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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콜센터 노동자들은 고객의 폭언에도 '사랑합니다, 고객님'을 외쳐야 하는 감정노동자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책 <사람입니다, 고객님>은 '몸'을 다룬다. 통제되고 관리되는 몸, 불평등과 차별에 짓눌린 몸, 다시 거부하고 저항하는 몸.

이 책은 콜센터 노동자들의 몸에 관한 이야기이자 노동자들의 몸에 새겨진 혹독한 노동과 비인격적 통제에 관한 이야기이며, 그 모욕의 무게에 움츠러들었던 몸을 펴고 저항하는 몸으로 변화하는 실천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 사회에는 콜센터 업무에 대한 저평가가 만연하다. 전문적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최저 수준의 임금만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시선이다. 여성에게 특화된 것이라고 여겨지는 친절에 기반한 감정노동이라는 인식과 그에 따른 가치 절하도 한몫한다.

이런 현실에서 낮은 임금 수준이 정당화되고 열악한 노동조건과 노동자들에 대한 비인격적인 감시체제는 묵인되고 은폐된다. 오히려 실시간으로 작업량(콜 수)을 감시·감독하고 화장실 이용마저 통제하는 콜센터의 시스템은, 옛 구로공단의 여공들이 쉼 없이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 속도에 맞춰 제품 조립을 해야 했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콜센터에서는 자동 콜 분배 시스템과 전자적 감시체계를 통해 노동자들에 대한 관리가 더 집요해졌다는 점이다.

감정노동이라는 불충분한 설명

한국사회에서 콜센터 노동은 대개 감정노동의 관점에서 다루어져 왔다. 그러나 콜센터 산업이 발달한 영국과 인도에서는 각각 전자식 판옵티콘, 언어제국주의 등의 문제가 주로 제기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국 사회에서는 감정노동을 중심으로 콜센터 노동에 대한 담론이 형성되면서, 노동시장 분절과 성별임금격차, 여성 지배적 직종에 대한 가치 절하, 노동자들의 신체활동 통제를 극대화하는 업무관리 문제는 온전히 드러나지 못했다. 

김관욱의 책 '사람입니다, 고객님: 콜센터의 인류학'에서는 특히 마지막 부분, 노동자들의 신체에 가해지는 지배와 통제의 메커니즘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상담사들이 고객의 폭언에 '을'의 위치를 자처하며 모욕을 견딜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지 감정 노동의 문제로 환원되지 않는다.

"친절 신속 정확!" 콜센터 업체들이 노동자들에게 강조하는 기조다. 미소 경쟁과 실적 평가로 상담사들의 체력과 감정을 탈진시키면서도 생산량(콜 수)을 유지하려는 기업의 이윤 창출 행위가 만들어낸 현상이 바로 인위적 흡연 천국으로서 콜센터의 모습이다. 

저자는 여성 흡연을 터부시하는 한국 사회 통념과 달리 콜센터에 흡연하기 좋은 환경이 마련된 배경으로 '흡연'을 통한 신체의 순간적 각성을 이용해 상담사들의 신체활동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려는 기업의 전략이 깔려 있음을 지적한다.

고객의 폭언, 많은 콜 수 그리고 정확성까지 요구하는 압박적인 노동환경에서 너덜너덜해진 상담사의 몸과 마음에 가해지는 충격이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담배가 활용되는 것이다. 이윤창출을 위해 노동자들 신체 내부의 화학적 반응까지 통제하는 기업의 조직 관리 방식은, 감정 노동의 렌즈로는 포착하기 힘들었을 모습이다.

거부하고 저항하는 몸의 가능성
 
'지지않으려는 마음'이 하는 일을 보여준 <사람입니다, 고객님>
 "지지않으려는 마음"이 하는 일을 보여준 <사람입니다, 고객님>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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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어서 폭언과 하대에 익숙해져있는 상담사들이 모욕의 무게를 어떻게 끊어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물음으로 옮겨간다. 여기서 크게 2가지 실천, 물리적 중력을 거부하는 '몸펴기 운동'과 사회적 중력에 대항하는 '노동운동'이 탐색된다. '운동'이라는 공통의 낱말을 공유할 뿐 접점이 없는 듯 보이지만, 내 몸, 나아가 내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한 운동이라는 점에서 둘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지향을 공유한다.

콜센터 노동자들이 몸펴기 운동을 통해 노동으로 발생하였으나 감춰졌던 통증을 드러내고 동료들과 공유하는 것. 노동조합의 몸자보 걸기, 집단적인 동시 이석 실천을 통해 모욕의 무게에 얼어붙었던 몸의 굴레를 깨는 것. 여전히 숱한 실패와 좌절에 맞닥뜨리는 가운데서도, 몸들의 단결과 연대를 통한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상상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멸의 구조를 외면하지 않는 힘

저자는 책에서 여러 차례 "지고 싶지 않아서"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가 인용한 정희진의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 쓴다>의 서문에는 약자의 무기는 "적들은 절대로 가질 수 없는 사고방식"에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약자의 시선으로 타인과 사회를 탐구하는 것이 이 무례한 시대에 지지 않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사람입니다, 고객님>은 우리에게 이 '지지 않으려는 마음'이 하는 일을 알려준다. 노동 현장에 작동하는 폭력의 구조와 이를 정당화하는 문화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마음, 노동자의 관점에서 그들이 경험하는 현실을 드러내고자 한 연구자의 '지지 않으려는 마음'은 그 구조 속에서 분투하는 노동자들의 '지고 싶지 않은 마음'을 발견한다.

그 마음은 다시, 대항의 목소리와 몸짓으로 확장되어 더 많은 동료들에게서 지지 않으려는 마음을 일깨운다. 민원인의 폭언, 노동통제, 상담사들을 일회성 방패막이로 세우는 차별적 간접고용 구조, 경쟁 구도 속 동료들 간의 냉혹한 태도까지. 이 모든 것들에 결코 지지 않으려는 이들의 마음은 앞으로 또 어떤 가능성을 우리에게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위험을 개별화하고 약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멸의 구조가 어느 때보다 견고해 보이는 시대에, 그럼에도 이 모멸의 구조에 지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모멸의 구조를 움직이고자 애쓰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강경희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으로 사회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5월호에도 실립니다.


사람입니다, 고객님 - 콜센터의 인류학

김관욱 (지은이), 창비(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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