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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13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부산고등·지방 검찰청을 찾아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인사하고 있다.
 2020년 2월 13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부산고등·지방 검찰청을 찾아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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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임명이 초읽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이번 주에 임명 절차를 밟을 전망이라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면 윤 대통령이 한 후보자에게 조만간 장관으로 임명할 테니 검찰에 사직서를 내라고 한 모양이다. 한동훈 후보자는 "광기에 가까운 집착과 린치를 당했지만 팩트와 상식을 무기로 싸웠다"는 무시무시한 사직의 변을 검찰 내부망에 올렸다고 한다.

나는 세 가지 이유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검사 '사직 글'이 국민에 대한 협박이고 반민주적이라고 생각한다.

하나, 한동훈 후보자는 자신이 "지난 몇 년 동안 자기 편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권력으로부터 린치를 당했다"고 했다. 한 후보자가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 불합리한 차별대우를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한 후보자가 "권력으로부터 린치를 당했다"는 것은 절대로 동의 할 수 없다.

'린치'라는 영어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한 개인을 법이 아닌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공개 처형을 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린치는 주로 미국 남부에 살았던 백인들이 과거에 흑인들을 나무에 매달고 산채로 태워 죽인 경우를 이야기한다. 

한 후보자가 검사 시절 자신이 당했다고 주장하는 부당한 대우를 흑인들이 매달리고 화형당한 린치와 같다고 말하는 것은 백인들에 의해 죄없이 개보다도 못한 죽음을 당한 수많은 흑인에 대한 모욕적인 언사로 볼 수밖에 없다.

미국에 있는 컬럼비아대학교 로스쿨 법학석사 과정을 마치고 뉴욕주 변호사 시험까지 합격한 후보자가 린치라는 영어 단어의 의미와 아픈 역사적 배경을 모르고 아무 의미 없이 함부로 내뱉은 말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1916년 5월 15일 미국 텍사스주 웨이코에서 군중들이 린치를 당한 18세 흑인 제시 워싱턴의 시신을 보고 있다.
 1916년 5월 15일 미국 텍사스주 웨이코에서 군중들이 린치를 당한 18세 흑인 제시 워싱턴의 시신을 보고 있다.
ⓒ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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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장관과 대통령이 함께 절대 권력을 추구한다면

둘, 한 후보자가 자신이 당했다고 주장하는 부당한 대우와 무고한 흑인들의 수많은 생명을 빼앗은 린치가 같다고 말했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나는 '지록위마'(指鹿爲馬,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가 떠올랐다.

이 사자성어는 중국 진나라 시황제를 섬기던 환관 중 조고(趙高)가 사슴을 말이 아닌 사슴이라고 정직하게 말한 정적들을 모조리 죄를 씌워 죽여버렸다는데서 유래되었다. 이 사건 이후 누구도 감히 조고의 말에 반대하는 자가 진나라에는 없게 되어 조고는 절대 권력을 가지게 되었다.

한 후보자는 왜 굳이 린치라는 듣기만 해도 섬뜩한 영어 단어로 있지도 않은 사실을 과장하고 왜곡하고자 했을까? 한 후보자의 사직 글은 자신에게 비판적이었던 정적을 이 기회에 확실하게 찾아내고 법무부 장관이 되고 나서 그에 따른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대국민 협박용으로 들렸다. 아마도 윤 대통령의 분신인 한 후보자가 5년 후 반민주적으로 권력을 이양 받기 위한 준비작업을 벌써 시작한 것인지도 모른다.

셋, 대한민국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을 자기 사람으로 임명할 권한은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부처 장관과 달리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이 법에 따르지 않는 권력을 행사하려 할 때 국민의 편에 서서 대통령에게 조언하고 감히 충고도 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도널드 트럼프에 의해 임명된 윌리엄 바를 제외한 미국의 모든 법무부 장관들은 소위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미 대통령에게도 헌법에 따라 국가권력을 행사할 것을 서슴지 않고 충고하였다. 하지만 만일 한국의 법무부 장관과 대통령이 함께 장단을 맞추고 절대 권력을 추구한다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또 한 번의 암흑기를 맞이하게 되고 무고한 수많은 사람이 희생될 수 있다. 

이렇기 때문에 나는 한 후보자가 만일 법무부 장관이 된다면 자신과 윤 대통령만을 지키기 위한 반민주적인 정치를 하기보다는 진정한 "팩트와 상식을 무기로 싸우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장관이 되기를 권하고 싶다.

"팩트와 상식을" 갖춘 양심 있고 선량한 국민들은 한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하게 된 후 정치보복이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공정하고 정의롭게 법을 적용하기 시작한다면 한 후보자가 쓴 사직 글에 대한 나의 우려와 의심을 아주 쉽게 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국민을 협박하고자 반민주적으로 쓰여진 한 후보자의 검사 사직의 변이 검찰의, 검찰에 의한, 검찰을 위한 권위주의적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신호탄으로만 보여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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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환 교수는 미국 시카고 일리노이주립대학교 정치학과에서 국제 관계와 한국 정치를 가르치고 있다. 육군 장교 출신으로 <신흥 안보 문제: 미국 지하드, 테러리즘, 남북전쟁, 그리고 인권>을 비롯한 몇 권의 책을 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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