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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2021년 10월 28일 국정원에서 열린 정보위원회의 국정원 국정감사에 출석, 감사준비를 하고 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2021년 10월 28일 국정원에서 열린 정보위원회의 국정원 국정감사에 출석, 감사준비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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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신임 국가정보원장을 임명하기도 전에 현 박지원 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교체기에 국정원장 자리만큼은 공백을 두지 않았던 과거 정권과 다른 모습이다. 새 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국정원장 공석 상태를 만든 것은 안보 공백뿐 아니라 인사청문회를 요식행위로 치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오마이뉴스>가 국정원 및 국회 정보위원회 복수 관계자를 통해 취재한 내용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측이 11일 오전 박지원 원장에게 국정원장 직에서 사퇴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변인실은 같은 날 오후 2시께 "윤 대통령이 김규현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을 국정원장으로 지명했다"고 언론에 공지했고, 박 원장은 오후 4시께 페이스북에 "5월 11일자로 국정원장 직을 떠난다"는 이임사를 올렸다.

11일 오전 사퇴 통보... 오후2시 신임 국정원장 지명 발표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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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장은 2003년 이후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이기 때문에 지명이 곧 임명이 아니다. 5월 말, 6월 초 열릴 걸로 예상되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김규현 후보자가 최종 임명된다 하더라도 약 3주 간 국정원은 수장이 없는 상태로 운영되는 셈이다.

당초 박 원장은 "5월 9일까지는 국가와 국민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께 그리고 5월 10일 (윤석열) 당선인께서 대통령에 취임하고 원장이 새로 오기 전까지는 새 대통령께도 충성하는 것이 도리"라고 공식 발표했었다.

이 발표 때 여러 언론은 "박 원장이 취임 때부터 강조해 온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비롯해 국정원장으로서의 책임을 끝까지 다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선언과 달리 박 원장은 윤 대통령이 김규현 후보자를 지명한 직후 퇴임을 발표했다. 

'직무대행' 1차장도 함께 내정... 전례 찾기 힘든 일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국가정보원 원장에 김규현(사진 왼쪽)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국가정보원 1차장에 권춘택 UNGC 한국협회 사무총장을 내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국가정보원 원장에 김규현(사진 왼쪽)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국가정보원 1차장에 권춘택 UNGC 한국협회 사무총장을 내정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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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국정원장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의 정부교체기 사례에 비춰 봐도 이례적인 일이다. 

이명박 정부의 원세훈 국정원장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인 2013년 3월 21일까지 직을 유지했다(다음날 남재준 원장 취임). 박근혜 정부의 이병호 국정원장 역시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인 2017년 6월 1일 퇴임했다(다음날 서훈 원장 취임).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로 넘어갈 때도 마찬가지였다(신건에서 고영구로 교체될 때도 노무현 당시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03년 4월 공백 없었음). 

다만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넘어가면서 국정원장 자리에 공백이 발생했는데, 이는 대선 직후 '김만복·김양건 대화록' 유출 사건이 있었고, 당시 김만복 국정원장이 이 일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국회 정보위원회 관계자는 "남북관계, 북한 미사일 등 한반도가 위기의 상황"이라며 "아무리 교체기라 하더라도 정보와 안보 분야는 공백이 없도록 하는 게 맞다"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김규현 후보자를 지명했을 뿐만 아니라 국정원 1차장에 권춘택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사무총장을 내정했다. 통상 국정원장직이 공백일 경우 1차장이 직무를 대행하는데, 기존 박선원 1차장도 박지원 원장과 함께 국정원을 떠나 권 내정자가 직무를 대행하게 됐다.

한편, 박 원장은 이임사를 통해 "저는 국정원을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개혁의 주체로 세우고 보복을 단절시켰다. 이제는 미래로 가야 한다"며 "과거 국정원장은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렸다고 하지만 이제는 제가 걸어가도 땅에 있는 새가 안 날아간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렇게 국정원은 완전히 개혁됐고 지금도 개혁 중"이라며 "그동안 고마웠다. (국정원 직원) 여러분의 원장이어서 진심으로 행복했다.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도 감사드린다. 저는 개혁된 국정원을 존경하고 직원 여러분을 사랑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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