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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을 안 간 지 어언 5년이 다 돼 가는 것 같다. 초대하지 않은 손님, '공황장애'를 맞은 후로 어둡고 폐쇄된 공간에 앉아 있는 것이 영 불편하기도 했고 그 사이 만 2년 이상 이어진 코로나19로 자연스레 조금 더 멀어진 감도 없지 않아 있을 것이다.

그동안은 흥과 멋의 민족, 그 후예답게 나 또한 모임의 흥이 오를 때면 자연스레 노래방으로 가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해 왔다. 누구보다 노래를 좋아하고, 부르는 것은 더 좋아하는 나이기에 노래방 문화가 뿌리 깊이 자리한 우리나라에 산다는 것이 때론 참 큰 위안이기도 했다.

가라오케에서 노래방으로
 
'어쩌다 사장2' 코인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동네 주민.
 "어쩌다 사장2" 코인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동네 주민.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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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이전엔 일본에서 그대로 들여온 '가라오케'라는 것이 있었다. 아주 오래전 회사 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었을 때 이 가라오케 문화를 처음 접했던 날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오빠의 오랜 절친이자 어릴 때 살던 동네 오빠로, 친오빠 못지않은 유대감을 갖고 있던 한 사람의 청첩장을 받던 날이었다. 부부가 될 두 사람과 우리 오빠 그리고 나까지 4명이서 저녁식사를 하고 난 후, 간단히 2차를 하자며 들른 곳이 바로 시내 중심가에 자리하고 있던 가라오케였다.

둥근 원탁에 사람들이 자유롭게 둘러앉아 술을 마시거나, 노래를 부르고 싶은 사람은 신청한 후, 자신이 신청한 노래의 반주가 흘러나오면 마이크를 건네 받아 노래를 부르는 형식이었다.

워낙에도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나 노래로 치자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우리 남매는 그날의 주인공들을 위해 끝도 없이 사랑의 노래들을 불렀다. 일면식도 없는 군중들의 박수 소리에 흠뻑 취한 우리는 그동안 쌓아온 '레퍼토리'를 있는 대로 다 꺼내 그날의 분위기를 우리만의 색깔로 물들였다. 

그리고 몇 년이나 지났을까, 가라오케는 점점 사라지고 노래방이란 것이 하나, 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유동인구가 많은 시내에 그리고 나중에는 동네마다 자리해, 늦은 저녁은 물론이고 새벽까지  불이 꺼지지 않은 채 영업을 할 정도로 성황을 이루었다.

심지어 OO노래방에 가면 점수가 후하다는 얘기가 나도는가 하면, 기왕이면 OO노래방으로 가는 게 모두를 위해 좋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무성했다. 하여 노래방은 우리들에게 지친 하루의 끝을 함께 모여 마무리하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로 인식되었다.

부담되지 않는 경비로 많은 사람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행복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건, 또 그런 장소가 있다는 건 굉장히 고마운 일이다. 노래를 잘 부르건 못 부르건 노래방에서는 모두가 다 가수가 된다. 점수가 100점이 나오든, 50점이 나오든 상관없다. 음정과 박자가 정확하지 않아도, 가사를 채 다 외우지 못해도 괜찮다.

노래방에서는 부를 수 있는 몇 곡을 가지고 얼마든지 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자신만의 '존(zone)'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런 문화는 놀기를 좋아하고, 거기에 더해 제대로 노는 유전자를 지닌 한국인이라 가능한 것일 거라 종종 느끼곤 했다.

생각해 보라, 주위에 노래방에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이 있는지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하나 될 수 있는 곳이 노래방 외에 또 있는지! 이렇게 모두를 '대동단결' 하게 만들어주는 노래방이 최근엔 그 모습을 많이 바꾸고 있는 것 같다.

노래방에서 코인노래방으로
 
'어쩌다 사장2'에 나오는 코인노래방 장면
 "어쩌다 사장2"에 나오는 코인노래방 장면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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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오케부터 이어져 자꾸만 몸집을 불려 대형화 되던 시절은 서서히 물러가고 작지만 알찬 '코인 노래방(줄여서 '코노'라고 부른다)'으로 탈바꿈을 한 곳이 많이 보인다. 고백하건대 나는 한 번도 '코인 노래방'을 가보지 않았다. 하지만 듣자 하니 요즘 신세대들은 이곳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푼다고들 하는 것 같다.

MZ세대(아이는 사실 이 말을 싫어해서 미안하지만)인 딸아이와 그 친구들이 얼마 전 오랜만에 여행을 다녀오면서 뒤풀이로 코인 노래방을 들렀다 온다고 했다. 내 기준으로 라면 서비스까지 받을 테니 적어도 두 시간 이상 소요되지 않겠나 예상했는데, 귀가가 한참이나 빨라서 놀랐다. 

그리고 "요즘 누가 노래방에서 긴 시간 있어, 그냥 한 30분이면 충분해. 코인 노래방은 좁기도 하고 30분 정도 그냥 집중해서 최선을 다해 놀면 되는 거니까"라는 딸아이의 설명에 또 한 번 더 놀랐다. 

처음 갔던 가라오케에서 목이 쉬도록 몇 시간 동안이나 노래를 불렀던, 이후에는 서로 더 많이 부르고 싶어서 예약번호를 몇 개씩이나 저장했던 그 시절 노래방 문화가, 이제 새로운 세대로 건너가 다른 옷을 갈아입는 중임을 느꼈다. 

요즘에야 굳이 노래방이 아니더라도 노래방 기기를 갖춘 업소나 시설도 많아서 마음만 먹으면 그런 곳에서도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노래방이라는 규격화된 장소에서 무엇보다 마음 나눌 이들과 함께 '흥'을 발산하는 것은, 그곳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최근 누구랄 것도 없이 코로나19로 그동안 꾹꾹 눌러왔던 '노래를 부르고 싶은 욕구'가 굉장하다고 들었다. 그래서일까, 규제가 더 완화되면 꼭 찾고 싶은 곳 중에 노래방이 있었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좁고 어두운 곳에 들어서면 여전히 심장은 제 갈 길을 잃고 쿵쾅거릴지도 모르겠으나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싶은 마음이 제법 간절하다.

아직도 '감염의 위험'은 곳곳에 산재해 있어 선뜻 발걸음을 하기가 위축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동안 엄격하게 방역 수칙을 지키느라 애쓴 스스로에게 잠시 잠깐의 행복을, 해방감을 선물해 보고 싶다. 평소 해온 대로 개인위생을 철저하게 지켜 즐길 수 있다면, 단 몇 곡 만에 5월의 진한 향기가 온몸으로 전해짐을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

모르긴 몰라도 이때만큼은 나도 MZ세대 못지않게 흥에 겨워, 딸아이가 동영상으로 보여준 자자의 '버스 안에서'를 부르며 어깨춤을 신나게 출지도 모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비슷한 형태로 개인 브런치에 수록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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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음악방송작가로 오랜시간 글을 썼습니다.방송글을 모아 독립출간 했고, 아포리즘과 시, 음악, 영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에 눈과 귀를 활짝 열어두는 것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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