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내 나이가 50이 넘은 지도 4년이 되었다. 미국에 온 지 25년, 이제 이 땅이 내가 가장 오래 살아갈 땅이 되었다. 아이는 자라서 대학을 졸업하고 코로나 시국의 어수선함 속에서 다행히 직장을 잡고 부모를 떠나 독립을 시작했다.

아내와 둘만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다행히 나와 아내는 취향이 비슷해 여행을 좋아하고 산과 들과 바다를 찾는 걸 좋아한다. 주말마다 낯선 곳을 향해 떠나고 산책 삼아 바닷가를 찾고 산등성이를 걸었다. 어느 순간 그동안 보지 못했던 길 옆에 핀 야생화의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살면서 한 번도 관심 가지지 않았던 이름 모를 꽃이며 나무며 풀들, 곤충들이 보였다. 걔네들의 삶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걔네들을 만날 때마다 이름을 찾아보고 걔네들의 살아가는 방식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름 모를 꽃이며 곤충, 새들을 들여다보면 자연의 경이로움이 숨어있다.
▲ 이름모를 야생화(왼쪽), 꿀 모으는 벌(가운데), 스텔라 어치(오른쪽)  이름 모를 꽃이며 곤충, 새들을 들여다보면 자연의 경이로움이 숨어있다.
ⓒ 김상대

관련사진보기


어느 날 퇴근길, 운전을 하면서 집으로 가다가 갑자기 예전에 들었던 매미 관련 뉴스가 떠올랐다. 작년 여름 미국은 17년 만에 땅 위로 나타난 매미 떼로 인해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이 매미는 17년 동안 땅 속에서 유충으로 살다가 성충이 되어 땅 위로 나온 후 2~3주를 살면서 새끼를 낳고 죽어간다고 한다. 

우리 인생도 매미와 같지 않을까? 태어나 부모의 보살핌 속에서 자라난 유아 시절, 그리고 아무런 생각 없이 학교, 집을 오가던 학생 시절,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고… 어느덧  내 아이를 키우는 뒷바라지를 하며 살아온 세월. 

아이가 자라서 성인이 되고 집을 떠난 후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덧 머리카락은 하얗게 새고 이마에 패인 주름은 지워지지 않을 만큼 깊이 새겨 있고… 참을 수 없이 졸음이 밀려와 일찍 잠이 들고 깨어나기 싫어도 일찍 눈이 떠지는 중년이 되어 있었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 '세상에 존재감을 뽐내는 매미의 울음처럼 울어대던 내 인생의 찬란한 순간들은 언제였을까?' 한참을 생각하다 보니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기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지금 이 순간 죽어도 좋았을 만큼 가슴 벅찬 순간들을 기억한다. 너무나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던 기억이며 장대한 자연경관을 보며 숨 막히게 다가왔던 감동들, 정들었던 회사를 떠나며 동료들과 회식을 하다가 한 순간 모든 마음이 하나 되어 눈물을 쏟은 기억, 그런 순간순간들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 가득 어떤 뜨거움이 차오르는 게 느껴졌다.

평범한 일상을 빛나는 순간으로

어느 시인은 그랬단다. '인생은 숨 쉬는 횟수가 아니라 얼마나 가슴 벅차게 다가오는 순간이 많았는가?'로 판가름 난다고. 생각해보라. 매일 단조롭게 반복되는 생활만 있었다면 그리고 나이가 들어 뒤돌아 보았을 때 수십 년 세월이 똑같은 반복 외에 특별히 기억나는 순간이 없다면 얼마나 허망할까?

이제 오십이 넘어 갱년기라고 불리는 제2의 사춘기를 맞아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또 다른 가슴 벅찬 순간들을 찾아내려 하고 있다. 굳이 거창한 것이 아니라도 봄이 되면 메말랐던 나뭇가지에 새 잎이 돋는 걸 보며 생명의 신비를 느낀다. 아침마다 전봇대 전선 위에 나란히 앉아 재잘거리는 새들의 소리를 듣고 빙긋 미소를 짓고 물을 주지 않아도 대견하게 꽃을 피워내는 야생화를 보며 경이로움에 빠진다.

그리고 이제는 더 나아가 평범한 일상을 빛나는 순간으로 만드는 작은 노력을 해보려 하고 있다. 항상 그림 잘 그리는 화가들을 부러워만 했는데... 좀 못 그리면 어떤가? 그냥 내가 좋으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연필 스케치에도 도전해본다.
 
굳이 잘 그리지 않아도 충분히 만족감을 주는 작업이다.
▲ 처음 시도해본 연필 스케치  굳이 잘 그리지 않아도 충분히 만족감을 주는 작업이다.
ⓒ 김상대

관련사진보기

 
얼마 전에는 회색 시멘트 벽돌 담장에 군데군데 녹색 페인트 칠을 해보았다. 죽어 있던 담장이 피아노 건반처럼 리듬감이 살아나고 칙칙했던 담벼락이 환해 보인다. 
 
칙칙한 담벼락이 몇 군데 페인트 칠을 더해주었더니 느낌이 달라져 보인다.
▲ 벽돌 담벼닥(위) 군데군데 녹색 페인트 칠을 한 담벼락(아래)? 칙칙한 담벼락이 몇 군데 페인트 칠을 더해주었더니 느낌이 달라져 보인다.
ⓒ 김상대

관련사진보기

 
그리고 차고 문에 페인트로 고양이 부부를 그려 넣었다. 차고 문이 닫히면 고양이 꼬리는 사랑을 상징하는 하트가 그려진다. 문에 그려진 고양이 그림을 볼 때마다 괜히 기분이 좋고 뿌듯해진다.
 
밋밋했던 차고문에 그림 고양이 그림으로 인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 차고에 그려 넣은 고양이 부부 그림? 밋밋했던 차고문에 그림 고양이 그림으로 인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 김상대

관련사진보기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가면 잊혀졌을 하루가 고양이 그림 하나로 뭔가 풍요로워졌다. 코로나로 온 세상이 우울하다. 나이 먹는 것도 슬픈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빛나는 순간을 만들어가는 작업을 계속한다면 우리네 인생도 좀 더 멋있어지지 않을까?

오늘도 찾아본다. 평범한 이 시간을 특별하게 빛나게 할 무엇이 없을지? 그리고 시도해 본다. 내 가슴을 벅차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이름있는 산부터 이름없는 들판까지 온갖 나무며 풀이며 새들이며 동물들까지...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것들을 깨닫게 합니다 사진을 찍다가 가슴이 철렁하는 순간, 슬며시 웃음이 나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는 순간 등, 항상 보이는 자연이지만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들을 함께 느끼고자 합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