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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천희순의 학생들은 다양하다. 초등학생들에게는 동화를 읽어주고 대학생에게는 동화창작법을 강의한다. 그 중에는 동화작가를 꿈꾸는 엄마들도 있다.

지난 3월 이수지 작가가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안데르센상을 한국 최초로 수상했을 때, 내가 떠올린 건 바로 동화작가를 꿈꾸는 엄마들이었다. 현실의 엄마들은 동화창작 강의를 들을 시간을 별도로 마련하기가 어렵다. 이들 엄마들을 대신해 동화작가 되는 법을 천희순 작가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동화작가 천희순
 동화작가 천희순
ⓒ 최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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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을 '못' 그려도 동화작가가 될 수 있나요?
"흔히 동화는 그림과 글, 둘 다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어요. 사실 스토리만 잘 써도 동화작가를 할 수 있답니다. 이수지 작가의 <여름이 온다>는 그림책으로 라가치상, 안데르센상을 수상받은 작품이죠. 동화에서 글이나 그림 또는 둘 다 하든지 선택하면 돼요. 글 동화작가 중 <마당을 나온 암탉>, <나쁜 어린이 표>의 저자 황선미,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의 저자 베르너 홀츠바르트 등 글만 쓰는 작가도 많아요."

- 본격적으로 엄마를 위한 '동화쓰기' 비법을 들려주신다면.
"첫째, 엄마가 아니라 아이가 재밌어야 해요. 대학에서 학생들이 작품 칭찬을 했는데 아이들이 재미없다고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 반대인 경우도 있죠. 주변에서 별로라고 했던 작품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니 반응이 좋았어요. 아이들의 놀이 방식을 소재로 쓴 작품이었거든요. 그렇다고 아이들의 반응이 무조건 정답은 아니에요. 중요한 건, 동화에는 아이들의 삶이 묻어 있어야 해요.

예비작가들에게 '뭘 쓰면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우선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보세요. 우리는 누구나 어린 시절 에피소드가 있죠. 그걸 소재로 활용해 보면 좋아요. 예를 들어 넘어지는 아이에게 다른 아이가 손을 잡아주는 장면이 있어요. 작가는 손을 먼저 건네는 아이를 통해서 교훈을 주려고 해요. 반면에 아이들은 인물이 넘어지는 장면이 재밌다고 느낄 수 있죠. 아이러니죠. 이야기를 고를 때 고통스러운 장면보다는 모두가 행복한 장면을 먼저 그려보는 게 좋아요.

둘째, 동화작가가 되려면 공모전 경험이 중요해요. 출판사나 신문사에서 주최하는 동화 공모전은 1년 내내 있어요. 그러나 동화작가가 되고 싶은 많은 학생이 원고만 쓰고 싶은데 꼭 공모전에 나가야 하는지 물어요. 그럴 때마다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라고 말해요. 자신이 쓴 동화를 출판사에 내면 동화 작가가 될 수 있어요.

공모전을 준비하는 과정은 동화작가가 되는 것을 공부하는 과정과 비슷해요. 공모전을 준비하려면 심사위원들의 성향도 분석해야 하고 기존 당선작들의 경향도 파악해야 해요. 이 과정을 통해 수십 권 혹은 수백 권의 동화책을 읽어야 할 수도 있어요. 그 자체로 동화작가가 되기위한 공부 과정이 됩니다. 당선된 작품들의 공통점은 '공감'과 '마음의 울림'이 있다는 거예요. 열심히 쓰고 많이 써서 자신의 글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가면 공모전에 응모하는 것을 권해요.

셋째, 공모전에 내지 않는다면 독립출판하는 방법도 있어요. '작품이 괜찮은 것 같은데 신춘문예나 공모전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라고 느끼는 학생들도 있어요. 물론 심사위원이 작품을 선정할 때 자신의 스타일이 아니라고 뽑지 않는 것은 아니에요. 심사위원을 믿고 작품을 제출하는 것이 중요해요.

다만, 공모전 스타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출판사에 투고하는 방법을 쓰면 되요.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은, 출판사들은 예비 동화작가들의 투고를 많이 받아요. 그렇게 되면 출판사 투고나 공모전이나 다 경쟁을 하게 됩니다. 여러 곳에 최대한 투고하고 응모를 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엔 그림책을 중심으로 독립출판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넷째, 공모전에 떨어져도 실력은 남아요. 공모전은 작품만을 평가하지는 않아요. 응모한 사람이 동화작가로 계속 활동할 수 있는지에 대한 능력과 자세에 대한 평가도 같이 합니다. 예를 들어 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작가가 된다고 해도 사실은 사회 초년생이죠. 이때부터 많은 작가들과 함께 경쟁을 하게 돼요. 등단을 하면 끝이 아니라 시작이죠. 첫 작품만 내고 동화를 계속 못 쓰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직업인으로서의 동화작가를 키워내려고 하는 것이 공모전이 가진 순기능 중 하나입니다.

막연하더라도 일단 여러 가지 공모전을 알아보고 작품을 쓰는 게 먼저예요. 일 년에 한 번 있는 공모전은 예비작가에게 좋은 목표물이에요. 신춘문예 이외에도 다양한 공모전 일정을 잡으면서 작품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계획적인 글쓰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또 예비작가들이 많이 물어보는 질문은 문학상의 기준이에요. 문학상에서 어떤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알아두어야 할 점은 작가는 세상을 보는 눈이 깊어야 해요. 그래야 작품에 깊이가 느껴져요.

공모전에 당선되고자 한다면 첫 번째로 기본적인 문장력, 두 번째는 재미, 세 번째는 말하고자 하는 것이 잘 녹아 있는 것. 이 세 가지가 중요해요. 아무리 좋은 내용을 가진 작품이어도 아이들이 읽기 어렵게 쓰면 안 돼요. 얘기가 너무 평범하더라도 자연스럽게 읽히고 그 안에 의미가 있다면 좋은 작품이에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중요합니다.

다섯째, 아이들과의 대화가 곧 동화예요. 보통 동화작가가 되려면 선배 작가에게 배우거나 예비작가들끼리 모여 자신의 작품을 내놓고 합평회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소통은 한계가 있습니다. 작가들끼리만 이야기하게 되죠. 중요한 것은 독자인 아이들하고 놀아보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아이와 대화를 많이 하고 쓴 작품들은 아이들 반응이 달라요. 모든 동화작가는 숨겨진 공저자가 있습니다. 바로 아이들입니다.

엄마의 경우 아이들을 집에서도 볼 수 있지만 한 명에서 서너명이 자기 아이들만 만나게 됩니다. 그러니 일부러 많은 아이들과 만날 기회를 넓혀야 합니다. 저는 그런 이유에서 도서관에서 하는 동화읽기 수업에 많이 나갑니다. 조카랑 만나서 놀기도 합니다. 봉사 활동을 하러 가기도 합니다.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이들을 만나는 건 마음의 준비도 많이 필요합니다.

너무 이야기에 집중하지 마세요. 아이들은 친해져야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잘 노는 동화작가가 돼보세요. 이야기를 하고 즐겁게 놀 수 있어야 아이들의 마음도 볼 수 있고 생각하는 작품의 반응도 확인하고, 웃고 떠드는 아이들 속에서 동화로 쓸 만한 아이템을 얻기도 합니다. 요즘에 구상하고 있는 얘기를 하면 아이들이 반응하잖아요. '재미있어요'라든가 '누가 그런 얘기를 해요'라든가 그런 반응들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거죠.

여섯째, 가르치는 동화가 아닌 공감을 써야 해요. 앞서 말했듯이 아이들은 이유를 물어보면 '그냥요', '몰라요'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해요. 이럴 때 작가는 상황을 추측하는 것이 필요해요. 소설이든 동화든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이야기처럼 쓰는 거예요. 저는 그것도 공감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믿게 만드는 거죠.

아이들의 머릿속에는 어떤 느낌이 있는데 표현력이 부족해서 잘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작가는 단답형의 이야기를 해석하고 작품에서 표현을 더 해줘야 해요. 아이들의 상황은 어쩌면 어른과 같을 수 있어요. 친구와 오해가 생길 때를 떠올리면 그렇죠.

결국에는 눈높이예요. 내가 그 아이가 돼 보는 거죠. 작가는 작품 속에 인물이 돼야 하잖아요. 어른이 잔소리하는 동화가 돼서는 안 되죠. 아이들한테 가르치는 동화가 아니라 아동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그러면서도 스스로 깨닫는 정도가 좋아요.
 
천희순 작가의 동화 <나는 선생님이랑 친구한다>
 천희순 작가의 동화 <나는 선생님이랑 친구한다>
ⓒ 최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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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째, 캐릭터가 완벽할 필요는 없어요. <나는 선생님이랑 친구한다>의 주인공 희경이는 어렸을 적 저와 닮았어요. 저도 주인공 희경이처럼 선생님과 친하게 지내는 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부러워했어요. 이런 기억 덕분에 이야기를 잘 쓸 수 있었어요. 작가들이 글을 쓸 때 굳이 멀리 있는 것을 갖고 와서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자기 본인의 스타일로 쓸 수 있지만 내가 제일 잘 아는 걸 쓰는 게 유리하겠죠. 내가 생각하는 것을 쓰는 게 제일 자세하게 쓸 수 있잖아요.

수업에서도 강조하는 부분이자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것은 탄탄한 배경지식이에요. 내가 쓰고 싶은 얘기의 배경지식을 잘 모르면 공부하면 돼요. 예를 들어 의학 관련 이야기를 쓴다고 하면 소재 거리가 괜찮다고 지식 없이 무작정 쓰면 부족한 부분이 생겨요. 의사들이 봤을 때 '무슨 의사들이 이래, 이건 말도 안 돼'라는 평가가 나오면 공감과 믿음이 깨지게 되겠죠.

여덟째, 작가에게 치유가 되는 동화를 쓰세요. 동화에 나오는 주인공은 좋은 성과를 거두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저는 어린 시절에 이루지 못했던 걸 주인공이 해내면 치유가 돼요. 아이들이 읽을 만한 이야기를 쓰는 동시에 자신을 다독여주는 게 동화라고 생각해요.

작가가 지향하는 세계는 반드시 있어야 해요. 지향하는 바가 있긴 하지만 그걸 강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끔 하는 게 동화작가가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해요. 아이의 마음속에 들어가서 내가 아이가 되어 보는 거예요. 이런 게 갖추어지면 세상에 빛나는 작품들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예요!"

동화작가 천희순은
천희순 작가는 2006년 <국숫집 순이> 로 제14회 MBC창작동화 대상을 수상했다. 책으로는 <움푹산의 비밀>, <나는 선생님이랑 친구한다>, <14일의 약속>과 <꼬마작가를 위한 창작동화 만들기> 그림책으로는 <알록달록 크레파스> 등이 있다. 현재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아동문학론'을 강의하고 있고 도서관에서는 독서놀이터 수업, 예술치유연구소 앨리스와토끼에서는 아동작가를 위한 동화 쓰기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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