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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제2차 세계대전 승전(전승절) 77주년을 맞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은 서방의 공세에 대한 선제 대응이었으며 전적으로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제2차 세계대전 승전(전승절) 77주년을 맞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은 서방의 공세에 대한 선제 대응이었으며 전적으로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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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이 권력을 놓지 않기 위해 핵무기 같은 극단적 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국가정보국장인 에이브릴 헤인즈는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를 언급하며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패배는 푸틴 정권에 실존적 위협"이라며 푸틴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주장했다.

군사력의 사용 유형은 선언적 사용과 실제적 사용으로 나눠볼 수 있다. 선언적 사용이 군사력의 사용 경고나 과시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인데 반해 실제적 사용은 말 그대로 실제 사용을 통해 현상 변경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러시아는 미국과 나토의 개입을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핵무기 사용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과 나토가 이를 무시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폭적인 무기 지원 등에 나서자 러시아는 점차 실제적인 양상으로 핵무기 사용을 언급하고 있다.

푸틴은 전쟁의 승리를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것인가?

에이브릴 헤인즈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한 날 알렉산드르 그루시코 러시아 외교차관은 기자회견을 열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선제적 핵공격을 배제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군사교리를 갖고 있다. 여기에 모든 것이 명백하게 적혀있다"고 답했다.

그가 말한 '군사교리'는 2020년 러시아가 공개한 '핵 억지력 분야 국가정책 원칙'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문서에 적시된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기준은 다음과 같다.
 
▲ 적의 핵무기 또는 탄도미사일 발사에 관한 확실한 정보가 입수될 경우 ▲ 주요 국가·군사 시설에 대해 사이버나 전자기 공격 등에 의해 피해가 막대할 경우 ▲ 적의 재래식 무기 공격이 러시아의 존립을 위협할 경우 ▲ 상대방의 극초음속 미사일과 공격용 무인기 등이 근접 배치되는 상황 (이성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푸틴의 핵위협 위도와 한반도 안보에 대한 시사점' 국가안보전략연구원, 2022. 3. 28)
 
러시아 입장에서 자국의 핵무기 사용과 관련한 군사교리로만 보면 당장 핵무기를 사용하더라도 문제 될 것이 없는 상황인 셈이다. 여기에 핵무기 사용과 관련한 러시아의 기준이 지속적으로 낮아져 온 점도 주목해야 한다.

1993년 러시아는 핵무기의 '선제 불사용 원칙'을 파기했고 1999년엔 군사독트린을 통해 전술핵무기의 사용개념을 채택했다. 2014년에는 상대국의 핵 공격뿐 아니라 자국 안보에 치명적인 재래식 무기 공격에도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앞서 언급한 군사력의 선언적 사용과 실제적 사용은 명확히 분리된 것이 아니라 상호 연관되어 작용하는 관계다. 즉, 선언적 사용이 효과가 없을 경우 좀 더 강한 메시지를 주기 위해 실제적 사용 위협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자칫 실제 사용에 이르게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북한의 핵 무력 사용 원칙 변화, 러시아와 닮아 보인다

시야를 돌려 한반도의 상황을 살펴보자. 지난 4월 25일 북한이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을 기념해 진행한 열병식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핵무기를 전쟁 억제뿐 아니라 '국가의 근본이익'을 침탈하려는 시도가 있을 때에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북한 핵 무력의 사명이 전쟁 억제에 있지만 우리가 원치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까지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사명에만 속박되어 있을 수 없다"며 핵무기의 선제적 사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는 북한의 핵 무력이 "미국의 핵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이며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원칙의 전면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여기에 지난달 초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남조선이 우리와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 부득이 우리의 핵 전투무력은 자기 임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라며 남한에 대한 핵무기 사용 가능성도 언급했는데 이 역시 북한의 핵 무력의 대상이 미국에 한정된 것이라는 원칙의 변화로 읽힌다.

북한의 핵 무력 사용 원칙의 변화는 러시아의 변화과정과 많은 측면에서 닮아 보인다. 북한의 영변 핵시설이 재가동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고 21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 즈음해 7차 핵실험이 있을 것이라는 한미 정보당국의 분석과 예상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제 막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첫 국방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내용을 담은 '3축체계' 능력의 획기적 강화를 천명했다. 우크라이나와 한반도에서 핵전쟁의 위험이 고조되는 불안한 봄이 지나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의 뉴스레터 watch M 이슈브리프 5월호에 실린 내용을 수정한 글입니다.


태그:#핵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김정은, #한반도 평화,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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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대한 감시와 비판적 제언'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Civilian Military Watch)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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