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우승 10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 서울 SK 나이츠와 안양 KGC 인삼공사의 경기. SK 주장 최부경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선수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 SK 우승 10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 서울 SK 나이츠와 안양 KGC 인삼공사의 경기. SK 주장 최부경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선수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농구 서울 SK가 역대 최고의 시즌을 화려한 피날레로 장식했다. 5월 10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정관장 KG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SK는 안양 KGC인삼공사를 86–62로 제압하고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4년 만의 우승을 거머쥐었다.
 
SK는 지난해 여름 열린 KBL 컵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정규리그 1위(40승 14패)에 이어 플레이오프 우승까지 첫 '트레블(3관왕)'이라는 위대한 금자탑을 세웠다. 챔프전 우승은 2000-2001시즌, 2017-2018시즌에 이어 역대 3번째이지만 정규리그-챔프전 '통합우승'은 구단 역사상 최초다.
 
올시즌부터 지휘봉을 잡은 전희철 감독은 부임 첫 해 만에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거두는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김선형은 챔피언결정전 5경기에서 17.4점 6.8어시스트로 맹활약하며 팀동료 최준용(19.0점 7.0리바운드)과 자밀 워니(22.6점 11.8리바운드)를 제치고 기자단 투표에서 유효 95표 중 66표를 획득하며 챔프전 MVP에 선정됐다. 이로써 김선형은 정규시즌(2012~2013시즌)과 올스타전(2013~2014, 2014~2015, 2015~2016시즌)에 이어 챔피언결정전 MVP까지 모두 석권한 역대 다섯 번째 국내 선수가 됐다
 
SK는 프로농구 출범 2년차인 1997-1998시즌부터 합류했고 초창기 청주 연고 시절을 거쳐 자리잡았다. 창단 3년 만에 1999-2000시즌 첫 우승을 달성했고, 2000-2001 시즌에도 4강, 2001-2002 시즌에는 준우승을 기록하며 빠르게 프로농구의 강호로 부상했다. 하지만 서울로 연고지를 이전한 후 간판스타였던 서장훈의 FA 이적을 기점으로 우승 멤버들이 하나둘씩 흩어지면서 긴 시련기가 찾아왔다.
 
2002-2003 시즌부터 2011-2012 시즌까지는 SK 농구단 역사에서 '잃어버린 10년'으로 꼽힌다. 이 기간 SK가 봄농구 무대에 나간 것은 단 1회(2007-2008 시즌)에 불과했고 최고 성적은 정규 리그 5위와 6강전 패배에 그쳤다. 서울이라는 연고지와 내로라하는 스타 선수들, 검증된 베테랑 감독들, 구단의 과감한 투자까지 KBL 최고의 인기팀이 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도 항상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KBL의 영구 미스터리', '모래알 군단'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SK가 오랜 암흑기를 청산하고 다시 비상하기 시작한 것은 2012년부터였다. 문경은 감독-전희철 코치 체제로 재정비에 나선 SK는 2012-2013 시즌에는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2017-2018시즌에는 무려 18년 만의 역대 2번째 챔프전 우승을 달성했다. 전희철 감독이 지휘봉을 이어받은 올시즌까지 포함하여 SK는 최근 10년간 6번이나 정규리그 3위 이상의 호성적을 달성했고 이 중 1위만 3번(2019-20시즌은 공동 1위)이나 기록했다.
 
이 기간 플레이오프에는 5회 진출했는데 이 중 2019-2020시즌은 코로나19로 플레이오프가 부득이하게 무산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6회 진출이나 마찬가지다. 여기서 SK는 챔프전 2회 우승, 1회 준우승을 달성했다. 명실상부 KBL을 대표하는 명문의 반열에 올랐다고 하기에 손색이 없다.
 
SK 부활시킨 전희철 감독
 
SK 우승 10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 서울 SK 나이츠와 안양 KGC 인삼공사의 경기. SK 선수들이 승리 후 전희철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 SK 우승 10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 서울 SK 나이츠와 안양 KGC 인삼공사의 경기. SK 선수들이 승리 후 전희철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 연합뉴스

 
문경은 감독에서 전희철 감독으로의 승계는 KBL에서 발전적인 감독교체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2020-2021시즌 우승후보로 꼽히던 SK가 8위라는 저조한 성적에 그치면서 구단은 10년간 함께해왔던 문경은 감독을 과감히 물러나게하고 전희철 코치를 감독으로 승격시켰다.
 
감독은 바뀌었지만 사실상 전희철호는 전임인 문경은호의 연장선상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희철 감독은 10년간 문경은 감독을 코치로서 보좌하며 환상의 콤비를 이뤘고, SK의 핵심선수층과 팀의 스타일은 이미 문경은 감독 시절에 구축된 틀을 그대로 계승했다. 하지만 전희철 감독은 여기에 자신만의 리더십과 색깔을 가미하면서 전임 감독 시절의 단점과 징크스를 극복해냈고, 비슷하지만 또다른 팀으로 SK를 부활시켰다.
 
전 감독은 데뷔 첫 시즌부터 자신이 '준비된 감독'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애초에 SK가 전희철 감독을 선임한 이유는 완전히 새판짜기보다는 분위기 전환을 통한 재도전에 가까웠다. 이를 잘 이해한 전 감독 역시 문경은 감독 시대의 주축 선수들과 팀컬러를 연속성 있게 이어가면서 기존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노선을 선택했다.
 
자밀 워니와 최준용의 부활이 대표적이다. 두 선수는 뛰어난 농구재능에도 불구하고 멘탈 문제로 악동 취급을 받으며 지난 시즌 팀 부진의 최대 원흉으로까지 꼽혔던 선수들이다. 하지만 전 감독은 두 선수에 대한 굳건한 신뢰를 드러내며 재신임했다. 워니는 평균 22.1득점 12.5리바운드 3.1어시스트, 최준용은 평균 16득점 5.8리바운드 3.5어시스트로 활약하며 나란히 외국인과 국내선수 MVP를 휩쓸며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여기에 전 감독은 부상에서 돌아온 김선형을 중심으로 SK의 강점인 드롭존과 속공 위주의 공격농구를 부활시켰고, 첫 무대인 컵대회부터 매 경기 초보 감독답지 않은 안정된 경기운영과 빠른 상황판단으로 자신의 역량을 증명했다. SK는 정규리그에서 1라운드 7승 2패로 시작부터 좋은 모습을 보였고 시즌 중반에는 파죽의 15연승으로 구단 최다 연승기록까지 갈아치우며 일찌감치 독주체제를 구축했다.
 
위기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3월초 김선형, 워니가 잇달아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선수단을 덮친 코로나19 악재로 KT의 거센 추격을 허용하며 다 잡았던 우승을 놓칠 뻔한 아찔한 순간도 있었지만, 최준용-안영준과 식스맨들의 분전으로 고비를 넘겼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오리온을 스윕하고 올라온 챔피언결정전에 올랐으나 올시즌 상대전적에서 유일하게 1승 5패로 밀렸던 디펜딩챔피언 KGC인삼공사라는 부담스러운 상대를 만났다.
 
우승이다 10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 서울 SK 나이츠와 안양 KGC 인삼공사의 경기. SK 선수들이 승리를 거둔 뒤 환호하고 있다.

▲ 우승이다 10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 서울 SK 나이츠와 안양 KGC 인삼공사의 경기. SK 선수들이 승리를 거둔 뒤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챔프전은 정규리그와 달랐다. 정규리그에서 KGC의 외곽포에 고전했던 SK는 히든카드로 준비한 비장의 스위치 수비가 위력을 발휘하며 오마리 스펠맨과 변준형, 오세근, 문성곤 등 주축 선수들이 잇달아 부상에 허덕인 KGC를 무력화시켰다. 김선형-최준용-워니의 삼각편대는 공수 패턴을 뻔히 알고서도 못막을 만큼 위력적이었다. SK는 3차전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고비없이 KGC를 압도하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전희철 감독은 김승기 안양 KGC 감독 이후 2번째로 프로무대에서 선수(2001-2002시즌 대구 오리온)와 코치(2017-2018시즌 SK), 그리고 감독으로 모두 우승을 차지하는 진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정식 감독 부임 첫해 통합우승을 이룬 것 역시 전 감독 본인이 선수로 활약했던 시절인 2001-2002시즌 김진 당시 대구 동양 감독에 이어 두 번째 기록이다. 좋은 전력과 환경을 물려받았다는 이점도 있었지만 지난 10년간 SK만의 색깔과 전력을 구축하는 데는 전 감독의 지분이 적지않았던 데다가, 지난 시즌 8위에 그쳤던 팀을 맡아 같은 선수들을 이끌고 우승까지 이뤄냈다는 것은 온전히 운이 아닌 전 감독이 이뤄낸 성과라고 할수 있다.
 
또한 SK의 우승은 KBL에서도 공격농구-자율농구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KBL도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수비와 체력, 조직력을 강조하고, 튀는 것을 싫어하는 보수적인 리그에 가깝다.
 
SK는 조롱받던 암흑기 시절부터 '스포테인먼트'를 강조하며 단지 승부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닌 볼거리와 스토리가 있는 농구, 팬퍼스트적인 마인드를 추구해왔다. SK는 올시즌 정규리그 85.7점으로 평균 득점 1위에 올랐고 특유의 속공을 바탕으로 화끈한 공격농구를 펼쳤다. 또한 KBL에서도 유니크한 스타일로 꼽히는 김선형, 최준용, 워니같은 선수들이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농구스타일과 쇼맨십을 마음껏 펼쳐보일 수 있었던 것도, 선수들의 개성을 존중하는 SK만의 개방적이고 자율적인 팀문화 덕분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2021-2022시즌 SK는 탄탄한 신구조화-절정의 팀분위기-구단의 안정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가장 완벽한 시즌을 보냈다. 내친김에 프로농구에 본격적인 'SK 왕조의 시대'가 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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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SK우승 전희철감독 김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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