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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 하청노동자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용접 작업 중 의식을 잃은 노동자는 옆으로 누운 채 감전 및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병원 응급실에서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다행히 심장박동은 돌아왔으나 의식은 되찾지 못했다.

이후 부산의 화상전문병원에서 화상 및 감전 치료를 받다가 감염성 폐렴에 걸렸다. 코로나19 때문에 감염성 폐렴 환자는 1인실을 사용해야 했고,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요양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이어갔다. 결국 그는 사고 11개월 만인 2021년 11월에 폐렴으로 인한 호흡부전, 심부전으로 사망했다.

감전, 화상, 질식, 심정지, 폐렴, 죽음
 
대우조선해양 정문 앞에 차려진 분향소
▲ 대우조선해양 정문 앞 분향소 대우조선해양 정문 앞에 차려진 분향소
ⓒ 금속노조 조선하청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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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가족은 치료를 위해 산재신청을 했지만 근로복지공단 통영지사는 '화상'만 승인하고 의식불명과 관련된 상병은 불승인했다. 밀폐된 공간이 아니어서 질식 가능성이 없으며, 용접장비 문제로 인한 감전 가능성 역시 낮다는 이유를 댔다.

그러나 사고 당시 사진을 본 용접 노동자들은 대번에 질식 가능성을 제기했다. 바닥에 옆으로 누운 자세로 용접을 하다 보면, 철판 면과 노동자 몸 사이 공간에 CO² 가스 웅덩이가 형성될 수 있고, 실제 CO² 가스를 마셔 의식을 잃을 뻔한 노동자도 있었다.

감전이 없었다는 근로복지공단의 불승인 이유는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화상전문병원 수술 과정에서 까맣게 변한 손가락뼈를 보고 유가족이 "왜 뼈가 까맣게 변했냐?"고 묻자 주치의는 "전기에 감전되어서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사망한 노동자의 몸에 분명한 감전 흔적이 남아있는데, 감전 가능성이 낮다니?

근로복지공단의 판단대로라면, 재해 노동자는 개인의 신체적 문제로 작업 중 심정지가 왔고, 그 과정에서 화상을 입은 것이 된다. 즉, 사고의 원인과 책임이 노동자 본인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작업 중 발생한 사고로 결국 노동자가 사망했는데, 원청 대우조선해양도 하청업체도 사과 한마디 없고 나 몰라라 했다.

너무 억울했던 유가족은 화장장으로 향하던 차를 돌려 대우조선해양 정문에 관을 내려놓고 대우조선해양과 하청업체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정문을 걸어 잠갔고 하청업체 역시 여전히 모른척했다. 유가족은 하청노동조합과 함께 일주일 가까이 정문 앞에서 농성을 한 뒤에야 하청업체의 사과와 보상 약속은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산재 불승인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만약 근로복지공단의 판정대로 질식도, 감전도 없었다면 노동자 사망에 따른 유족급여 역시 불승인될 수 있었다. 사망사고가 아니어서 사고 당시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않았던 노동부가 뒤늦게 사고조사를 약속했지만, 여전히 조사는 질식과 감전 가능성을 배제한 내용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근로복지공단 부산북부지사가 화상전문병원에서 추가상병 신청한 '감전에 의한 화상'을 2021년 4월 8일 이미 승인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감전에 대한 의학적 소견이 분명하기 때문에 추가상병 승인은 당연한 것이었다. 이제 감전 가능성이 없다는 근로복지공단 통영지사의 불승인 판단이 철회되는 게 당연했다.

근로복지공단, 노동부, 원청기업이 인정해야 할 죽음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의 대응은 달랐다. 부산북부지사의 '감전에 의한 화상' 승인을 근거로 통영지사의 불승인 결정을 재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통영지사의 불승인 결정을 근거로 부산북부지사의 '감전으로 인한 화상' 승인 판단을 재심사하겠다고 나섰다.

지난 3월 17일 부산북부지사의 재심사를 위한 자문의사 회의에서 자문의 다수가 "감전에 의한 화상을 배제할 수 없다"라는 의견을 냈다. 부산북부지사가 재심사에서도 '감전에 의한 화상'에 대한 승인 결정을 유지한다면 통영지사는 애초의 불승인 판단을 변경할까? 노동자 사망에 따른 유족급여 신청을 승인할까?

사고가 발생한 지 1년 5개월, 노동자가 사망한 지 6개월, 그때나 지금이나 일터에서 목숨을 빼앗긴 노동자는 자신의 몸뚱이로 죽음의 이유를 보이고 있지만 유가족은 여전히 그 억울함을 풀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고, 사고 원인은 여전히 "원인 미상의 혼절"로 기록되어 있다. 

근로복지공단이 애초의 잘못된 불승인 판정을 취소해, 하루빨리 사망 노동자와 유가족의 억울함이 조금이라도 풀릴 수 있기를 바란다. 산재를 조사하고 승인하는 과정의 문제점은 그간 많이 제기되었다. 사망과 다를 바 없는 사고여도 그 자리에서 죽지 않으면 사고조사도 실시되지 않고 작업중지명령도 없다. 늦었지만 노동부는 질식 가능성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고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원청 대우조선해양이 제대로 된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게 해야 한다. 죽음을 인정하라고 외쳐야만 하는 유가족과 노동자들이 더 생겨나지 않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김용균재단 회원이자,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사무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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