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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글쓰기를 시작한 지 막 1년이 채 되지 않아 좋은 소식이 생겼다.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고 싶어 투고를 했는데 바로 계약서가 왔다. 생각지도 못한 즐거운 마음에 주변인들에게 알렸는데 세상은 기대했던 것만큼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소식을 알리니 일그러지는 한 사람의 얼굴을 보고야 말았다. 굳어져버리는 얼굴을 보며 차마 뭐라 할 수 없었다. 나의 기쁜 일이 그렇게나 못마땅한 일인가? 

한참이나 그 표정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축하 행렬과 질문이 이어졌지만 얼굴이 굳어진 그 사람은 평소 때와는 달리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이래서 나쁜 소식은 알려서 도움을 구하고, 좋은 소식은 드러내지 말라 했나? 참 기분 묘하네.'

며칠이나 그 표정이 계속 생각났다. 그러면서 나는 누군가의 성공을 시기 질투한 적이 없었던가? 되뇌어보며 반성하게 되었다. 곱씹어 생각해보니 나도 누군가의 기쁜 일을 부러워하며 수차례 질투했던 적이 있다. 타고난 외모나 재능, 운동신경 및 지능 등 내가 가지지 못한 어떤 부분을 가지고 태어난 누군가를 보면 샘이 난다.

재능을 타고난 사람은 그 분야를 빨리 습득한다. 그들은 자신의 재능을 일찌감치 발견하고 흥미와 재미를 붙여 더더욱 성장한다. 재능이 없다 하더라도 얼마나 그 분야에 대해 열정을 가지고 빠지는지, 여가를 포기하며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지 등에 따라서 발전하고 지식을 쌓을 수 있다. 

프랑스 자수의 앞면이 아름다운 이유
 
자수 뒷면엔 치열한 흔적이 남겨져 있다.
 자수 뒷면엔 치열한 흔적이 남겨져 있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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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뒤늦게 시작했으나 잘 쓰고 싶은 마음에 글쓰기 강연도 듣고 되도록 많은 글을 쓰려 노력했다. 내 글을 마주하며 더 좋은 표현은 없나 수차례의 퇴고 작업을 거치기도 했다. 이렇게 쓴 글을 엮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책으로 나왔으면 하는 바람에 출간 기획서를 만들었다. 조마조마하며 지인들에게 신랄한 피드백을 받기도 하고, 투고하기도 전에 얼마나 많은 좌절과 절망이 있었는지 모른다.

열심히 한다 해도 눈에 보이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분야의 지식은 어떻게든 쌓이고, 다른 점과 이어져 예상치도 못하게 색다른 분야로 연결될 수 있다. 적극적으로 여가와 편안함을 포기해가면서 모든 것을 쏟아부으면 인생을 주도적으로 사는 법을 배우며 높아진 지식은 겸손함으로 이어진다.

프랑스 자수의 앞면은 아름답지만 뒷면에는 장식을 꾸미기 위한 수많은 흔적이 남는다. 그 뒷면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앞면의 예쁜 모습만 찾게 된다. 이제 누군가의 좋은 소식이 들릴 때 그 소식 하나만 바라보지 않기로 한다. 그 하나를 얻기 위해 파다한 노력을 한 뒷모습을 헤아려봐야겠다. 도전과 포기를 반복한 그 용기를 뒷면의 시각에서 바라보며 박수를 보내려 한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에 올린 글입니다.


태그:#성공, #노력, #에세이, #질투,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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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재다능한 외유내강인 여행작가. 낯선 도시를 탐닉하는 것이 취미이자 일인 사람. 스무 살 때부터 지금까지 30여 개국을 여행 다니며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는 대학 교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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