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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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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3일)로 용산 대통령 집무실로 출근한 지 나흘째다. 윤석열 대통령이 구중궁궐이라 했던 청와대에서 출입기자를 했을 때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불편함을 용산 청사에서 겪고 있다.

바로 용산 청사 출입자에 대한 '보안앱'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지난 10일 윤 대통령 취임식이 있었던 날부터 지금까지 용산 청사를 출입하는 일부 기자들은 매일매일 대통령 경호처와 이 문제로 부딪히고 있다.

 매일 휴대폰 카메라에 '사용금지' 스티커를 붙이는 이유
 

직원들과 취재진이 드나드는 지하 1층 입구(대통령은 1층 정문 또는 지하주차장을 통해 별도의 출입구로 출근)에선 휴대전화에 보안앱을 깔았는지 검사한다 '경호와 보안'을 이유로 휴대전화 사진촬영과 녹음, 테더링(인터넷 공유 기능) 등을 통제하는 애플리케이션(앱) 설치해야 한다. 그 때문에 이곳을 오갈 때마다 휴대전화 검사를 받고 있다.

'보안앱' 설치 확인은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에 한해서다. 아이폰용 보안앱은 없다. 그래서 임시 방편으로 카메라 부분에 '사용금지' 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경호처는 향후 출입시 아이폰은 소지할 수 없게 한다고 공지했다. 

이같은 경호처 직원들의 강력한 보안앱 설치 압박에 앱을 깐 사람도 있고, 설치를 '당했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항의를 표시하고 보안앱을 깔지 않은 기자들도 많다. 나는 앱을 깔기보다는 출입할 때마다 휴대전화 카메라 렌즈에 '사용금지'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매일 아침 가방 등 소지품을 엑스레이 검색대에 넣고, 몸수색을 받고 통과하는 것에 대해서는 적극 협조할 수 있다. 아무래도 대통령과 같은 건물에 기자실이 있으니 대통령의 안전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보안앱 설치는 다르다.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기자의 취재를 어렵게 하고 자유를 침해하는 요소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보안 준수 의무를 지는 대통령실 직원들과 기자는 다르다. 기자는 보안을 지키는 게 아니라 대통령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리는 게 임무다. 사진과 녹음은 취재의 '증거'다. 용산 청사 내부에서 취득한 사진과 녹음이 대통령 신변에 해가 될 우려가 있다면 이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공개 여부는 기자의 판단에 맡기는 게 언론을 존중하는 태도다. "제왕적 대통령제 상징 청와대는 취임과 동시에 국민 품으로 돌려드렸다"(10일 강인선 대변인)고 했는데, 기자들에게 보안앱 설치를 요구하는 게 과연 그 취지에 맞는 일인지 의문이다. 

김건희 여사 '국정내조' 샌드위치 사진 단독?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내 브리핑 공간인 오픈라운지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내 브리핑 공간인 오픈라운지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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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철통같은 보안규칙을 뚫고 용산 청사에서도 단독 사진 기사가 나왔다. 지난 12일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국정내조'로 비공개 회의 참가자들에게 샌드위치를 대접했다는 내용의 미담 기사가 샌드위치를 먹고 있는 사람들의 사진과 함께 보도됐다. 해당 기사에는 대통령실에서 기자들에게 공식 배포한 적이 없는 사진이 실려 있었다.

사진을 찍은 장소는 청사 내 사무실로, 기자들이 갈 수 없는 보안구역이다. 가능성은 두 가지. 먼저, 회의 참석자가 찍어 기자에 전달했을 수 있다. 보안앱을 깔았거나 렌즈에 스티커를 붙였으면 불가능한 일인데, 무단으로 찍어 기자에 전달했으니 경호처 보안규칙 위반이다. 두 번째 가능성은 대통령실 전속 사진사가 찍었을 경우다. 물론 보안규칙 위반은 아니다. 하지만 두 번째라면 이 사진을 출입기자 모두에게 공개하지 않고 한 언론사에만 제공해 기사거리를 준 게 된다. 

회의 참석자가 찍었다면 경호처의 보안규칙이 특정 인사에겐 예외가 된 것이다. 전속 사진사가 찍었다면 비공식 자료 배포로 특정 언론사에만 기사거리를 준 차별이다. 이같은 차별적 자료 제공은 '언론사 길들이기'의 방편으로 쓰이곤 한다는 건 언론계 상식이다.

아이폰, 대통령실에선 쓸 수 없다

기자들은 아직도 경호처와 다투고 있지만, 아이폰용 보안앱이 없다는 이유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바꾸는 대통령실 직원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개인정보 침해에 대항하는 보안기능은 안드로이드폰보다 아이폰이 훨씬 더 강력하다는 건 정설이다. 한국에선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사례로 공인된 사실이 됐다.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검찰의 수사로부터 자신을 지켰다. 

하지만 대통령실에서 안드로이드 보안앱이 의무화되면 기자들과 직원들은 아이폰을 쓸 수 없게 된다. 카메라와 녹음이 안 되는 스마트한 휴대전화를 들고 취재를 하는 기자들은 증거 없는 기사를 쓰고 대통령실이 제공하는 자료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출근 때마다 반려견 토리의 배웅을 받는 윤 대통령의 모습은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토리는 대통령의 반려견으로서 그 역할을 해내고 있다. 기자의 역할은 '워치 독(Watch Dog)', 권력에 대한 감시견이다. 기자가 반려견이 아니라 워치 독의 본분에 충실하도록, 언론의 자유 또한 소중히 여겨주길 부탁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김건희 여사의 배웅을 받으며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김건희 여사 배웅받으며 출근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김건희 여사의 배웅을 받으며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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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윤석열, #용산 집무실, #보안앱, #기자실, #아이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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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대통령실 마감하고, 서울을 떠나 세종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진실 너머 저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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