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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구두
 남자 구두
ⓒ Clem Onojeghuo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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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인해 싸이(PSY) 뮤직비디오를 봤다. 파워풀한 군무와 리드미컬한 노래가 절묘하게 섞여 계속 보게 되는 중독성이 있었다. 그냥 뮤직비디오라고 하기엔 청각과 시각을 만족시키는 예술의 영역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영화가 예술이라면, 광고가 예술이라면, 춤과 노래, 패션 등이 모여 굉장한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내는 뮤직비디오도 어찌 예술이 아닐까. 이처럼 비주얼은 무언가를 느끼고 받아들이기에 너무 강력한 도구다(싸이 뮤직비디오 패션을 담당한 크리에이터 팀 정말 존경스럽더라. 특히 '이제는' 뮤비의 화사 점프수트는 너무 멋짐).

그래서 비주얼은 화제가 되기 좋은 장치다. 여기저기서 일단 비주얼이 좋으면 사람들의 호감을 산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겉모습이 화려할 수록 본질을 까보고 싶은 나는 그래서 옷이라는 도구로 밥벌이를 하고 있지만 패션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에 한없이 수수하다.

좋게 말해 수수고 안 좋게 말하면 평범하기 그지 없다. 물론 내 멋대로 입고 있기는 하지만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에 의거해 내 비주얼로 나의 전문성을 판단한다면 나는 굶어죽기 딱 좋다(그래서인지 거의 굶어죽지 않을만큼만 일이 들어온다).

그래서 정치인들의 비주얼 관련 이슈가 나올 때마다 한 편으로는 이해가 가면서도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도록 이슈화하는 데 패션이 들먹거려지는 것이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 물타기라는 것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패션 정치란, 정치적인 뜻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패션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네이버 국어 사전 참조). 그런데 지금까지  패션 정치를 했던 대표적인 인물이 있었냐 생각해보면 딱히 누가 떠오르지도 않는다. 그저 빨간색과 파란색, 노란색 등으로 대표되는 당만이 떠오를 뿐이다.

최근에 이슈가 된 장관 후보자가 옷을 잘 입은 건 인정한다. 패션 업계에는 다들 옷을 잘 입기 때문에 오히려 옷을 못 입은 사람이 돋보인다. 무채색 계열의 정장이 일색인 공직자들 세계에서 그 후보자의 패션은 돋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화제가 되는 게 어찌보면 당연하고, 원래도 패션 센스가 있는데 그걸 숨겨가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도 웃긴 일이다. 문제는 본질에 대해서는 약하게 보도하고 패션에 대해서는 반복해서 보도하는 언론의 행태다. 옷은 그 사람을 나타내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그가 옷을 잘 입었다고 해도 본질을 가릴 수는 없는 것이다. 

비주얼이 출중하다 하더라도 누군가 사람을 죽이거나 해했다면 범죄자일 뿐이다. 외모가 출중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연봉이 높다는 연구와 외모가 출중한 범죄자들은 형량을 낮게 받았다는 기록도 있다지만, 새로운 연구와 기록으로 바뀌어야 할 것들이 자신의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한 도구로 자꾸 끄집어내져 이런 현상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아닐는지.

비주얼에 혹하는 사람의 본성은 우리에게 눈이 달린 이상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전문가까지 대동해 후보자의 패션에 대해 칭찬(왜 때문이죠?)해 마지 않는 언론의 행태 또한 쉽게 변할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사람들은 알고 있다고 믿는다. 분명 비주얼에 혹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지만 그럼에도 그 이면의 본질을 보고자 하는 마음과 그들에게 잘생긴, 예쁜, 멋쟁이 아이덴티티를 심어주지 않는 것으로 이 사회가 좀 더 건강해지는 방향으로 방향키를 돌리는 것. 

보기 좋은 떡이라도 썩은 맛은 커버할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필자의 브런치와 블로그에 같이 업로드되었습니다.


태그:#패션정치, #멋쟁이아이덴티티, #싸이뮤직비디오, #댓댓, #이미지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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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 속 악순환 줄이는 옷경영 코치. 건강한 멋과 삶, 옷장/쇼핑/코디 코치 <4계절 옷경영 연구소> [책] 스타일, 인문학을 입다 / 주말엔 옷장 정리 / 기본의 멋 / 문제는 옷습관 / 매일 하나씩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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