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100개의 별, 우주를 말하다>표지
 <100개의 별, 우주를 말하다>표지
ⓒ 갈매나무

관련사진보기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수많았던 우리의 이야기들/ 바람같이 간다고 해도 언제라도 난 안 잊을테요.' 라일락이 피는 이 계절이면 늘 흥얼거리는 가수 윤형주가 부른 <우리들의 이야기> 노랫말이다. 대개 사람들은 많다는 걸 표현할 때 밤하늘의 별만큼 많다고 하는데, 밤하늘에 별은 정말 얼마나 많을까? 그걸 다 세어 본 사람은 있을까?

생각만 해도 아련해지고 없던 감성도 돋아나게 하는 낭만의 대명사, 별! 윤동주의 '별 헤는 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알퐁스 도데의 '별'을 비롯하여 무수한 문학과 예술 작품의 모티프가 되고 철학적 사유의 근원이 된 별이야말로 어쩌면 인류의 삶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끼친 대상 중 하나가 아닐까?

이런 별에 대해 낭만적 감성은 살짝 내려놓고 천문학, 물리학을 비롯한 과학적 관점에서 별을 조목조목 파헤친 흥미로운 책이 있다. 독일의 천문학자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의 <100개의 별, 우주를 말하다>이다. 책은 우주와 별의 일생에서부터 각종 천문학적 지식은 물론 신화와 역사 그리고 별을 향한 인간의 열망 등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다. 

<지금 지구에 소행성이 돌진해 온다면>, <소행성 적인가 친구인가>, <우주, 일상을 만나다>를 비롯한 다수의 책을 출간한 인기 천문학 블로거이기도 한 프라이슈테터는 별에서 온 우리는 별로 돌아갈 것이므로 별을 생각하는 시간은 인류와 우주의 역사와 미래를 생각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장자는 <남화경> 소요유편에서 '朝菌不知晦朔 蟪蛄不知春秋 此小年也'(조균부지회삭 혜고부지춘추 차소년야)라 했다. 하루살이는 그믐과 초하루를 알지 못하고, 쓰르라미와 매미는 봄가을을 알지 못하니 이것들은 생이 짧은 것들이라고 말하는데, 프라이슈테터의 <100개의 별, 우주를 말하다>를 읽다 보면 인간의 삶이 바로 그렇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정말로 공전주기에 따라 윤회를 할까?
 
"대부분의 행성이 자기가 지나간 자리로 다시 돌아오는 공전주기를 가지고 있듯이,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일은 모두 2500만 년을 한 주기로 되풀이해서 일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2500만 년이 지나면 우리는 윤회의 윤회를 거듭하다 다시 지금과 똑같이 이렇게 여기에 모여서, 우리 곁으로 온 별을 쳐다보며 또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될 겁니다."  소설 <은비령> 중에서
 
이순원의 소설 <은비령>에 등장하는 천문학자는 별을 바라보며 윤회에 관한 이런 낭만적이고도 매혹적인 이야기를 한다. 덕분에 2500만 년 주기설이 진짜가 아닐까 살짝 고민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 낭만적 서사의 근거가 될만한 별이 있다. <100개의 별, 우주를 말하다>에서 32번째로 소개되는 별, 네메시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저자에 따르면, 1984년 천문학자 마크 데이비스, 피에트 헛, 리처드 뮬러는 6500만 년 전에 공룡 대멸종을 불러왔던 소행성 충돌이 일회성이 아니며, 그런 전 지구적 재앙은 평균 2600만 년에 한 번씩 일어나는데, 그것의 유발자는 아마도 태양의 동반성 네메시스일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

또한 고생물학자 데이비드 라우프와 잭 셉코스키 역시 수억 년 전의 화석을 연구한 뒤 대량 멸종이 약 2600만 년 간격으로 나타나는 듯하다고 발표했고, 뮬러와 지질학자 앨버레즈 역시 지구의 충돌 분화구 연대 측정에서 비슷한 주기를 발견했는데, 어떤 이유로 지구가 규칙적인 간격을 두고 소행성이나 혜성과 충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충돌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네메시스를 지목했는데, 문제는 네메시스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네메시스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발견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결국 네메시스는 가상의 항성으로 입증되었고, 우리의 태양은 동반성 없이 우주를 누비는 외로운 별로 남아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만약 네메시스가 발견된다면 2500만 년 주기설의 윤회 이야기도 입증될 수 있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138억 년 된 우주가 너무 젊다니!

인간의 수명이 많이 길어졌다고는 하지만 길게 잡아 100년 정도의 삶을 사는 인간은 생로병사를 겪는 유한한 존재다. 그렇다면 별은 어떨까? 별에게도 삶이 있고 죽음이 있을까? 있다면 도대체 별은 몇 살까지 살까?

저자는 별이 내부에서 핵융합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을 동안에만 별이라고 설명한다. 핵융합이 없으면 별은 불안정해지고 적색거성, 적색왜성, 백색왜성 등의 단계를 거쳐 결국 소멸한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1982년 천문학자 존 포크너와 한스 리터가 <쌍성인 Z Chamaeleontis에 '흑색왜성'이 있을까?>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는데, 흑색왜성은 백색왜성의 다음 단계 즉 죽은 별이다. Z Cha는 지구에서 316광년 떨어진 카멜레온자리의 쌍성으로, 적색왜성 하나와 백색왜성 하나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적색왜성은 별 가운데 가장 작은 별들로, 태양보다 훨씬 질량이 작은 별이고, 백색왜성은 더 이상 별이라고 할 수 없는 천체로, 중간 크기의 항성이 핵융합을 끝마친 상태를 말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런데 Z Cha의 백색왜성은 동반성인 적색왜성이 굉장히 가까이 있어서 적색왜성의 가스가 백색왜성으로 계속해서 흘러 들어가 다시 폭발적인 핵융합이 시작되어 밝게 빛을 발하고 있다고 한다. 즉 죽음을 향해 꺼져가던 별이 다시 살아난 경우다.

하지만 동반성의 수명이 끝나버리면 그것도 끝이 나고 백색왜성은 별의 잔재로 계속 식어가고, 어두워져 가다 어느 순간 완전히 식어버려서, 주변 우주처럼 차가워지는데, 그러고 나면 흑색왜성, 즉 차갑고 어두운 죽은 천체가 되는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다만 그 상태까지 가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한다. 최소한 1000조 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흑색왜성이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없다'이다. 이유는 이제 겨우 138억 년 된 우주가 흑색왜성을 배출하기에는 너무 젊다는 것이다. 1000조 년이라는 무한대에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에야 Z Cha의 백색왜성은 흑색왜성이 될 수 있다고 하니, 여기에 비하면 인간의 삶은 결국 장자가 이야기하는 하루살이나 쓰르라미의 삶과 같은 것 아닐까.

131억 년 전으로부터 온 소식!

도시의 강한 불빛 아래선 별을 고작 10개 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1956년 미국의 천문학자 도리트 호플리트는 육안으로 별을 세보고 목록을 작성했는데 그 수가 무려 9095개라고 한다. <예일 밝은 별 카탈로그 Yale catalogue of Bright Stars>가 바로 그가 작성한 목록이다.

이 목록에는 육안으로 볼 수 있는 9095개의 별에 관한 모든 중요 데이터들이 들어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러나 보통 사람이 호플리트처럼 9095개의 별을 다 찾아볼 수는 없을 것이고, 본다고 해도 구별이 쉽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니 별에 관해 상세히 알고 싶다면 이야기 솜씨가 탁월한 천문학자가 들려주는 <100개의 별, 우주를 말하다>를 읽어 보는 건 어떨까?

거기에는 93억 4000만 년 전에 출발해서 지구에 도착한 이카루스MACS J1149 Lensed Star1와 지구에 도달하는 데 131억 년이 걸린 ULAS J1342+0928의 빛을 비롯하여 사연도 다양한 재미난 별 이야기들이 들어 있으니 말이다. 우리가 지금 바라보는 이 별빛들이 지금은 생사를 알 수도 없는 먼 과거 별들의 소식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숙연해진다.

저자인 프라이슈테터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과 같은 물리학과 화학, 천문학 등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전문적 분야의 이야기들을 전혀 지루하지 않고 아주 재미나고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별들은 인류의 문화와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인류를 지금의 인류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별빛은 인류가 신화와 이야기를 지어내도록 해주었을 뿐 아니라 기술적 능력을 발휘하고, 철학적 사고를 하도록 자극을 주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류가 하늘에 매혹된 이유는 그곳에 별이 있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말을 떠올리며 오늘 밤에도 별을 본다.

덧붙이는 글 |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 지음, 유영미 옮김, 이희원 감수, 갈매나무 펴냄, 2021년 1월


100개의 별, 우주를 말하다 - 불가해한 우주의 실체, 인류의 열망에 대하여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 (지은이), 유영미 (옮긴이), 이희원 (감수), 갈매나무(2021)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