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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시를 읽지 않는 시대'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불리는 까닭, 시를 읽지 않아서가 아니라 시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이나마 익숙함을 만들어 드리기 위하여 일주일에 한 편씩 시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오늘 소개하는 시와 산문은 네이버 블로그 '시를 읽는 아침'에 동시에 소개됩니다.[기자말]
시가 될 수 있나요 
- 조남예

제가 여기 나온 이유는 시인이 되고 싶어서예요
글을 배우면서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게
시 쓰기였어요

글자가 글이 되고 시가 될 수 있나요
아직은 몇 개의 단어밖에 못 쓰는데
시가 될 수 있나요

인생과 생각들
자식들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들
시로 표현하고 싶어요

- <자꾸자꾸 사람이 예뻐져>, 북크루, 2022년, 45쪽


조남예 시인은 48년생입니다. 생각해보니 시(詩)와 가장 먼 거리에 있는 제 아버지와 같은 나이입니다. 시인은 한글도 늦게 배우셨습니다. 그의 시 중에 <한글을 배워서>가 있습니다. 두 줄로 된 짧은 시입니다.

시에서 화자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밝아졌다 / 글자를 써 내려갔다'고요. 이 시는 문장을 '도치'시켜 완성했습니다. 문장의 앞과 뒤를 바꾸면 시적인 느낌은 덜하지만, 훨씬 이해하기 쉽습니다. '글자를 써 내려갔다 / 밝아졌다'라고.

'밝아졌다'라는 단어 앞에 많은 문장을 삽입할 수 있습니다. 의미 없었던 그림과 같은 기호를 읽을 수 있으니 눈이 밝아졌다고 말할 수도 있고, 세상을 전하는 소식을 읽을 수 있으니 세상이 밝아졌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밝아진 까닭에 시인이 시와 글을 더 열심히 쓸 수 있는 것이고요. 
 
조남예 시집
 조남예 시집
ⓒ 북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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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한글을 쓰고 읽는 것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시(詩)를 쓰고자 했습니다. 시인은 왜 시를 쓰려고 했던 것일까요. 앞서 말한 '밝아짐'의 영향 때문이겠지만, 시 <새 책상>에서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읽고 쓰는 것이 좋아 / 새 책상을 샀어 / 나는 시를 썼어'라고. 시를 어렵게만 생각하는 우리에게는 언뜻 이해되지 않는 문장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시는 어려운 것이고, 쉽게 쓸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등단이라는 절차를 거친 일부 시인들만이 쓸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시가 우리에게서 멀어진 까닭 중 하나입니다.

화자는 시 <새 책상>에서 읽고 쓰는 것이 좋아서 새 책상을 샀고, 책상을 사니 자연스럽게 시를 썼다고 얘기합니다, 이 문장 속에 담겨 있는 의미는 '글을 쓸 수 있다는 말'은, '시를 쓸 수 있다'는 말과 동일합니다. 물론 글을 쓰는 것과 시를 쓰는 것은 다르지만, 글을 쓸 수 있으니 시를 쓰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습니다.

<시가 될 수 있나요>에서 화자는 얘기합니다. '인생과 생각들 / 자식들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들 / 시로 표현하고 싶어요'라고. 저는 시(詩)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바로 이 문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식들에게 해 주고 싶은 생각, 내 주변 사람들에게 말해 주고 싶은 인생의 이야기 그것을 써서 기록하는 것이 바로 시입니다. '내 글이 시가 될 수 있을까?'는 두려움을 무너뜨리는 것이 바로 시이며, 이렇게 무너뜨린 땅 위에 '차곡차곡 언어로 된 사원'을 쌓는 것, 그것이 바로 시입니다.

저는 조남예 시인의 시를 읽으시면, 시의 미래는 시인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시를 배우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있는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이를 '시의 초심'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조금 더 근원적인 것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것이 무엇이든 우리들의 얘기가 담겨있고, 그 이야기들이 우리 마음속에서 공명할 수 있다면, 시가 될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조남예 시인과 같은 분들의 출현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시인의 시를 읽으며, 아직 우리 한국 시에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시 쓰는 주영헌 드림

조남예 시인은...

1948년생, 2남 1녀와 손주 8명을 두었습니다. 2019년 초등학력인정과정 졸업장을 받았고 현재 충남교육청 중학학력인정과정의 학생입니다. 김승일 시인을 만나 시를 쓰기 시작했으며, 저서로는 <자꾸자꾸 사람이 예뻐져> 등이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시와 산문은 오마이뉴스 연재 후, 네이버 블로그 <시를 읽는 아침>(blog.naver.com/yhjoo1)에 공개됩니다.


자꾸자꾸 사람이 예뻐져

조남예, 김승일 (지은이), 북크루(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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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기'보다 '시 읽기'와, '시 소개'를 더 좋아하는 시인. 2000년 9월 8일 오마이뉴스에 첫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그 힘으로 2009년 시인시각(시)과 2019년 불교문예(문학평론)으로 등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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