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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 일대 아파트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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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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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불과 5년만에 정권교체를 당한 까닭은 하나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의 실패'가 정권교체의 주된 이유 중 하나라는 데에는 거의 모든 사람이 동의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자 중 으뜸으로 지목되는 인사가 김수현 전 정책실장이다. 김 전 실장이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의 원흉이고, 김 전 실장에게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을 온전히 물을 수 있다면 차라리 간명한 일일지 모른다. 그런데 이것은 그리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본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에 관해 처한 딜레마적 상황

먼저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실패했다고 평가할 때, '실패'의 정의를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

서울 및 수도권을 기준으로 할 때 문재인 정부 취임 초에 비해 퇴임 시 공동주택 기준 2배 이상 오른 가격이 실패의 가장 큰 근거로 보인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견이 적을 것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에 대해 어떤 정책기조를 가지고 있었길래 민심이반을 넘어 정권심판론으로까지 번진 주택 가격 폭등을 막지 못했던 것일까?

문재인 정부는 '주택 공공성 강화'를 부동산 정책의 핵심기조로 내세웠다. 문재인 정부가 틈만 나면 '서민 주거안정 및 실수요자 보호'를 표방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주택 공공성 강화'라는 정책기조를 관철시키기 위해 ▲투기수요 근절 ▲실수요자 보호 ▲생애주기별·소득수준별 맞춤형 대책의 3대 원칙 하에 포용적 주거복지를 위한 주택시장 안정책과 실수요자 중심의 지원·공급책을 추진한다고 강조해왔다.

문재인 정부가 표방한 부동산 정책의 핵심기조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3대 원칙은 나무랄 데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왜 이런 정책목표 달성에 실패했을까?

주지하다시피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은 성장률과 고용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산업이다. 부동산은 전후방 연관산업의 규모가 손에 꼽히게 크며 당연히 고용인구가 많고 공인중개사, 이사, 인테리어 등 자영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굉장하다.

또한 부동산은 가계 자산의 8할에 이를 정도로 가계자산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지녔다. 이젠 부동산 소유 여부, 소유한 부동산의 위치, 소유한 부동산의 규모 등에 따라 신분과 계급이 결정될 지경이다. 한편 부동산은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각종 보증 등등의 방식으로 금융과 긴밀하게 연계돼 있다. 

이런 부동산의 주거로서의 용도 이외의 다층적인 성격은 어떤 정부이건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회피하게 강제한다. 주택소유자가 유권자의 절반이 넘는다는 사실은 정부의 이런 경향을 더욱 강화시킨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스탠스는 대략 시장의 경착륙은 극구 회피하면서 가격 급등은 제어하는 것에 가까웠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표방한 부동산 정책기조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3대 원칙 이면에는 '경착륙 회피 그리고 가격 급등 방어'의 목표가 존재했다고 봄이 상당해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가격 급등을 막지 못한 내인(內因)과 외인(外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오후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국무위원 및 장관급 초청 오찬을 마친 후 본관 테라스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오후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국무위원 및 장관급 초청 오찬을 마친 후 본관 테라스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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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런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다 좋은데 어째서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가격 급등 제어에 실패했는가? 나는 문재인 정부의 실력 및 용기부족(내인, 內因)과 코로나 펜데믹(외인, 外因)이 가격 급등 통제를 실패하게 만든 주된 원인이라고 본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은 이미 2014년 가을부터 시작된 부동산 대세상승이 한창이던 때였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 경착륙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는지 문재인 정부는 2018년 9.13대책 전까지는 시장참여자들의 투기심리를 진정시킬 만한 대책을 투사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핀셋'이라 불리는 미시적 대책들을 축차적으로 투입했을 뿐 아니라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12.13)'을 발표해 매매시장의 교란요인을 자초하는 정책적 패착을 저질렀다. 

문재인 정부가 2018년 세제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주택시장 안정대책(9.13)', 수도권 공공택지 확보를 통한 주택 30만호 공급을 핵심으로 하는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9.21)', 3기 신도시 건설을 핵심으로 하는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 및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방안(12.19)'을 잇달아 발표하고, 1.5%이던 기준금리를 2018년 11월 30일 1.75%로 올리자 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문재인 정부가 취임 직후부터 세제 및 대출 등에 대한 강력한 통제를 통해 2014년부터 불어오던 투기의 불길을 끄려고 노력하지 않은 건 시장 경착륙에 대한 공포와 시장을 잘못 읽은 오독이 결합한 결과였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또한 이는 당시 청와대 사회수석을 맡으며 부동산 정책을 총괄한 것으로 알려진 김수현 전 실장에게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게 시장을 안정시킬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18년 9.13대책(세제정책) 및 기준금리 인상(통화정책)이 집중되면서 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찾았고 거래량은 빙하기 수준으로 떨어졌다. 문재인 정부는 이 기회를 살렸어야 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을 가계부채 등에 대한 구조조정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고통스럽더라도 이를 뚝심있게 밀고 나갔어야 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기준금리는 2019년 7월 18일 1.5%, 2019년 10월 16일 1.25%로 떨어졌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구조조정을 포기하고 부채주도 성장을 하겠다는 선포였다. 부동산 시장은 급속도로 원기를 회복했다. 문재인 정부의 용기 부족이 뼈 아픈 대목이다.

그 이후에 미증유의 코로나 펜데믹이 대한민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강타했고 기준금리는 2020년 5월 28일 실효하한인 0.5%까지 곤두박질쳤다. 유동성이 홍수를 이루자 부동산 시장도 통제 불능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문재인 정부의 불운이라고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실력과 용기가 있었더라면 집권 초반에 부동산 시장을 하향 안정화시킬 수 있었을 것이고, 그랬더라면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한 유동성 홍수 시기의 부동산 가격 폭등 충격을 상당부분 흡수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코로나 펜데믹이 없었더라면 극단적으로 완화적인 통화정책은 없었을 것이므로 2020년과 2021년의 부동산 가격 폭등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말해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에 관한 한 비르투(virtu)도, 포르투나(fortuna)도 없었던 정부였던 셈이다. 

책임이 있는 만큼만 책임을 묻는 게 옳다
 
청와대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김수현 정책실장이 2019년 4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귓속말하고 있다.
▲ 귓속말하는 노영민 비서실장 청와대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김수현 정책실장이 2019년 4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귓속말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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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전 실장은 2018년 11월 9일에 사회수석에서 정책실장으로 영전한 뒤 2019년 6월 2일 경질됐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김수현 전 실장의 책임을 논할 수 있는 기간은 2017년 5월부터 2019년 6월 2일까지다. 

김수현 전 실장에게 문재인 정부 취임 초 부동산 시장 하향 안정화 실패의 책임 중 상당 부분을 묻는 건 정당하다.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그러나 코로나 펜데믹 이후의 부동산 가격 폭등의 책임을 김 전 실장에게 묻는 건 온당치 않아 보인다.

특정인에게 한 정부의 정책 실패의 책임을 오롯이 묻는 건 온당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김 전 실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죄를 지었더라도 죗값에 상응하는 처벌을 하는 것이 맞는 것처럼, 우린 책임을 질 사람에게 그 사람이 져야 할 책임만큼만 추궁해야 옳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처한 딜레마적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있나?
 
1기 신도시 현안 점검 및 평촌신도시 노후 아파트 현장방문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일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의 한 아파트를 찾아 홍지선 경기도주택도시실장으로부터 브리핑을 받고 있다.
 1기 신도시 현안 점검 및 평촌신도시 노후 아파트 현장방문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일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의 한 아파트를 찾아 홍지선 경기도주택도시실장으로부터 브리핑을 받고 있다.
ⓒ 인수위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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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는 문재인 정부 심판을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윤석열 정부에게도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를 던져준다. 아직까지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에 관해 어떤 정책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그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정책수단들을 동원할 것인지는 알려진 바는 없다. 

분명한 것은 윤석열 정부도 시장의 경착륙은 막으면서, 가격 급등도 제어해야 하는 딜레마적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윤석열 정부에게 한결 불리한 것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시점이 세계적 통화긴축의 출발시점과 겹친다는 점이다. 2014년 이후의 부동산 대세상승이 완화적 통화정책 탓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고, 통화정책이 긴축기조로 돌아선 이상 부동산 시장의 조정은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서울 및 수도권의 주택 가격은 어떤 논리로도 합리적 설명이 불가능할 정도로 비싸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격언은 자산시장에선 영원한 진리다.

이런 객관적 조건 속에서 윤석열 정부는 어떤 정책목표를 천명할 것이며, 그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정책수단들을 동원할 것인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함으로써 정권심판론은 유통기간이 끝났다. 윤석열 정부는 이제 홀로 링 위에서 시장과 맞서야 한다. 시장은 문재인 정부보다 상대하기가 10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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