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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4월 2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출근하고 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4월 2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출근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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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가 '엔젤 투자(신생기업에 자금을 대고 주식을 취득하는 것)' 목적으로 설립한 벤처투자회사가 특정 기업인의 기업 경영권 인수(M&A)에 개입된 정황이 포착됐다. '벤처 투자'라는 본래 목적과 달리 사실상 특정 기업인의 '사금고'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 후보자가 설립한 벤처투자회사 '와이얼라이언스인베스트먼트(아래 Y인베스트먼트)'는 '멜콘'이라는 기업의 주식을 40.3%(최대 주주)까지 매수하는 데 관여했다. 이후 Y인베스트먼트는 자사주를 처분하는 방식으로 멜콘의 최대 주주 지위를 박성택 전 중소기업중앙회장에게 넘겼다. 박 전 회장은 단 10% 주식 추가 매수로 멜콘의 지분 50.3%를 획득하면서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었다.

이 후보자 측은 국회의원 임기를 시작하면서 Y인베스트먼트와 모회사 와이얼라이언스의 대표직을 사임했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모른다는 입장이지만, 와이얼라이언스 주식 114만 762주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후보자가 2019년 7월 설립한 벤처투자회사 Y인베스트먼트는 2020년 약 20억 원 규모의 '1호 펀드'를 조성하면서 동시에 '와이얼라이언스 1호 투자조합(Y투자조합)'의 주식 12억 원가량(지분율 6.81%)을 취득했다. Y인베스트먼트의 지분율로 볼 때 Y투자조합의 자금은 18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영 후보자와 관련된 Y투자조합은 2003년 설립된 '멜콘'의 비상장 주식을 사들여 최대 주주가 된다. SK 하이닉스의 1차 협력사인 멜콘은 반도체 초정밀 온습도 공기조절장치 제조를 주력으로 2020년 매출액 약 285억 원, 순이익 약 90억 원을 기록한 업체로 벤처와는 거리가 멀다. Y투자조합은 2020년 멜콘 주식 25%를 약 182억 원에 한 차례 매수했고, 추가로 15.3%를 매수해 2021년 기준 총 40.3%를 확보했다.

Y투자조합이 멜콘의 1대 주주가 되는 사이, Y인베스트먼트의 주인이 바뀐다. Y인베스트먼트는 2020년 10월 유상증자를 통해 박성택 전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최대 주주인 레미콘 업체 '산하인더스트리'에 지분 32.78%를 내줬다. 이어 올해 1월 와이얼라이언스는 자회사인 Y인베스트먼트 주식 전량을 산하인더스트리에 처분했다. Y인베스트먼트는 박 회장에게 지분을 모두 넘기고 한 달쯤 뒤인 올해 2월 24일 법인해산을 결정했다.

결국 Y인베스트먼트 지분 총 91.11%를 확보하게 된 산하인더스트리는 멜콘의 최대 주주 지위를 획득하게 됐다. 산하인더스트리는 멜콘의 주식 10%를 추가 확보했고, 지난해 12월 Y투자조합의 우호지분 40.3%에 더해 50.3%의 지분율로 멜콘의 경영권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Y인베스트먼트가 박 전 회장의 멜콘 인수에 앞장서는 사이, 정작 벤처투자사로서 해야 할 실질적인 창업투자는 이뤄지지 않았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6월과 8월 Y인베스트먼트가 정당한 사유 없이 1년 이상 계속해서 투자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투자를 이행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비상장회사라 하더라도 M&A(인수합병)로 경영권을 인수하려면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면서 "반대로 재무적 투자자로 조금씩 (지분을 확보해) 들어올 때는 인수자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줄 필요가 없다. 결국 (산하인더스트리가 멜콘을) 더 싸게 인수할 수 있도록 (Y인베스트먼트가) 도와줬다고 볼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결과적으로 벤처투자회사가 개인을 위한 회사가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영·박성택의 경제적 특수관계?
 
2016년 5월 13일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왼쪽 다섯째)과 이영 당시 한국여성벤처협회장(현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을 비롯한 중기·소상공인 단체 대표들이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제28회 중소기업주간 비전 선포식에서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성권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수석부회장,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 이규대 이노비즈협회(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회장, 이영 한국여성벤처협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한무경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백종윤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수석부회장, 한상만 한국프렌차이즈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2016년 5월 13일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왼쪽 다섯째)과 이영 당시 한국여성벤처협회장(현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을 비롯한 중기·소상공인 단체 대표들이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제28회 중소기업주간 비전 선포식에서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성권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수석부회장,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 이규대 이노비즈협회(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회장, 이영 한국여성벤처협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한무경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백종윤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수석부회장, 한상만 한국프렌차이즈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 중소기업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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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 후보자와 박성택 전 회장은 가까운 사이로 보인다. 박 전 회장이 2015년부터 2019년 4년간 중기중앙회 회장을 지내던 시기에, 이 후보자는 2년 동안 중기중앙회 중소벤처기업혁신성장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또 박 전 회장은 이 후보자가 설립한 와이얼라이언스 사내이사와 자회사 Y인베스트먼트 사내이사를 지냈다. 와이얼라이언스의 '1호 펀드' 출자자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019년 11월 <IT조선>의 인터뷰 기사에서 이 후보자는 '우연히 정부 행사에서 만난 박 전 회장의 응원과 격려가 와이얼라이언스의 초석을 닦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정 기업인의 회사 경영에 도움을 주기 위해 벤처투자회사를 활용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이 후보자의 중기부장관 임명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가 장관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이 되기전 설립한 벤처투자회사와 특정 기업인의 관계에 대해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는 박성택 전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산하인더스트리에 연락을 취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산하인더스트리 관계자는 "관련 내용은 중기부 인사청문준비단에 들으라"고 답했다. 

이영 후보자는 중소벤처기업부 대변인실을 통해 "2020년 5월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에 일어난 일로 후보자는 관련 사안을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태그:#이영, #박성택, #와이얼라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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