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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교복을 둘러싼 '복장의 자유'와 관련해 독자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 및 반론을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2019년 2월 14일 서울 성동구청에서 열린 사랑의 교복 나눔장터에서 예비 중학생들이 교복을 고르고 있다. 자료사진.
 2019년 2월 14일 서울 성동구청에서 열린 사랑의 교복 나눔장터에서 예비 중학생들이 교복을 고르고 있다. 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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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선생님께서는 교복을 착용하지 않은 학생들은 방과후 성찰교실에 오라고 전달 부탁드립니다."

학생인권부 교사가 보낸 메시지를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실랑이할 생각을 하니 답답하다. 왜 교복 때문에 처벌받아야 하냐고 물을 때 처음에는 '학생다움'을 강조했는데, 이제는 나를 속이기도 지겹다.

요즘은 걸리지 않게 잘 피해 다니는 요령을 알려줄 때도 있다. 다른 교사들이 나의 방식이 알아챘는지, 모든 교사가 같은 방법으로 지도하자고 자꾸 말한다. 이래저래 치인다.

과거에 비하면 교복은 진화했다. 빳빳한 셔츠 대신에 폴리에스테르 소재의 시원한 생활복이 만들어지고 불편한 재킷을 없애고 후드티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학생, 학부모의 의견을 반영하여 학교마다 특색 있는 교복 디자인이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교복을 금지하자는 주장은 극단적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가지 이유로 교복은 없어져야 한다.

첫 번째, 교복은 옷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옷의 주요 기능은 몸을 보호하는 것이다. 사람은 외부 기온 변화에 대응해 의복을 착용함으로써 체온을 유지한다. 그러나 교복은 이러한 근본적인 기능을 잘 수행하지 못한다.

아이들의 학교생활 모습을 관찰하면 바로 알 수 있다. 여름에 학생들은 단추를 풀어 헤치고 겨울에는 두꺼운 외투를 껴입는다. 게다가 성장하여 작아진 교복은 움직임을 불편하게 하고 쉽게 찢어지는데 또 사려면 비싼 가격을 주고 구입해야 한다.

시장 경제에 맞지 않는 교복 구입 과정 

두 번째, 교복 구입 과정이 시장 경제에 맞지 않다. 요즘 시도교육청은 30만 원을 지원하여 교복을 구매하는데 소수의 업체가 입찰에 참여한다. 학생, 학부모, 교사로 구성된 교복선정위원회가 교복을 심사하고 기준 점수 이상을 받은 업체는 모두 입찰에 참여하는 자격을 갖는데, 그중 최저 가격을 제시한 업체가 선정된다.

우리 학교의 경우 교복을 변경한 후 4년 동안 같은 업체가 선정되어 이상했다. 주변 다른 학교의 상황을 알아보니 대부분 특정 업체가 계속 교복을 공급했다. 과점으로 이루어지는 교복 시장 때문에 소비자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낮은 가격으로 제공받지 못할 수 있다.

세 번째, 교육의 근본 목적인 민주시민 양성을 저해한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의견을 합리적인 방식으로 조율하는 것인데, 교복 착용을 강제하는 규정은 학생들의 다양성을 키워줄 수 없다. 교복을 아무리 예쁘게 만들어도 모든 사람의 취향을 다 맞추기 힘들다. 

만일 현재 모든 학교 구성원의 동의를 얻어 교복을 만들었더라도 매년 새로운 사람들이 오면 다시 물어보고 합의를 거쳐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이 과정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교복 착용은 학교를 비민주적인 공간으로 인식하게 하는 주요한 요인이 된다. 그러한 공간에서 민주시민이 양성될 가능성은 적어진다.

최근 영국 유명 브랜드가 체크무늬 교복에 대한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전국적으로 200여 개의 학교가 교복 디자인을 변경해야 할 상황에 놓여 있다. 복잡한 행정절차를 거치느니 이를 기회 삼아 교복을 없애 버리면 어떨까?

교복이 없어진 학교 모습을 상상해 보자. 아니 상상할 필요 없이 찾아보자. 학교를 벗어나 학생들이 많이 가는 학원, 도서관, PC방 등에 있는 아이들의 옷차림을 살펴보면 된다. 사회 풍속을 저해하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아이들이 다수인가?

적어도 내가 관찰한 그들의 모습은 무채색의 간단한 옷을 입고 있었다. 교복과 다를 바 없는 옷차림이다. 학생에게 두발의 자유를 허용한 것처럼 이제 복장의 자유를 선사하자.

덧붙이는 글 | 브런치에 글을 발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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