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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가치가 퇴색하는 세상입니다. 뿐만 아니라 급격한 자동화로 인간의 노동 그 자체가 종말을 고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세상이기도 합니다. 마주했던 노동 현실의 민낯을 보며 현장의 관찰자이자 조율자로서 신입 노무사가 보고 겪고 느낀 것들을 독자와 공유합니다.[편집자말]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단순한 기계마저도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최소한의 정비가 필요한데, 이보다 더 복잡한 사람이라는 유기체가 '노동자'가 되려면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육체의 건강은 당연하고, 정신적으로도 온전한 사고를 기대할 수 있도록 관리되어야 하며, '사회적 동물'이라는 호칭답게 가족 등 인간 관계가 안정되어 일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정상적인 노동력의 제공을 대가로 임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근로계약은 말처럼 순탄하게 진행되지만은 않는다. 개인의 수많은 사정으로 인해 직원 명부에 등록된 모든 직원이 100% 가동되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 휴가·휴직 등 아예 일정 기간 회사를 쉬는 경우뿐만 아니라 '근로시간 단축제도' 등 하루의 노동량을 줄이는 제도들이 많이 마련되어 있는 요즈음에는 더욱 그러하다.

이에 노·사도 달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휴직제도인 육아휴직 관련, 통계청은 2020년 출생아 부모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24.2%(여성 63.9%, 남성 3.4%)로 2010년의 11.9%(여성 40.5%, 남성 0.2%)의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는 자료를 내놓은 바 있다. 특히 아빠 육아휴직의 약진이 두드러지는데 이는 '일할 때는 제대로 일하고, 쉴 때도 제대로 쉬자'라는 세간의 인식이 변화되었음을 증명하는 하나의 예다.

하지만 아직도 법정휴직조차 어떤 것들이 있는지 모르는 사업장과 노동자들이 부지기수이며, 알고 있더라도 제대로 된 휴직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사업장은 정말 드물다. 이에 슬기로운 휴직 생활을 위한 참고사항을 아래와 같이 정리한다.
  
다양한 휴직 유형

휴직은 크게 법정휴직과 비법정휴직으로 구분할 수 있다. 법정휴직이란 말 그대로 '법에 정해진' 휴직으로, 이미 잘 알려진 육아휴직이나 업무상 부상·질병 등 소위 '산업재해'에 따른 휴직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지난 2012년 제정되어 2019년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한 '가족돌봄휴직'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른 이 휴직제도는 기존의 휴직이 노동자 자신에 국한되었다는 점에서 벗어나, 가족의 질병이나 사고·노령 내지는 자녀의 양육(가족돌봄휴가에 국한됨)을 이유로 신청할 수 있는 최초의 법정휴직이라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한동안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다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모두에게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미취학기 자녀를 둔 부모 직장인들에게는 단비 같은 제도가 됐다. 가족돌봄휴직은 연 90일까지, 가족돌봄휴가는 연 10일(코로나19로 인한 경우 연 20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지난 3월부터 코로나19로 인한 가족돌봄휴가 시 최대 50만 원까지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되어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통상적으로 질병휴직은 '업무상 질병'인 경우에 한하므로 업무 외 질병에 대해서는 휴직을 부여할 의무가 없지만, 예외적으로 법에 따른 장기기증은 그 기간을 반드시 보장하며 심지어 유급으로 한다. 이 점은 잔뼈 굵은 인사담당자들에게도 생경한 사실이다.

구체적으로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서는 사용자에게 그 장기이식에 필요한 기간을 유급으로 처리해야 할 의무를 부여하면서(법 제32조 제2항), 동시에 사용자가 유급처리에 대한 보상금을 국가로부터 보조받을 수 있도록(동조 제5항) 규정하고 있다. 타인의 생명과 직결되는 장기기증의 특성상 이를 장려하기 위한 법의 취지를 잘 살리고 있는 예다.

각각의 법정휴직은 구체적인 신청 사유 및 사용자의 반려 가능 사유가 규정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점을 사전에 파악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육아휴직이나 가족돌봄휴직은 그 사업장에서 6개월 이상 근속한 경우에 한하며 회사의 긴급한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휴직기간을 변경할 수도 있기 때문에, 사전에 미리 휴직 사용을 알리고 상호 협의할 필요가 있다.

비법정 휴직

다만 모든 휴직의 유형이 법에 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를 '비법정휴직'이라 하는데, 이런 휴직들은 대다수가 사업장 내규인 취업규칙이나 노동조합과의 단체협약 등에 정해져 있다.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은 그 사업장 내에서 법률과 같은 강제성을 가지기 때문에, 각각의 휴직 조건을 충족한 경우 개별 노동자의 신청에 따라서 부여될 수 있다.

이에 많은 회사에서 '업무 외 질병'이라 하더라도 일정 기간까지는 휴직을 보장하고 있다. 애초에 아파서 일을 못 하는 직원을 억지로 데려와 일을 시킬 수도 없거니와, 최근 강화된 산업안전보건 관련 법령으로 인하여 사용자의 책무도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 기사에서도 보였듯 그 기간을 무급으로 정한 경우가 많아 사용에 망설임이 생길 뿐이다.

사업장이 조금 규모가 있고,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하여 포상의 개념으로 실시하는 휴직도 많다. 유학휴직이 그 예로, 회사의 업무상 필요성에 따라 직원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목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굳이 휴직이 아니라도, 야간대학원 진학 등에 따라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제도 또한 넓은 의미의 휴직에 속한다.

취업규칙에 규정되어 있지 않은 휴직이라 하더라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애초에 휴직이라는 개념이 근로계약 지속 중에 정상적인 노동력을 제공할 수 없는 사유가 발생하여,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일정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상 의무(노무제공 및 임금지급)를 일시 정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자가 회사에 특정한 사유를 들어 휴직을 신청하였을 때 회사가 이에 동의한다면 유효한 휴직으로 기능할 수 있다.
  
휴직 중인 직원 책상에 부재중 달력이 놓여 있다. 모두투어는 코로나19로 유급휴직과 무급휴직을 병행 중이다. 2020.6.10
 휴직 중인 직원 책상에 부재중 달력이 놓여 있다. 모두투어는 코로나19로 유급휴직과 무급휴직을 병행 중이다. 2020.6.10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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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직 시 임금지급

법정휴직이라면 그 법에 규정된 바에 따르면 된다. 업무상 재해로 인한 질병휴직의 경우 휴업급여(평균임금의 70% 이상)가 지급되어야 한다. 육아휴직급여의 경우 고용보험법에 규정된 바에 따라 기간별로 정해진 급여를 받으며, 최근에는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 등 부가적인 제도를 통해 그 급여액 또한 증가하고 있다.

반면 법정휴직이라도 유급의 의무가 없는 가족돌봄휴직이나, 그 외 비법정휴직은 원칙적으로 무급이다. 여기서 '원칙'이라 말한 것은, 사용자가 유급으로 할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취업규칙 등 내규에 일정액을 지급하기로 한 경우에는 유급으로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휴직 사유가 발생하더라도 금전적인 문제로 쉬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많다는 점에서, 지난 기사("아프면 돈 줄게 쉬세요"... 코로나 2년, 때가 되었다 http://omn.kr/1wncj)에서 다룬 '유급 병가 법제화' 등이 꾸준히 논의되고도 있다.

특이한 점은, 만약 사용자가 경영상 어려움을 들어 일정 기간 휴업을 하는 등 근로계약상 이미 정해진 근로일(또는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경우 근로기준법에 따른 휴업급여를 지급할 의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특히 업종에 따라 업무량이 들쭉날쭉해서 "일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일찍 퇴근시키거나 특정일을 쉬도록 하면서 급여를 주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법적으로 휴업수당 미지급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더하여, 휴직 기간은 원칙적으로는 계속근로기간에 포함되므로 퇴직금 등을 산정할 때에 그 기간을 모두 합산하여 계산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 등 내규에서 노동자 개인의 사유에 따른 휴직 기간에 한하여 계속근로기간에서 제외하도록 정할 수는 있다(임금복지과-1294, 2010-06-11).
  
휴직 중에도 지켜야 할 것들

휴직은 '특정한 사유'를 들어 당사자 간에 근로계약을 일시 정지하는 일종의 약속이기에, 만일 그 사유가 거짓이라거나 중도에 변경되었는데도 이를 알리지 아니한다면 휴직자에게 그에 대한 귀책이 발생할 수 있다.

한 예로 육아휴직을 내고, 그 기간에 대학원 등 상급교육 기관에 진학하여 공부한다면 경우에 따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자녀 양육에 기여하는 바가 전혀 없음이 명백하게 입증되는 경우" 즉 해외 대학 진학 등으로 자녀와 동거하지 아니하여 육아의 목적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육아휴직을 거부할 수도 있다(여성고용정책과-2839, 2016.8.12.)고 보고 있으므로, 이를 숨기고 육아휴직을 하는 경우에도 그 책임이 발생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휴직 중이라도 '근로자로서의 신분' 자체는 유지되는 만큼, 그 기간에 어떤 문제가 생기면 회사에서 그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특히 ① 내규에서 업무상 정당한 필요성에 근거하여 겸업 금지 규정을 두고 있는데도 휴직 중 경쟁업체를 위한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 ② 사생활의 영역이라 할지라도 회사의 명예를 심대하게 실추시키는 범죄 행위 등을 저지른 경우 휴업 중의 일이라 하더라도 차후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

만약 기존에 예상한 기간보다 휴직 기간을 연장해야 하는 사유가 있을 경우, 가급적 신속하게 회사에 이를 알리고 연장 방법을 논의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회사로서는 직원의 휴직 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대체 인력 채용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으므로, 사전에 이런 점에서 논란이 되지 않도록 대처하여 상호 불필요한 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성숙한 휴직제도의 발전을 위하여

휴직은 사용자와 노동자의 상호 신뢰에 바탕할 수밖에 없다. 사용자는 휴직자가 그간 회사에 공헌한 바와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노동력을 제공하며 발전해 나아갈 것을 기대하면서, 노동자는 이 회사에 계속 다니겠다는 점을 사실상의 전제로 잠깐의 사정을 이해해 줄 것을 기대하면서 휴직이라는 제도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에 바람직한 휴직 제도는 노·사의 공감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사내 복지라고 온갖 휴직 제도를 마련해 두더라도 정작 이를 이용할 만한 사람이 적다면 그 제도는 잘못 만든 것이다. 고충 처리 제도 등을 통해 직원들이 어떤 이유로 휴직을 원하는지를 파악하여 이를 제도화하는 편이 효율적이면서도 바람직하다.

휴직을 신청하는 노동자들 또한 이를 악용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특히 개인적인 질병을 이유로 진단서 한 장 없이 수개월씩 소위 '잠수'를 타는 경우를 노무사 업무를 하면서 몇 번이고 보게 되는데, 이는 회사뿐만 아니라 동료들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비신사적인 행위다. 위에서도 이야기했듯 휴직은 복직 및 그 이후의 근속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회사와 이야기하여 권고 사직 등 처리를 받는 방법도 고려해보아야 할 것이다.

여기에 휴직이 생계 차원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상병수당 등 최소한의 지원금 제도를 활용하여 아파도 못 쉬는 사람들을 보듬어줄 필요가 있다는 점을 역설하고 싶다. 선례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휴업 기간 동안 최소한의 생활지원금을 지급하는 등으로 우리는 팬데믹의 시대를 극복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5월 3일 자로 서울시가 발표한 "코로나19 피해 50인 미만 기업체에 대한 무급휴직 지원금"과 같은 보조적 수단이 더 늘어나야 할 것이다. 애초에 휴직을 할 수 없어 퇴직하거나, 무급휴직이 길어지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퇴직하는 노동자들이 많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충분히 쉬면서 일하는" 사회로 발전할 수 있도록 관심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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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조은노무법인 공인노무사, HR컨설턴트(위장도급/산업안전보건 등) // 前 YTN 보도국 영상취재1부 영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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