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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노 좋아 좋아 좋아~ 아메리카노 진해 진해 진해 어떻게 하노 시럽 시럽 시럽~ 빼고 주세요 빼고 주세요"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어지는 노래 '10cm'의 명곡 <아메리카노>. 이왕 가사를 만들 때 시럽 말고, "빨대 빨대 빨대 빼고 주세요"라고 불렀으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반가워할 책이 출간됐다. 한국 최초의 리필스테이션 '알맹상점'이 쓴 첫 책 <알맹이만 팔아요, 알맹상점>(위즈덤하우스)이다.

제로웨이스트 '운동권'들의 실험
  
알맹상점 표지
 알맹상점 표지
ⓒ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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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상점'은 언론보도 등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졌다. 다 쓴 샴푸 통이나 화장품 용기를 보면서 '새로 사기 아깝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본 소비자들은 빈 용기를 들고 와 알맹이만 사가는 가게의 참신한 콘셉트에 박수를 보냈고, 실제로 매장은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젊은 세대들의 핫플로 떠올랐다.

하지만 '알맹상점'이 처음부터 '핫플'은 아니었다. 처음 시작은 망원시장에서 장바구니를 대여하고 일회용품을 줄이자는 취지로 시작한 알맹 캠페인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세 대표(책의 공동 저자 고금숙, 이주은, 양래교)는 아무리 둘러봐도 화장품이나 세제를 알맹이만 살 수 있는 곳이 한국에 없다는 걸 깨닫고 좌절했다. 그럼 직접 해보자는 생각으로 자주 드나들던 동네 카페(카페엠) 한구석에 다섯 종류의 세제를 놓고 팝업숍을 연 게 '알맹상점'의 작은 씨앗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카페엠 운영자가 바뀌고 인테리어 공사가 시작되면서 리필 가게 실험도 끝이 났다. 망원시장 캠페인으로 얼떨결에 열었으니 이만 문을 닫는 게 맞았다. 그러나 이미 나는 물건을 파는 영리 행위에 사회적 메시지를 끼워 파는 비영리성 '프로 파간다'에 빠져버렸다.

착한 소비는 없고, 소비로 사회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도 없다. 하지만 물건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 한 사람의 완벽한 실천보다 모자르고 어설프고 가끔씩 자빠지는 100명의 실천이 사회적 물결을 만든다. 마음의 장벽을 허물어뜨리는 작은 물건을 타고 사람들의 일상에 착착 감겨들고 싶다. 집회의 '팔뚝질'에 리필 펌프질의 '팔뚝질'을 더하고 싶다. 말통 밑바닥에 깔린 내용물을 퍼올리기 위해 팔뚝살 떨리는 가열찬 펌프질을 해본 사람이야말로 제로웨이스트 '운동권'이다! 이 동지들과 함께 가겠다. (투쟁!)
 
세상 모든 처음이 그랬듯 '알맹상점'의 시작도 만만치 않았다. 무포장 제품을 납품받기 위해 제조회사에 전화를 걸면 '포장 없는 제품'은 유통이 어렵다는 이유로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화장품을 덜어 팔기 위해서 평균 합격률이 15퍼센트를 밑도는 '맞춤형화장품제조관리사' 자격증을 획득한 이야기는 무술인이 되기 위해 '철사장'을 수련했다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환경을 위해서 하는 일이 왜 이리 어려워야 하는지?

<알맹이만 팔아요, 알맹상점>은 다양한 먹거리로 가득한 삼단도시락 같은 책이다. 1부에서는 알맹상점의 시작부터 서울역에 2호점을 낸 과정까지 엿볼 수 있는 '환경 운동가'들의 고군분투기를 다룬다. 한 편의 재미있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듯 땀내나는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도시락 같은 이 책의 두 번째 반찬은 지금 당장에라도 실천할 수 있는 쓰레기 줄이기 활동과 다양한 캠페인에 대한 소개다. 이 부분만 따로 떼어내면 말 그대로 '제로웨이스트' 운동의 교과서로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친절하게 정리했다. 헷갈리는 쓰레기 분리배출 팁부터 각종 제품의 재활용, 재사용 팁까지 대방출한다.

세 번째 반찬은 세 명의 대표가 깐깐한 기준에 맞춰 고른 친환경-제로웨이스트 물건에 대한 소개다. 알맹상점이 제품 고르는 기준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인데 간단하게 정리하면 1. 유통 중 쓰레기가 제로이길 2. 다시 쓰고 다시 쓰여지길 3. 지구가 덜 아픈 소재이길 4. 탄소가 배출되지 않길. 5. 만드는 사람도 존중받길 6. 동물성 말고 동물만 사랑받길 바라는 마음으로 제품을 선택했다고 한다. 

책을 읽고 나서 슬며시 망원동 시장에 있는 '알뜰상점'에 다녀왔다. 작은 매장이 20~30대 여성들로 가득했다. 손님들 사이를 돌아다니다 종이로 만든 북스탠드 하나를 골라 계산대에 섰는데, 마침 집에서 모아둔 우유 팩을 한 보따리 내미는 손님이 있었다. 우유 팩 등의 쓰레기를 가져오면 재생 화장지를 나눠주는 '알맹상점'만의 활동을 직접 목격한 것이다.

"하지만 꿈을 꾸겠다"
  
알맹상점 망원점
 알맹상점 망원점
ⓒ 허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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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보니 껍데기를 거부하고 알맹이만 사기 위해 '용기 낸'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알맹상점이 가능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죽하면 환경 활동가들마저 친환경 실천을 '즐거운 불편'이라고 할까. 하지만 불편해도 지속해서 쓰레기와 목소리를 모아준 사람들의 노력과 연대가 있었기에 '플라스틱 프리'의 꿈이 조금씩 현실이 되어가는 것 아닐까.
 
나는 이 글을 코로나로 인해 쏟아지는 수많은 일회용품 쓰레기와 마스크 끈에 걸려 죽어가는 새들의 사진을 보며 쓴다. 세상에는 절망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 넘쳐난다. 가끔 너무 늦어버린 것 같아 눈물이 나고 '기후 우울증'을 겪는 젊은 세대의 마음에 공감한다. 하지만 꿈을 꾸겠다. 우리에게 아직 행동할 시간과 의지가 남아 있다고 믿고 싶어서, 그 믿음을 벼리기 위해 나는 절망하지 않고 사부작사부작 몸을 움직인다. - p.259

알맹이만 팔아요, 알맹상점 - 용기를 내면 세상이 바뀌는 제로웨이스트 습관

고금숙, 이주은, 양래교 (지은이), 위즈덤하우스(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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