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포스터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포스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샘 레이미 감독은 토비 맥과이어 주연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히어로 영화 장르에서 액션과 드라마를 모두 잡은 흔치 않은 케이스였다. 그는 데뷔작인 공포영화 <이블 데드>로 자신이 가진 재능을 보여줬다. 악령 시점에서 등장인물을 따라가는 카메라 워크는 샘 레이미 연출작 대부분에 매번 재활용됐다. 

또한 시체의 팔이 땅을 뚫고 손을 뻗으며 등장하는 장면도 종종 사용된다. 무엇보다 샘 레이미는 B급 영화의 감수성을 포기하지 않고 매번 새로운 영화에 잘 녹이며 그만의 색깔을 유지하고 있다. 

그가 이번에 택한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마블 영화다. 최근 마블은 각 히어로들의 특성을 살린 개별 이야기를 통해 히어로 영화에 새로운 캐릭터나 확장된 세계관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그 범위를 넓혀나가고 있다. 이렇게 거대하게 구축된 A급 세계관 중 하나를 B급 감성을 뽐내는 샘 레이미가 연출하게 된 것은 꽤 의외라고 할 수 있다. 

B급 감성의 샘 레이미 감독이 다시 선택한 히어로 영화

<오즈 더 그레이트 앤 파워풀>(2013년) 이후 다른 영화를 연출하지 않았던 샘 레이미 감독이 <스파이더맨>(2002년)에 이어 두 번째로 마블의 <닥터 스트레인지>를 택했다. 

이번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사실 연출 자유도가 그렇게 높지 않은 편이다. 이미 마블 수장 케빈 파이기와 그의 동료들이 만들어놓은 세계관이 존재하고 미래의 방향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캐릭터는 이미 캐릭터의 특성이나 성향이 대부분 결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다시 재창조하거나 감독의 색깔을 덧붙이는 작업이 쉽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샘 레이미 감독의 인장이 강력하게 박혀있는 영화다. 이미 구축된 세계관, 캐릭터에는 손대지 않으면서 감독이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활용해 이 영화만의 개성을 만들었다.

다른 유니버스로 이동하는 장면에선 샘 레이미가 잘하는 시점 카메라를 활용하고 있고, 그가 <이블 데드>에서 활용했던 시체가 땅 속에서 손을 뻗는 장면도 이 영화에 그대로 오마주 된다. 또한 감독 특유의 B급 감성과 유머가 영화 전반에 녹아들어 있어 그 감성을 좋아하는 팬들의 마음을 건드린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장면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는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지난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에서 실수로 열어버린 멀티버스 때문에 위험에 노출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완다에서 흑화 된 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가 이 영화의 빌런을 맡고 있고 유니버스 간 차원 이동 포털을 열 수 있는 아메리카 차베즈(소치틀 고메즈)가 등장해 마블의 세계관을 더욱 확장시킨다. 차원 이동을 통해 자신의 아이를 찾으려는 스칼렛 위치와 그것을 막으려는 스트레인지의 대결은 두 마법사의 대결이라는 측면에서 독특하다. 

영화의 대결구도는 분명하다. 스칼렛 위치는 다른 차원에 있는 자신의 두 아들을 뺏으려는 인물이고, 스트레인지는 그것을 막기 위해 차원 이동 능력이 있는 차베즈를 지키려고 한다. 두 캐릭터의 싸움은 자신의 아이를 차지하고 보호하려는 대결로 해석할 수 있다. 

비록 진짜 자식은 아닐지라도 이들이 공격하고 보호하는 각각의 목적 자체는 일종의 유사 자녀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특히나 스칼렛 위치가 뿜어내는 사악한 기운은 샘 레이미 감독의 연출이 더해지며 더욱 공포스럽고 파괴적으로 변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중심인물은 분명 닥터 스트레인지지만, 영화를 보고 기억에 더 남는 건 스칼렛 위치의 모습이다.

화려한 영상에 담긴 스칼렛 위치와 닥터 스트레인지의 대결

스콧 데릭슨 감독이 연출했던 <닥터 스트레인지> 1편에서는 시공간을 뒤트는 마법을 보여주는 시각효과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2편에서는 시공간이 뒤틀리는 장면은 줄어들고 다른 유니버스로 이동할 때 순식간에 화면의 질감이나 특성이 변화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나 영화 중반 다른 버전의 닥터 스트레인지를 만나 대결을 벌이는 장면에서는 음표를 이용한 독특한 액션 장면을 보여주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멀티버스라는 다중우주를 이용하는 영화인만큼 영화에는 다른 유니버스의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애초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고 보여주기식으로 퇴장당한다. 그런 측면에서는 멀티버스의 다양한 캐릭터를 기대했던 관객에겐 아쉬움이 남겠다.

하지만 새롭게 등장하는 캐릭터를 활용하면서 긴장감을 극대화하고 그들의 퇴장 이후 다시 스칼렛 위치와 닥터 스트레인지의 대결에 시선을 집중시킨다. 캐릭터를 이용해 영화적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장면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무엇보다 감독 특유의 색깔이 화려한 영상 효과와 결합되면서 영화가 보여주는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닥터 스트레인지를 맡은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나 스칼렛 위치를 맡은 배우 엘리자베스 올슨은 기존 마블 시리즈에서 보여줬던 좋은 연기를 여전히 보여준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진입장벽이 다소 높은 영화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전편과 <스파이더맨: 노웨이홈>을 봐야 닥터 스트레인지 캐릭터와 그가 겪는 멀티버스를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스칼렛 위치의 탄생을 보여주는 디즈니플러스 웹 드라마 <완다비전>을 봐야 이번 영화에서 스칼렛 위치가 왜 빌런이 되었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샘 레이미 같은 색깔 있는 감독을 데려다 연출에 활용하면서 공을 들이고 있지만 계속 이어질 마블의 영화들이 과연 계속 힘을 받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닥터스트레인지 스칼렛위치 마블 샘레이미 멀티버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여러 영화와 시리즈가 담고 있는 감정과 생각을 전달합니다. 브런치 스토리와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서 영화에 대한 생각을 전달하고 있어요. 제가 쓰는 영화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저의 레빗구미 영화이야기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서 더 많은 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같이 영화가 전달하는 감정과 생각을 나눠봐요. :)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