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시민기자 그룹 '사춘기와 갱년기'는 요즘 사춘기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갱년기 부모들의 사는 이야기입니다.[편집자말]
얼마 전 한 장의 사진이 화제가 되었다. 바로 놀이공원 현재 상황 포착이었다. 에버랜드, 최근 개장했다는 레고랜드 상황도 있었다. 학생들로 보이는 인파가 공원을 가득 메웠다. 마치 코로나 이전 상황을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심지어 한 놀이 공원에서는 도저히 수용이 불가하여 입장제한까지 했다고 했다.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 어드벤처가 개장하자 이용객들이 줄지어 입장하고 있다.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 어드벤처가 개장하자 이용객들이 줄지어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그 사진을 보면서 '위드 코로나'를 실감했다. 지난 4월 29일 정부에서는 새로운 거리두기를 발표했다. 실외 마스크를 해제했고, 영업시간 제한 및 사적 모임 인원수 제한까지 모두 사라졌다. 코로나 확진자도 불과 얼마에 몇 십 만명이던 것이 몇 만명으로 눈에 띄게 줄었다. 회사는 재택근무가 종료되었고, 아이들도 정상적으로 등교를 했다. 오지 않을 것 같은 일상이 눈앞에 가까워지고 있다. 

마침 그 시기에 중간고사를 마친 아들이 친구들과 롯데월드에 가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사춘기에 진입해서는 유독 밖에 나가기 싫어했고, 코로나까지 겹쳐 학교나 학원 외에는 절대 밖으로 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나 철저하게 위생 교육을 받았으면 외부에서 밥을 먹을 때도 마스크를 쓴 채 입을 살짝 벌려 음식을 먹을 정도였다. 그런 아들이 사람들이 바글대는 놀이공원에 간다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아내는 아들의 첫 중간고사 결과가 궁금했겠지만, 나는 놀이공원에 가는 것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시험은 수학과 역사 달랑 2과목이라 낮 12시 전에는 끝나는 것 같았다. 드디어 그날이 다가왔다. 회사에서 점심을 먹자마자 아들에게 연락을 했다. 

"아들, 어디야?" 
"친구들이랑 롯데월드 가는 중." 

"시험은 잘 봤어?" 
"아니 망쳤어." 

"그렇구나. 그래도 고생했네. 친구들이랑 신나게 놀다와." 
"알았어." 


공부를 별로 안 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사춘기 특유의 까칠함으로 무장했지만,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설렘까지 감춰지지는 않았다. 그날 회사에서 급히 처리할 일이 있어서 야근을 했다. 밤 10시가 다 되어 정리하고 나왔다. 

아들이 잘 놀고 돌아왔나 궁금했지만, 지나친 관심은 독이 됨을 경험으로 알기에 대신 아내에게 연락했다. 아내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아이가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더구나 전화기마저 꺼져 있었다. 비록 친구 3명과 함께 갔다고는 하지만 평소 밖을 잘 다니지 않는 아이라 혹여 길을 잃은 것은 아닌지 불안했다. 아내에게 아이가 집에 돌아오면 꼭 연락을 달라고 당부하고 귀가를 서둘렀다. 

얼마 뒤에 아내에게서 아들이 도착했다는 카톡이 왔다. 집에 가보니 한층 상기된 얼굴로 아내와 딸에게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있었다. 내가 재밌었냐고 물으니 놀이 기구도 다 타고, 문 닫을 때까지 신나게 놀았다고 했다. 늘 집에서 어두컴컴한 표정만 짓더니 저리 밝은 모습을 보니 낯설었다.

아들은 씻고 방에 가서도 흥분이 가시지 않았는지 몸은 피곤한데 잠은 오지 않는다고 했다. 침대에 앉아 어릴 때처럼 머리를 긁어주니 그제야 잠이 들었다. 왠지 그 모습이 짠하여 한참을 바라보다가 방을 나왔다. 
 
코로나로 잃어버린 추억 다시 만들기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아들과 둘이 산에 갔다.
▲ 광명 구름산 둘레길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아들과 둘이 산에 갔다.
ⓒ 신재호

관련사진보기

 
생각해보면 코로나가 확산되는 시기에 아들은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한창 가족들과 여행도 가고, 좋은 추억을 쌓을 시기에 내내 집에서 지지고 볶기만 했다. 중학교에 입학해서 학업으로 바쁜 요즘을 생각하면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아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주중엔 서로 바쁘니 주말을 활용해야 했다. 마침 아들이 학업에 관한 동기도 부족해서 인근 대학 탐방이나 스트레스도 풀 겸 등산도 좋을 것 같았다. 문제는 아들에게 어떻게 말을 꺼내느냐에 있었다.  

일단 기분이 좋을 때를 노렸다가 불쑥 말을 꺼냈다. 예상과 달리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대학은 아직 사람이 많으니 가기 그렇고, 그리 높지 않은 산이면 좋다고 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동네 산책을 가자고 해도 싫다고 하더니 의외였다. 한편 생각해보면 본인도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코로나로 꺼렸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그렇게 모처럼 일요일 오후에 둘이 산에 가기로 약속을 잡았다.  
 
아들과 산행 중 잠시 쉬며 구름산 너머로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다.
▲ 광명 구름산 아들과 산행 중 잠시 쉬며 구름산 너머로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다.
ⓒ 신재호

관련사진보기

 
인터넷에서 열심히 검색해서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광명 구름산으로 정했다. 둘레길이라 길도 완만하고 풍경도 좋다고 했다. 그리고 지난주 일요일 실행에 옮겼다. 아침부터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던 나와 달리 아들은 옷도 갈아입지도 않고 유튜브만 보고 있어 마음속에서 불이 났지만 참았다. 시작부터 분위기를 깨면 안 되니까. 아들은 그렇게 삼십분 가까이를 꾸물거리다 겨우 준비를 마쳤다.

차 옆자리에 나란히 앉아 아들이 블루투스로 연결한 음악을 들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얼마 만에 등산인지 모르겠다. 어릴 땐 일 년에 한두 번씩은 가곤 했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20여분 만에 도착해서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아들과 산행 중 만난 예쁜 둘레길
▲ 구름산 둘레길 아들과 산행 중 만난 예쁜 둘레길
ⓒ 신재호

관련사진보기

 
생각과는 달리 초입에 가팔라서 힘들다며 투덜대기는 했지만, 산 기운을 받았는지 금방 기분이 좋아져 나에게 농담도 건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심지어 그토록 사진을 찍기 싫어하는 아이가 한 장은 허락해서 (심적으로) 백년 만에 둘이 셀카도 찍었다.

집에 있으면 답답한 마음에 사소한 행동에도 서로 예민해지곤 했는데, 이렇게 탁 트인 공간에 있으니 아들의 사춘기도, 나의 갱년기도 산바람에 모두 날아간 듯싶었다. 중간 중간 벤치에 앉아 땀도 식히고 경치도 바라보았다. 느낌 탓인지 산에 있으니 아들이 더욱 가깝게 느껴졌다. 왕복 1시간 정도의 산행을 무사히 마쳤다.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전보다 훨씬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아들의 학업에 관한 부담감, 엄마 아빠의 잔소리 고민, 동생이 자꾸 까부는 속상함 등을 경청하며 부자간의 돈독한 정을 나눴다.

차에서 내리기 전, 다음에도 가겠냐고 물었더니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표현이 부족한 아이였지만 속으론 좋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선 다음 번엔 대학에 데려가고 싶지만 서두르지 않으련다. 우리에게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예전에 종종 갔던 관악산 둘레길로 다음 행선지를 잡았다. 코로나가 앗아간 3년의 시간, 이렇게 함께 하며 그 이상의 추억을 쌓아갈 것이다. 이제 막 그 첫 발을 내디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와 브런치에도 발행됩니다.


group사춘기와갱년기 http://omn.kr/group/parents_issue
요즘 사춘기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갱년기 부모들의 사는 이야기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소소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상이 제 손을 빌어 찬란하게 변하는 순간이 행복합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