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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병원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미등록이주아동 의료지원 경과보고 및 건강권 토론회’를 열었다.
 녹색병원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미등록이주아동 의료지원 경과보고 및 건강권 토론회’를 열었다.
ⓒ 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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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출신의 미등록 이주민 A씨에게 2021년은 '기적'이었다. 아이를 병원에 데려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20년 아이를 낳았을 적엔 상상도 못한 일이다. 아프면 참고, 그래도 아프면 약국에서 타온 약으로 버티는 게 미등록 이주민 가족의 일상이다.

A씨의 1세 아들이 지난해 지원받은 의료비는 총 215만 원. 아이가 어깨, 팔, 손에 2도 화상을 입어 병원을 찾은 후, 장염, 인두염, 기관지염 등을 앓을 때마다 병원 치료를 받았다. 지난해에만 16번을 갔다. 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 소속 병원들이 지난해부터 시행하는 '미등록이주아동 의료지원사업' 덕분이다.

녹색병원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미등록이주아동 의료지원 경과보고 및 건강권 토론회'를 열고 지난해 5월부터 지난 4월까지 1년 간의 사업 경과를 공개했다. 의료 서비스 사각지대에 처한 미등록 아동·청소년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녹색병원을 포함한 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 소속 병원 62곳이 참여한 사업이다.

총 215명의 아동·청소년이 818건의 진료를 받았다. 215명의 75%인 162명이 국내 출생 아동들이다. 지원된 진료비는 총 5970여만 원이다. 매 의료비의 80%는 후원기관인 금융산업공익재단이 지원했고 나머지 20%는 각 의료기관 사업비에서 지급됐다.

818건 진료 중 78% 가량이 소아과 진료였다. 산부인과(67건), 내과(25건), 외과(19건), 약국(22건), 가정의학과(16건) 등이 뒤를 이었다. 나머지는 치과(10건), 정형외과(9건), 피부과(5건), 신경외과(1건) 등이었다. 산부인과는 여성 청소년들의 자궁경부암백신 접종으로 진료 빈도가 높았다.

질환별로 보면 영유아 예방접종이 가장 눈에 띈다. 전체 800건 중 426건이 예방접종 수다. 영유아 필수 예방접종은 미등록 이주아동이 한국 사회에서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의료 지원임에도 적지 않은 미등록 이주민 가족이 이용하지 못한다. 사회적으로 고립된 탓에 정보를 알지 못하고 각종 증빙자료를 내야 할 두려움에 병원을 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탓이다.

정애향 녹색병원 지역건강센터 의료사회복지사는 "특히 코로나 시기엔 보건소 업무 과중 등의 이유로 보건소의 영유아 필수예방접종 업무가 대책 마련없이 중단됐었다"며 "본 지원으로 필수 접종이 이뤄질 수 있었고 공적 자원의 공백을 메꾸는 안전망 역할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부모 국적으로는 몽골이 157명으로 가장 많았다. 정애향 복지사는 "주 사업수행기관인 녹색병원 인근에 몽골 국적 부모가 많이 거주한다"며 "몽골 이주민 커뮤니티도 활성화된 편이고 재한 몽골 학교가 의료 지원을 의뢰한 영향도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밖엔 베트남 29명, 필리핀 19명, 이집트와 우간다 각 3명, 태국·인도네시아·파키스탄·라이베리아가 각 1명으로 나타났다.

"4인 가족 월 200만원으로 생활... 건강권 악영향"
 
지난 2020년 10월 28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미등록 이주아동과 청소년 기본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은 이주배경아동·청소년 기본권 보호 네트워크 등의 주최로 열렸다.
 지난 2020년 10월 28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미등록 이주아동과 청소년 기본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은 이주배경아동·청소년 기본권 보호 네트워크 등의 주최로 열렸다.
ⓒ 고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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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업에 참여한 경기 시흥의 신천연합병원에선 사업 기간 동안 총 33명의 아동이 101건의 외래·입원 진료를 받았다. 신천연합병원도 이 중 예방접종이 54건으로 가장 비중이 높았고 인두염 진료가 18건으로 뒤를 이었다. 그 외에도 장염, 발열, 세기관지염, 구내염, 부비동염, 기관지염, 신생아 황달, 썩은 이 치료 등이 있었다.

의료 지원을 받은 가정의 환경을 함께 조사한 안소정 신천연합병원 마을건강센터 상임활동가는 "어머니인 여성 이주민의 경우 대부분 일을 그만 두기 전엔 140~150만원 월급을 받았고, 남편들의 급여도 200~250만원 선으로 대동소이했다"며 "그러나 월세는 30만원이 넘고 어린이집 비용도 한 달에 50~90만원이 나간다. 미등록 이주 아동은 미등록이란 이유로 각 지자체의 보육비 지원금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안 활동가는 또 "5살 난 딸과 2살 난 아들을 둔 한 베트남 출신 미등록 이주민은 두 아이를 키우느라 경제적 활동을 거의 하지 못한다. 출산 후 남편과 헤어져 그로부터 양육비를 겨우 받아 생활하고 있었다"며 "아이 둘 모두 베트남 대사관을 통해 출생신고도 하지 못해 '출생 미등록 무국적 상태'"라고 심각성을 전했다.

법무부는 미등록 아동이 처한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의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지난 1월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아동에 체류 자격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만 6세 미만에 입국한 경우 초·중·고교를 다니거나 고교를 졸업한 경우 6년 이상 체류한 자, 그 이후 입국한 경우 7년 이상 체류했다면 고교 졸업시까지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등의 안이다.

그러나 안 활동가는 "부모의 불법체류에 적용하는 범칙금 문제가 남아있다. 한 파키스탄 미등록 이주민 가정의 아이가 체류자격을 얻었으나 그 부모에게 범칙금이 1300만원 가량 나와 긴급 모금을 한 적이 있다"며 "법무부는 법칙금을 감면한다고 했지만 입증책임이 당사자에게 있는 상황에서 언어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얼마나 제대로 된 감면을 받을지는 불확실하다"고 비판했다.

지원책, 16개 시·도 교육청 중 서울시만

16개 시·도 교육청 중에서 미등록 이주 아동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한 곳은 서울시교육청 한 곳 뿐이다. 2021년 8월 기준 서울시 초·중·고교 등을 다니는 미등록 이주아동은 총 926명으로 집계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월 1인 당 최대 200만원의 의료비를 지원하는 MOU를 녹색병원·금융산업공익재단과 함께 체결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의료비의 50%를, 나머지 50%는 녹색병원과 금융산업공익재단이 부담하는 방식이다.

한은경 재한몽골학교 학생실장은 남은 과제로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학교를 통해 제공한다거나 문제가 발생되면 지속적인 관리나 치료로 이어지도록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건강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그래야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며 "또 자살충동 등 정신적·심리적 위기에 처한 아이들이 적지 않게 보이지만, 실무자 입장에서 그때마다 적절하게 대처할 여력과 정보, 찾을 수 있는 지원책 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정미 전 중앙육아종합지원센터장은 "체류자격과 상관없이 현재 교육권을 보장하는 방식처럼 미등록 아동들에게 보편적인 의료서비스 수혜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2021년 인권위에 따르면 국내 미등록 이주아동이 약 2만명으로 추정되지만 실태 파악도 제대로 돼있지 않다. 서울시부터 미등록 아동의 건강권 실태조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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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기자입니다. 제보 young@ohmynews.com / 카카오톡 rockyrkd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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