속된다면 "기자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진실을 알릴 의무를 가진 언론의 최일선 핵심존재로서 공정보도를 실천할 사명을 띠고 있다"는 기자윤리강령은 왜 힘들게 만들어 놓았는지 궁금하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많은 기자들이 윤 대통령을 만나 국가정책에 대해 질문하고 기사를 쓰는 대신 대통령 측이 만든 보도자료를 가지고 대통령이 끓여 준다고 약속한 김치찌개처럼 대통령 입맛에 맞게 기사를 쓴다고 추측해보니 씁쓸하다. 윤 대통령이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을 만드는 비법인 기자들에게 얼굴 자주 보여 주기가 한국 상황에서는 통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검사동일체 같은 국가동일체 만들려는 비상한 리더십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상가 한 매장 텔레비전에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이 나오고 있다.
 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상가 한 매장 텔레비전에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이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넷째, 윤 대통령은 자신만의 특이한 방식으로 매사에 공정하고 정의로운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전국 각지에 숨어 있는 인재를 발굴하는 데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하고 복종할 수 있는 가까운 지인이나 검찰에서 같이 호흡을 맞춰왔던 검사들을 지명함으로써 국가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려고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보수나 진보를 떠나 능력 있는 인사를 발탁해 쓰는 것이 참다운 민주주의와 국가의 장기적 발전에 도움 된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정권 유지(yuji)라는 측면에서 보면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인지 전임 문재인 대통령이 몸소 보여주었기 때문에 자신의 정권에서는 절대로 배신자가 나오게 할 수 없다는 각오로 검사동일체와 같은 국가동일체를 만들려는 비상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처럼 가족 구성원이 비슷한 종류의 범법행위를 넘나드는 잘못을 저지른 것이나 공직기강비서관이 국기 문란 사건인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담당 검사였다는 과거의 치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이들이 가진 현재의 능력과 충성심을 높이 사 국가발전에 다시 한번 봉사할 기회를 주는 것으로 누구도 할 수 없는 발군의 리더십을 보여 주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월드컵 4강 신화를 쓴 거스 히딩크 감독이 보여준 리더십을 선호한다. 당시 특정 선수들을 국가대표 주전으로 하라는 많은 압력에 굴하지 않고 진정으로 실력이 뛰어난 선수를 찾아 헤매고 다닌 히딩크 감독이 있었기에 한국축구가 우물 안의 개구리를 벗어나 박지성이나 손흥민 같은 세계적인 축구 스타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한일전에서 한국축구를 크게 성장시켜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만들어 주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라는 권위 있는 저널에 실린 "위대한 지도자는 풍부한 경험이 필요 없다"라는 논문은 나의 개인적 관점보다는 윤 대통령만의 특허된 리더십이 아주 크게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하니 윤 대통령의 성공과 자유민주주의의 참다운 발전을 기원해 본다. 아마도 윤 대통령은 이 시대가 낳은 최고의 지도자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댓글4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최승환 교수는 미국 시카고 일리노이주립대학교 정치학과에서 국제 관계와 한국 정치를 가르치고 있다. 육군 장교 출신으로 <신흥 안보 문제: 미국 지하드, 테러리즘, 남북전쟁, 그리고 인권>을 비롯한 몇 권의 책을 쓴 바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