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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점(아침과 점심)은 라면으로 해결하고 저녁엔 뭘 해 먹을지 고민하던 차에 오빠한테서 문자 메시지가 왔다. 자매들은 결혼 후에 더 각별해진다던데 오빠와 나는 결혼 후 용건만 간단히, 생존만 인증하는 사이가 되었다. 글자 끝에 매달려 온 물결 표시는 그래도 동생에 대한 애정일 것이다(라고 혼자 의미를 부여해 보았다).

"안 썼으면 사용해~~유효기간 문자왔어~~."

지난 3월 아이와 내가 코로나로 자가격리한다는 소식을 듣고 오빠가 치킨 쿠폰을 보내주었는데 그 치킨 쿠폰이 사용되지 않자, 유효기간 안내 문자를 받은 모양이다.

오빠가 받은 쿠폰을 나에게는 사진으로 전달하다 보니 내 선물함에서는 조회가 안 되는 통에 나도 사용하는 걸 깜빡했다. 저녁 메뉴가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치킨을 주문하되, 본래의 메뉴 대신 다른 치킨으로 변경해서 사용하기로 했다. 이날 나는 앱이 아닌 전화를 걸어 주문했고, 쿠폰을 사용하겠다고 하니 따로 주문 URL을 문자로 보내주셔서 주문 확인을 완료했다.  

선물받은 치킨 쿠폰, 제주에서 쓰면

황금올리브 다리+날개 콤보 24,000원
비비*소떡소떡 3,000원
배달료 3,000원
총액 30,000원


7일 오빠가 보내준 쿠폰 가격은 2만5000원이었다. 천 원이 모자라 금액을 맞추기 위해 소떡소떡을 주문해 추가 금액 5000원을 카드로 선결제하였다.

기다림과 배고픔이 팽팽하게 맞설 즈음 치킨이 도착했다. 반가운 초인종 소리를 듣고 치킨을 맞이하러 나간 남편이 바로 들어오지 않고 배달 기사님과 대화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여보, 카드 좀 줘! 결제해야 한대."
"응? 결제했는데? 안 해도 돼!"

기사님과 남편에게 추가 금액과 배달료를 결제한 내역을 보여주었다. 착오를 확인하기 위해 기사님은 매장으로 전화를 연결해 주셨는데 우리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제주도는 치킨 가격이 1000원 더 비싸기 때문에 육지와 달리 쿠폰을 사용할 시 추가 금액을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프랜차이즈 치킨인데 지역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고요?" 하고 부당함을 항변하려는 찰나, 의도를 알아챈 매장주는 사무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받을 돈 받는 거고, 본사에다 말하세요."

그래서 당연히 본사에 전화를 했다. 예상은 했지만 답변은 같았다. 다른 이유는 없이 "본사 방침"이라며 녹음기를 틀어놓은 듯 판에 박힌 안내를 듣고나니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1000원 때문에 주문한 치킨을 환불할 수도 없고, 무엇보다 치킨은 죄가 없잖나. 배달 온 치킨을 맛있게 먹을 요량이었으나 치킨은 이미 식어버렸고, 입맛은 싹 달아난 후였다.
 
공식 홈페이지의 치킨 가격과 제주 음식 배달어플의 가격이 상이한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 추가금액이 발생한 치킨 영수증과 홈피 및 배달어플의 가격 비교  공식 홈페이지의 치킨 가격과 제주 음식 배달어플의 가격이 상이한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 허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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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1000원 때문에 이렇게까지 기분이 상해버린 이유는 분명했다. '제주'라는 특정 지역 소비자에게 물류비 명목으로 경제적 부담을 전가시킨 기업의 '방침'이 나에게는 '횡포'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니다. 지난 3월 KBS 뉴스에서도 이 같은 점을 문제 삼아 3차례에 걸쳐 보도했다("추가 배송비 때문?"…햄버거·치킨값도 비싼 제주). 이 보도에 따르면, '각종 식자재가 제주로 오는 비용, 그러니까 추가 배송비가 제품 가격에 반영됐다'고 나와 있다. 그런데 놀라운 건 이 업체(내가 주문한 치킨 회사와 동일)가 제주산 닭고기를 쓴다는 정보였다.

잉? 근데 왜 비싼 거지? 기사에 나온 BBQ 측 입장은 "유통기한 문제로 제주산 닭고기를 사용하고 있지만, 닭고기 매입가 자체가 비싸서 추가 비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도 그런가 알아봤지만 아니었다. 교촌도, 네네도 홈페이지와 배달앱 가격은 동일했다. 또한 이들 업체는 선물 받은 치킨 쿠폰을 사용해도 추가 비용이 없었다.
 
홈페이지 가격과 배달 어플 가격이 동일하다.
 홈페이지 가격과 배달 어플 가격이 동일하다.
ⓒ 허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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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면서 여기 저기를 찾다보니 전화로 쿠폰 주문하기가 아닌 일반 온라인 주문 시에는 '제주 및 도서지역은 1000원이 추가됩니다'라는 문구가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아래 사진 왼쪽). 하지만 전화로 쿠폰 주문을 하는 경우(보내준 URL, 아래 사진 오른쪽)에는 이런 안내 문구가 없었다.
 
비비큐 주문화면으로 들어가면 추가 비용이 안내되어 있는 화면(좌) / 쿠폰 사용시 보내주는 문자 링크를 타고 들어가서 주문하는 경우 보여지는 화면에는 추가 안내 문구가 없다(우).
 비비큐 주문화면으로 들어가면 추가 비용이 안내되어 있는 화면(좌) / 쿠폰 사용시 보내주는 문자 링크를 타고 들어가서 주문하는 경우 보여지는 화면에는 추가 안내 문구가 없다(우).
ⓒ 허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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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금액에 대한 안내가 되어 있다 하더라도 개인 택배와 달리, 대량으로 주문하는 닭에 대해 한 마리마다 추가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방침'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제주살이를 서럽게 만드는 것들

제주에 살면서 나를 서럽게 만드는 것 중에 하나가 배송료다. 언제나 따라붙는 '추가 배송료' 문구를 마주할 때면 '당연하다'는 마음과 '부당하다'는 마음의 충돌 때문에 속이 시끄러울 때가 많다.

꼭 필요한 물건은 울며 겨자 먹기로 추가 배송료를 지불하고 구입을 할 수밖에 없다. 이마저도 '제주 배송불가'라고 못 박아두는 것에 비하면 고마워서 엎드려 절이라도 할 판이다.

급하지 않은 물건의 경우에는 친정 부모님 댁으로 주문을 해두었다가 다니러 가는 길에 가져오는데 대개는 로켓 배송 회사의 유료회원으로 가입해 배송을 받는다. 배송기사님들의 노동력을 담보로 빠른 배송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마냥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제주도민에게 더 비싼 멤버십 비용을 부과하지는 않는다.

"그러게 누가 제주에 살라고 등 떠밀었냐?"라고 묻는다면 단연코 아니지만, 만약 태어나 보니 고향이 제주라면, 제주토박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치킨에 붙는 추가 금액이나 배송료에 붙는 추가 배송료 때문에 제주를 떠나 살 수는 없지 않겠는가?

월급 빼고 다 오르는 물가에 한 번 휘청이고, 치킨 한 마리에도 추가 비용을 내고, 추가 배송료에 두 번 휘청이다가 관광지 자동 옵션인 더 비싼 물가에 녹아웃(knockout) 되고야 만다. 제주 바다가 아무리 예쁘다 한들, 한라산이 아무리 웅장하다 한들, 제주에서 월급쟁이로 살아가는 일은 서러움의 연속이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에도 발행됩니다. 브런치by달콤달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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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서평은 주로 인스타그램) 처음에는 우연히 보았다가도 또 생각나서 찾아 읽게 되는, 일상의 소중함이 느껴지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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