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회 전주국제영화제 전주돔 풍경

23회 전주국제영화제 전주돔 풍경 ⓒ 전주영화제 제공


23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지난 2년을 덮친 코로나19의 상처를 극복하며 7일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무관객 영화제와 지난해 방역 강화 속에 신중한 행사를 치렀던 것에 비하면 예전의 모습을 되찾은 것이었다.
 
거리에는 관객들로 북적였고, 상영관도 가득 찬 관객들의 열띤 질문에 참석한 영화인들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2년간 사라졌던 풍경이 되살아나는 시간이었다. 올해 영화제의 성공을 상징하는 장면이기도 했다.
 
영화제의 축제성이 회복되면서 국내외 관객과 영화인들이 전주를 찾아 모처럼 영화제를 즐길 수 있었다.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승리를 선언한 것과 다름없었다. 지난 4월 29일 열린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의 밤 행사는 3년 만에 재개된 덕분에 예전보다 2배 이상 많은 영화인들이 몰려들어 성황을 이뤘다.
 
57개국 217편이 상영된 가운데 전체 관객 수 5만은 올해 전주영화제의 성공을 나타내주는 수치다. 2020년 무 관객에서 2021년은 극도로 제한된 환경 1만 명이 관람했고, 올해는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돌아오면서 5배 급증했다. 지난해는 온라인으로 영화를 관람한 관객이 9천 명 정도로 극장에 오지 못한 아쉬움을 달랬으나 올해는 온라인 상영이 병행된 가운데, 관객들의 참여가 대폭 늘어난 것이다. 개막을 앞두고 깜짝 상영으로 공개된 <그대가 조국>은 영화제 첫 주말 2300석 전주돔을 가득 채우며 관객몰이에 도움이 됐다.
 
코로나19 이전 정상적인 행사였을 때 전주영화제 전체 관객이 7만 안팎이었던 것에 비교하면 70%~80% 정도의 회복을 나타낸 셈이다. 이는 거리두기 해제 이후 극장의 관객 회복세가 50% 미만인 것과 비교해도 눈에 띄는 성적이다. 영화제 측은 전체 상영 회차 472회 중 244회가 매진되어 51.7%의 매진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주 시민을 대상으로 한 특별상영회와 지역 내 야외 명소에서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을 관람하는 '골목상영·야외상영' 프로그램, 거리에서 펼쳐지는 음악공연 프로그램 '버스킹 인 전주' 등 시민들이 영화제에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행사들을 통해 관객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모습을 나타냈다. 골목상영은 총 260석 11회차 상영을 진행해, 225명의 관객을 맞았고, 야외상영 프로그램은 총 700여 명의 관객이 다녀간 것으로 추산됐다.
 
축제성 완전한 회복
 
 전주영화제가 개최된 고사동 영화의 거리

전주영화제가 개최된 고사동 영화의 거리 ⓒ 전주영화제 제공

  이준동 집행위원장은 7일 폐막식 전 열린 결산 기자회견에서 "올해는 축제성의 완전한 회복이 가장 큰 목표였다"며 "팬데믹 이전의 규모로 개최하기 위해 오프라인 행사 전면화를 위해 준비하고 있었고 그 덕분에 방역지침에 맞추어 예매 가능 좌석을 오픈하며 좌석 간 거리 두기 없는 상영 등 엔데믹 시대에 맞춘 영화제를 열 수 있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준동 집행위원장은 2019년 연말 집행위원장에 선임됐으나 코로나19 벽에 막혀 2년 연속 제대로 된 행사를 열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올해 영화제가 한 건의 영사사고도 없이 안정적으로 치러지면서 집행위원장으로서의 역량을 나타냈고, 자신감도 얻게 됐다.
 
지난해는 국내 영화제들과 함께 군사쿠데타에 맞서는 미얀마 민중들을 지지하는 입장을 발표한 데 이어 올해는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 지지 성명을 발표하는 등 영화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한국영화의 현안 중 하나인 대종상 정상화를 지원하는 모습도 돋보였다. 파행과 불신의 연속이었던 대종상을 바로 세우려는 영화인들의 노력에 대해 전주영화제는 '대종상 범영화인 비상대책회의'가 열리도록 지원했다.
 
이준동 집행위원장은 직접 참석해 "모든 영화인이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대종상 영화제에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고, 전주영화제에서 대종상 범영화인 비상대책회의 자리를 만들게 돼서 영화제가 더 빛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영화인들이 힘을 합쳐 대종상 영화제를 열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거리두기가 해제된 첫 영화제였다고 해도 방역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것은, 안정적 행사의 밑거름이었다. 정부가 상영관 내 음식 취식을 허용했으나 전주영화제는 안전을 위해 이를 제한했다. 지난 2년간 축적된 대응을 통해 영화제의 안전을 지켜낸 것이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산업 프로그램인 제14회 전주프로젝트는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디. 영화제 측에 따르면 총 25편의 프로젝트를 선정하여 멘토링과 기획개발비를 제공했고, 비즈니스 네트워킹에 참석하기 위한 인더스트리 배지 발급자는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비즈니스 미팅 참가자 수는 243명, 참여작 수는 34편으로 작년 대비 모두 상승했다.
 
영화산업의 문제를 진단하는 전주 컨퍼런스도 다양한 현안을 주제로 담론을 만들어 냈다. 영화제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기여하는 모습이다.
 
다만 예전에 인기를 끌었던 관객 쉼터, 물품 보관소 운영 등은 코로나19 상황 등으로 인해 재개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영화제 성공의 주춧돌인 관객 편의를 위한 노력이 더욱 늘어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제 방패막이 8년 김승수 전주시장
 
 김승수 조직위원장(전주시장)과 이준동 집행위원장

김승수 조직위원장(전주시장)과 이준동 집행위원장 ⓒ 전주영화제 제공

  이준동 집행위원장은 7일 저녁 열린 폐막식에서 "극장을 꽉꽉 채워주고, 영화창작자들을 환영해 주신 관객들이 진정한 주인공이다"라며 "게스트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관객들 반응이 인상적이고 뜨거웠다'고 했다"면서 자원활동가들과 시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특히 "김승수 조직위원장(전주시장)께서 올해를 마지막으로 물러난다"며 "단언컨대 8년 동안 전주영화제 발전을 위해 애쓴 시장님이 아니었으면 오늘의 성공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특별한 감사를 전했다.
 
김승수 시장은 박근혜 정권의 블랙리스트 시기 전주영화제의 방파제 구실을 하며 영화제를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영화는 어떻게 만드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표현의 자유에 있다"면서 <천안함 프로젝트> <자백> 등 상영에 바람막이를 자청했고, <노무현입니다>의 제작을 지원하는 등 한국영화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 모범적인 모습은 지난 8년 여러 위기를 이겨내고 전주영화제가 성장한 밑거름이었고, 올해 하반기 착공 예정인 전주국제영화제 전용관 준비까지 마무리하면서 전주영화제 도약의 주춧돌을 놨다. 
 
김승수 조직위원장인 7일 페막식에서 마지막 폐막 선언을 통해 "전주는 영화다"라고 강조하고, "따뜻하고 탁월한 리더십으로 끌어주시는 이준동 집행위원장께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를 보면 미래가 보인다. 전주가 23년간 걸어온 길을 보면 전주의 용기와 진심을 볼 수 있다"며 "전주영화제는 영화와 영화인들 곁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윤석열 정권 등장으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우려가 팽배한 상황에서 변함없이 영화제를 지켜야 한다는 굳건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었다.
 
 관객들로 북적이는 23회 전주국제영화제 전주돔 모습

관객들로 북적이는 23회 전주국제영화제 전주돔 모습 ⓒ 전주영화제 제공

전주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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