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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이나 카페에서 부모들의 횡포와 아이들의 안전을 목적으로 어린이 손님을 받지 않겠다며 붙이는 문구
 식당이나 카페에서 부모들의 횡포와 아이들의 안전을 목적으로 어린이 손님을 받지 않겠다며 붙이는 문구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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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살다 보면 간혹 육지에서 온 손님들이 '아이들이 보고 싶다'면서 같이 나오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현실은 아이들이 바쁘다는 핑계로 거절한다. 그 이유는 '노키즈존(No Kids Zone)' 때문이다. 

제주에는 노키즈존이 많다. 많아도 정말 많다. 오죽하면 사람들이 노키즈존 지도까지 만들어 공유하고 있을 정도다. 심지어 제주에서도 오지 마을에 속하는 우리 동네 식당도 노키즈존이 있다. 참고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아닌 백반 전문 식당이다. 

제주에 노키즈존이 많은 이유는 가족 단위의 관광객이 많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비행기를 타고 가는 여행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 제주를 찾는 부모가 많다 보니 식당이나 카페 등에는 가족 단위 손님들이 유독 많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들에게 맛집으로 유명한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게 하고, 예쁜 카페에서 멋진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려 자랑하고 싶어 한다.

문제는 여행 왔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들에게 과도한 자유를 주거나 방치해 다른 손님들을 불편하게 하는 경우다. 특히 카페에서 조용히 책을 읽거나 풍광을 바라보는 손님들 테이블 사이를 왁자지껄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다칠까봐 걱정이 앞선다.

간혹 아이가 어리다며 메뉴를 인원수에 맞게 주문하지 않고는 아이들이 잘 먹는 반찬을 계속 리필하는 부모도 있다. 아이에게 먹이겠다며 공짜 계란 프라이까지 요구하는 보호자도 있다고 한다. 여행 경비를 아끼겠다는 의도는 아니겠지만, 지불하는 가격에 비해 과도한 서비스를 요구하는 경우다. 

나는 다양한 이유로 업주들의 노키즈존 운영 방침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부모의 방치와 횡포를 막고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다는 본래 목적과 달리 오로지 업주 자신들의 편의를 위한 노골적인 차별성 노키즈존이 많다는 점도 문제다. 
 
기자가 살고 있는 제주 중산간마을의 퓨전 식당. 노키즈존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자주 찾는다. 초등학교 근처라 운동회 등 학교 행사가 끝나면 동네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만나는 만남의 장소도 된다.
 기자가 살고 있는 제주 중산간마을의 퓨전 식당. 노키즈존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자주 찾는다. 초등학교 근처라 운동회 등 학교 행사가 끝나면 동네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만나는 만남의 장소도 된다.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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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도내 노키즈존의 가장 큰 문제는 제주도의 식당과 카페에서 운영하는 노키즈존 대상 연령대가 너무 높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제주도 내 노키즈존은 13세 이하가 대부분이다. 13세는 초등학교 6학년이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식당에서 뛰거나 다른 손님들을 방해할 정도로 장난치지 않는다. 대부분 휴대전화를 붙잡고 있다.

또한, 그 나이에는 성인에 버금가는 음식을 먹으니 인원수에 맞게 주문한다. 노키즈존의 본래 목적과 맞지 않다. 그래서 13세 이하 연령 제한은 과도하다고 본다. 

두 번째는 선택적 노키즈존 운영이다. 실제로 지난해 아나운서 출신 연예인 가족이 노키즈존 식당에 간 사실이 드러나면서 특혜 논란이 불거져 논란이 된 적도 있다. 

마지막으로 노키즈존이 너무 많아 막상 가족여행을 꺼리게 만드는 풍토다. 계속해서 차별적 노키즈존이 증가한다면 누가 가족과 함께 제주로 오고 싶어할까?

노키즈존이 늘어나는 만큼 '예스키즈존'에 대한 지원책도 필요하다.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과 안전시설 설치 비용을 지원한다면 예스키즈존 업소는 늘어날 수 있다.  
 
 입하이자 어린이날인 지난 5일 오후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서 어린이가 분수대 근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입하이자 어린이날인 지난 5일 오후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서 어린이가 분수대 근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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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은 100주년 어린이날이었다. 언론은 노키즈존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과 실태를 보도했고, 시민단체에서는 어린이 차별철폐를 주장했다. 어린이날 반짝하는 보도와 시민단체의 주장만으로 노키즈존이 사라질까? 아니다. 노키즈존이 사라질 수 있는 환경과 사회적 공감이 이어져야 한다. 

부모들은 이유식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달라거나 어린이용 포크로 엄마 밥을 나눠먹을 수 있다는 자신의 요구와 세간이 눈총을 보내는 일부 부모의 행태가 다르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 정도면 괜찮다 하는 행위도 타인의 눈에는 비판적으로 보일 수 있다. 서비스를 요구하려면 합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상식이다. 

업주들도 전연령 1인 1메뉴를 명시하고, 아이들을 위한 메뉴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별도로 메뉴를 만들기 어려우면 같은 메뉴에서 양을 줄이고 가격은 낮추더라도 서비스에 합당한 요금을 청구해야 한다. 

부모의 부주의와 아이들의 과도한 장난으로 발생하는 피해를 무조건 업주가 배상하는 법적인 문제도 현실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업주가 충분히 안전 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나 지자체, 관광공사에서 지원을 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노키즈존'과 '예스키즈존'을 나눠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런 문화를 만들기 위해 사회가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다.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말은 저출산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꼭 명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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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미디어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취재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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