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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혐오정치는 인종 및 국적, 성별정체성 및 성적지향, 장애, 거주환경, 고용형태 및 직업 등과 같은 다양한 조건에 따라 차별과 혐오를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조건에 기반한 혐오정치는 이주/난민,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홈리스 등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의 건강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건강은 이제 질병에 대한 치료와 통제의 범주를 벗어났으며 병리적 관점에서 의학적 개입으로만 완성될 수 없다. 우리 사회는 다양한 차별적이고 불평등한 사회구조적 요인에 의해 사회구성원 개개인의 건강권이 침해받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다가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전국지방선거에서 우리는 소수자 또는 약자가 아닌 권리의 주체로써 사회 속에서 공존하고 공생하기 위해 우리의 평등한 건강권을 주장하는 목소리를 연속기고를 통해 전달하고자 한다.[기자말]
2020년 4월 2일, 이주민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재난지원금 정책에 반대라는 시민단체들이 국가인권위원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주민을 제외하는 지방자치단체 재난지원금 지원정책이 차별이라고 했다.
 2020년 4월 2일, 이주민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재난지원금 정책에 반대라는 시민단체들이 국가인권위원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주민을 제외하는 지방자치단체 재난지원금 지원정책이 차별이라고 했다.
ⓒ 이주민센터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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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보이지 않던 어두운 코로나19 터널의 출구가 서서히 보이는 듯하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그동안 마스크로 가려졌던 표정들이 드러나고, 늦은 시간까지 손님들이 가득 찬 가게의 모습에 벌써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평범한 봄날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끼는 요즘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공식 통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600만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되었고, WHO(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은 사망자를 추산하면 2년 동안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망자 숫자가 최소 1490만 명은 될 것으로 발표했다. 전 세계 인구가 대략 80억 명이라고 계산하면, 대략 500명당 1명 수준으로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2만3606명(2022. 5. 14. 기준)이 목숨을 잃었고, 인구의 1/3 가까이가 확진된 심각한 재난이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방역선진국으로 평가된다. 통계적으로 인구수 대비 백신 접종률이 높고, 위중증 사망률과 치명률은 낮게 관리되고 있다. 일부 외신은 한국이 전 세계에서 코로나 엔데믹으로 넘어가는 첫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한국의 방역모델이 세계적인 기준으로 자리 잡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으로 일부 의학 전문가들은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이 머지않은 미래에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어떤 견해를 따르더라도 지금 시점에서 지난 2년 동안 한국의 방역 정책을 되돌아보고 문제점을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재난은 역설적으로 그동안 감추어졌던 우리 사회의 불평등한 사회적 안전망을 고스란히 드러내 주었고, 한국에 머무는 외국인들이 처한 불평등한 의료 현실이 선명한 사례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질병과 바이러스는 국적과 체류자격을 구분하여 발생하지 않는다.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한 가지 교훈이 있다면, 사회적 소수자를 배제하는 사회적 안전망과 건강정책은 누군가에게는 직접적인 사회적 타살이 되고,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 전체에 막대한 위험과 손실이 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방역 정책에서 드러난 이주민에 대한 차별

2022년 3월 기준 국내에서 체류하는 외국인은 약 200만 명이다. 전체 체류 외국인의 80%가 특정한 목적으로 국내에 장기간 체류하는 이들이다. 코로나19 발생하기 전인 2019년에 국내 체류 외국인은 지금보다 많은 250만 명 수준이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2019년과 2022년 체류 외국인 숫자를 비교해 볼 때, 관광 등 목적의 단기 체류 외국인은 79만2853명(2019년)에서 39만5359명(2022년)으로 절반(49%) 수준으로 감소하였지, 장기체류 외국인의 숫자는 173만1803명(2019년)에서 156만9917명(2022년)으로 9% 감소에 불과하였다는 점이다.

즉,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이주민들의 90%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한국을 떠나지 않고 계속하여 생활 관계를 이어온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코로나19가 주는 소득감소, 일자리 감소 등의 경제적 피해를 비롯하여 방역 정책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선주민들과 같이 경험하였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보여준 방역 정책에서 이주민은 존재하지 않거나, 언제나 떠날 수 있는 이방인으로 취급되었다.

'모두를 위한 방역'이라는 정책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첫 출발부터 문제였다. 코로나가 퍼지기 시작한 2020년 3월 시중에서 마스크를 구하기 어렵게 되자 국가정책으로 마스크를 공급하였는데, 외국인이 마스크를 사려면 외국인 등록증과 건강보험증을 제시해야 했다. 선주민과 달리 이주/외국인에게만 '건강보험증'을 제시하도록 하는 것은 이주민을 선주민과 같은 주민으로 보지 않는 처사다. 방역 정책의 대상에 선별된(건강보험에 가입한) 일부 외국인만 포함될 수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정부 정책에 따라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었던 외국인 유학생이나, 미등록이주민들은 마스크를 구할 수 없었다.

2021년 3월 이주노동자들의 집단 감염이 발생하자 서울과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는 사업장에 고용된 외국인들에게만 의무적으로 진단검사를 받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바이러스는 국적을 가리지 않았지만, 검사는 국적에 따라 달라졌다. 같은 사업장에 일하는 노동자 중에서 한국 국적을 가진 선주민이나 이주민은 의무 검사 대상이 아니었지만, 외국 국적을 가진 이주/외국인은 의무 검사를 받아야 했다. 휴일 아침부터 선별진료소에 길게 늘어서 검사를 기다리는 이주/외국인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사회적 폭력이자 낙인이었다.
 
2019년 8월 26일, 건강보험의 차별에 반대하는 이주민과 시민단체들의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청와대 앞에서 열렸다.
 2019년 8월 26일, 건강보험의 차별에 반대하는 이주민과 시민단체들의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청와대 앞에서 열렸다.
ⓒ 이주민 건강보험 차별 폐지를 위한 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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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정책의 소외계층에 대한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 차원이었다는 지자체의 설명은 더욱더 절망적이었다. 감염병의 전파, 치료, 대응에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면 재난지원금과 방역물품 지원에서 외국인노동자를 배제한 채 일률적인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내릴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백신 접종에서 우선순위로 고려하거나, 이주노동자 집단 숙소 등 거주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환경개선 작업이 이루어졌어야 한다.

실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농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를 필수인력으로 분류하여 1순위로 백신 접종을 진행하기도 했고, 싱가포르는 2020년 4월 이주노동자 기숙사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하자 전면적인 환경개선을 시행했다. 이주노동자들에게 선상 호텔을 임시숙소로 제공하고, 총리는 싱가포르 사회에서 이주노동자의 의미를 강조하며 코로나 상황에도 고국으로 떠나지 않고 일터를 지켜준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건강권은 인간의 기본권이고, 이는 체류자격이라는 형식적 기준에 따라 차별받아서는 안 되는 권리이다. 사회적으로 이주민을 동등한 권리주체로 인식하고 호명하는 수준이 높아질수록 보편적 인권으로서의 건강권의 보장도 함께 높아질 것이다.

코로나19 방역 정책에서 드러난 또 하나의 문제는 방역 정보에 대한 접근권이 차별적이었다는 점이다. 한국어에 익숙하지 못한 이주민들은 쉴 새 없이 울리는 방역 정보의 내용은 이해하지 못하고, 공포감만 높아졌다. 질병관리본부 등 공적 기관에서 제공하는 방역 정보는 한국어로만 제공되었기 때문에 방역 정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그나마 서울시에서 코로나19 관련 정부 지침을 13개 언어로 번역하여 제공하였지만 충분하지 않았다. 언어적 소통의 장벽은 이주민들이 일상적인 의료기관에서도 자주 느끼는 문제이다. 모든 의료기관에서 외국인 통역사를 고용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공공병원에서는 의료관광객이 아닌 전체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의료통역사 양성과 공급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민간 의료기관과 협력하여 통역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보장성은 높이고 진입장벽은 낮추고

이를 위해서는 이주/외국인의 건강보험제도를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정부는 2019년 7월 국내에서 6개월 이상 체류하는 외국인은 건강보험을 의무 가입하도록 제도를 바꾸었다.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고액의 치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거주 외국인들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보험 가입범위를 확대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구체적인 제도의 내용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주민에 대한 잘못한 이해와 차별적인 편견으로 사실상 외국인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정반대의 제도가 되어버렸다.

우선, 분명한 것은 이주민은 자신이 낸 보험료의 60% 정도에 해당하는 의료서비스를 제공받는 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 의료보험은 매년 수천억 흑자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발표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이주민이 낸 보험료는 9733억 원이었고 이주민에게 사용된 급여는 7478억 원으로 산술적으로 2255억 원 흑자를 보았다. 2020년에는 흑자 폭이 5729억으로 늘었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외국인 노동자의 의료급여 지급사례 중 일부를 언급하며 '밥상 숟가락 얹기'라고 표현하거나, 정부기관인 보험공단조차 외국인 보험자의 '먹튀 사례'라고 발표하였는데, 그 발언 자체의 팩트도 틀렸고, 무엇보다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를 밥숟가락 따위에 비교하는 '비문명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 부끄러운 발언이다.

현행 이주민 의료보장제도는 정반대로 개선되어야 한다. 체류자격에 따른 가입 제한을 없애고, 국내 체류 기간에 따른 가입 기간 예외 조항도 마련해서 자격취득 요건을 낮추어야 한다. 소득 등에 상관없이 전년도 선주민의 의료보험료 평균액을 부과하는 보험료 산정기준도 바뀌어야 한다. 외국인 개인의 소득을 고려하여 보험료를 합리적으로 부과하거나, 소득이 낮은 외국인에 대해서는 보험료를 재조정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를 결정짓는 건강정책이니만큼 다른 제도와 관련짓지 말아야 한다. 지금은 보험료를 체납하는 경우 체류자격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체류 관리 뿐만 아니라 어떠한 제도도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 선주민들의 경우 보험료가 체납되더라도 보험급여가 제한되지 않는데, 이주민의 경우에는 1회만 미납되더라도 급여가 제한되는 것도 차별적이다. 사회보험으로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추고 그 보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공공병원의 운영기관이자 중앙정부의 정책에 조응하여 지역 주민들의 보건과 안전을 책임지는 자치기관이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한국 국적이 아니더라도 외국인으로서 지역의 생활 관계가 밀착될 때는 예외적으로 선거권을 부여하고, 거주 외국인 숫자를 반영하여 중앙정부로부터 교부금을 받는 등 국가 기관과 달리 상대적으로 외국인 주민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과 책임이 더 크다. 이번 6.1. 지방선거는 코로나 이후 처음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에서, 코로나19를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개선하고 모두가 건강한 지역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제대로 된 건강정책이 마련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조영관은 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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