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 'Love Me More'를 발표한 샘 스미스

신곡 'Love Me More'를 발표한 샘 스미스 ⓒ 유니버설뮤직

 
나는 샘 스미스를 좋아한다. 20세기의 소울 보컬들의 족적을 따라간 목소리, 유려한 팔세토의 고음은 매우 품격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그의 목소리는 디스클로져의 'Latch' 같은 댄스곡에서도, < 007 스펙터 >의 오프닝을 장식한 'Writing's On The Wall'처럼 장중한 곡에서도 빛을 발한다.

라이브에서는 더 훌륭하다. 2018년 가을에 펼쳐진 내한 공연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고척돔의 열악한 음향 환경을 무색하게 만드는 목소리였다. 이 공연 이후 나는 지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늘 이렇게 말한다. '내가 직접 들은 최고의 보컬은 이소라, 그리고 샘 스미스다'라고. (관련 기사 : 2만 관객 울린, '첫 내한' 샘 스미스의 무지갯빛 노래 http://omn.kr/1a895)

생각해보면, 샘 스미스의 노래는 언제나 나와 함께 있었다. 군대에서 CDP가 닳도록 들었던 1집 < In The Lonely Hour >는 군부대의 회색빛 생활관을 아름답게 비춰주는 소리였다. 우연히 친구의 부고를 접한 후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Lay Me Down'을 들었던 날도 기억한다. 떠난 연인을 그리워하는 노래이긴 하지만, 마음껏 울어도 괜찮다고 위로하는 듯했다. '코로나 블루'가 극한에 달했던 2020년에는 'To Die For'를 즐겨 들었다. '핑크 레모네이드를 마시며, 사랑하는 사람을 갈구한다'는 그의 울부짖음에 적극적으로 공감했다. 나를 알아주는 누군가의 노래처럼 느껴졌다. 

자신을 대면한다는 것

그의 노래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그 특유의 진솔한 자기 고백이다. 누군가는 자신을 젠더 퀴어로 정체화한 소수적 정체성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정체성 뿐 아니라 샘 스미스는 언제나 개인적인 서사를 노래에 녹여내는 뮤지션이었다.

그래미 올해의 신인상을 비롯, 4개의 트로피를 안긴 첫 데뷔 앨범 < In The Lonely Hour >부터 그랬다. 샘 스미스가 '자신의 일기장'이라고 표현한 이 앨범에는 'Stay With Me'와 같은 수줍은 사랑 고백도 있었고, 외로운 시간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2집 < The Thrill Of It All >(2017)과 3집 < Love Goes >(2020)를 거쳐, 그의 노래 속에서 외로운 시간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늘어갔다. 홀로 술을 마시며 울기에 바빴던 'Young(2020)'이 대표적인 곡이다.

지난 4월 28일, 샘 스미스가 신곡 'Love Me More'를 발표했다 영화 <디어 에반 핸슨>의 OST에 참여한 이후 7개월 만의 신곡이다. 샘 스미스의 특유의 멜랑꼴리 멜로디를 머금은 곡이지만, 동시에 개인에 대한 굳센 응원과 위로를 담은 곡이기도 하다. 샘 스미스는 이 노래를 소개하면서 '자기 자신을 몰아붙이고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을 위한 노래'라고 말했다. 샘 스미스는 팬데믹 가운데에 있었던 2020년, 공황 장애와 우울증, 불안에 시달렸다. 그러나 이 시기를 거쳐 그가 내린 결론은 '자신에 대한 사랑'이었다.

"Everyday I'm tryin' not to hate myself
매일 나는 나 자신을 싫어하지 않고자 노력해

But lately it's not hurtin' like it did before
하지만 이제 예전처럼 괴롭지 않아

Maybe I am learning how to love me more
아마 나를 더욱 사랑하는 방법을 배운 것 같아

- 'Love Me More' 중


팬데믹 이후, 우리는 그 어느때보다 자신을 홀로 마주할 시간을 많이 부여받았다. '코로나 블루'가 휩쓸고 간 가운데에도, 자신을 위로해야만 했다. 고독을 노래하기에 바빴던 샘 스미스는 이제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노래한다. 전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긍정의 태도다. 지난 5월 2일,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제가 사라졌다. 마스크를 벗고 바깥 공기를 들이마셔도 과태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햇살이 좋은 날, 마스크를 벗은 채 걸으며 'Love Me More'를 듣고자 한다.
샘 스미스 LOVE ME MORE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아홉.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