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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봉명주공>을 제작한 김기성 감독
 영화 <봉명주공>을 제작한 김기성 감독
ⓒ 충북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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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에 조금 특별한 아파트가 있었다. 달랑 1·2층짜리 아파트, '청주 1세대 아파트'라 불리는 봉명주공이다. 본래 아파트라는 것이 작은 면적에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기 위해 짓는 것인데, 봉명주공은 아파트로서의 소임은 다하지 못한 듯하다.

그러나 다소 특이한 건축 때문일까? 봉명주공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있고 가끔씩 회자되곤 한다. 그곳에는 이웃 이상의 공동체가 있었고, 희노애락이 있었다. 이름 모를 꽃과 풀들은 수십여 년 간 그들과 모든 것을 함께했다.

물론 봉명주공은 2019년 재개발로 철거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웃 이상으로 정을 나눴던 사람들, 유난히 많았던 나무와 풀, 꽃들은 이제 없다.

그랬던 봉명주공이 오는 19일 스크린으로 다시 찾아온다. 김기성 감독이 2년 가까운 시간동안 공을 들여 만든 <봉명주공>을 개봉관에서 선보인다. 독립영화이자 다큐멘터리가 일반 상영관에서 개봉되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에서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봉명주공>은 재개발 직전 마지막 모습을 담고 있다. 나무가 잘려나가고 건물이 부서지는 모습이 담겨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재개발 또는 재건축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다만, 재개발 이면에 있었던 사라진 공동체성, 옛것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철거 직전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주민들의 이야기가 있고, 그저 무심히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들의 안타까운 시선이 있다.
   
김기성 감독은 <봉명주공>을 통해 사라져 가는 것들에 주목했다. 주민들이 함께 밥을 먹는 장면, 아이를 기르는 장면, 이웃집 경사에 함께 기쁨을 나눴던 아련한 추억. 그렇게 김 감독은 공동체가 깨지는 장면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앞으로의 작품에서도 더 녹여낼 계획이다.

"사람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잖아요. 현대화되면서 관계가 쪼개지고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해지는 것에 문제의식이나 비판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예술이 할 수 있는 언어로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봉명주공>은 미술(조각)을 전공하던 김기성 감독이 처음으로 만든 영화다. 독일에서 8년 동안 미디어아트를 공부했고 10여 년 전 고향인 청주에 정착하면서 청주의 지역성은 무엇일까, 청주의 문화는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대도시건 소도시건 지역 나름의 특색과 문화가 발달해 있는 유럽의 문화가 부러웠는지도 모른다. 청주만의 무엇. 이것을 예술가의 시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김 감독의 이러한 욕구는 많은 울림을 줬다. 첫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김기성 감독은 앞으로도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 비판의식을 긍정적인 활동으로 이어가고 싶다. 더 많은 사람들이 메시지에 감동하길 바라고 또다른 작품으로 승화되길 바란다.

2018년 만든 문화예술협동조합도 그런 취지다. 김기성 감독은 청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술작가 9명과 함께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조경, 영상, 사진, 공예 등 분야도 다양하다. 이들은 청주지역의 문화 기반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떨어져 있는 지방의 문화를 더 이상 탓하기만 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우리만의 무엇, 우리의 정체성을 찾아 만들어갈 생각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문화예술은 수도권과 지방으로 구분돼 있습니다. 청주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된 것이 정치적인 이유도 있지만 정치적인 문제로만 풀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정책이나 정치보다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지역의 가능성과 잠재성을 찾아나갈 계획입니다. 더 많은 젊은이들이 모이고 만들고, 그렇게 에너지를 모을 생각입니다."

<봉명주공> 개봉을 시작으로 김 감독은 청주 곳곳을 더 꼼꼼히 살펴볼 계획이다. 어디를 가든 숨겨진 곳을 살펴보고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현재 취재 중인 곳도 여럿 있다.

영화는 잊혀진 줄 알았던 우리안의 소중한 무엇이 아직도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제2, 제3의 <봉명주공>이 탄생하길 기대한다.
 
영화 <봉명주공> 포스터
 영화 <봉명주공>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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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봉명주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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