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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 불교를 대중화한 승려이자 해골물 일화로 유명한 원효, 고려시대 몽골의 침략에서 민족의 자존심을 수호하기 위해 삼국유사를 저술했던 일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압량군 출신. 오늘날 경상북도 경산시 일대다. 같은 동향이어서 그런지 일연은 삼국유사에 원효대사의 특이한 사적을 제5의해에 저술해 놓았다.

그래서 경산시에서 2015년 남산면 일대에 큰 공원을 조성했는데, 그게 바로 오늘날 수많은 가족 나들이객들이 방문하는 삼성현역사문화공원이다. 공원 이름 그대로 세 명의 성현을 모신 기념관과 그 앞에 드넓은 광장이 있다. 세 명의 성현이라면 원효와 일연 외에 다른 한 명의 경산 성현으로 만든 테마공원이라는 의미인데, 공원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가보기로 했다.

다양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이뤄진 공원

4월 말 삼성현역사문화공원에 가보니 봄내음이 여전히 남아 있다. 입구를 들어가 오른편을 보니 전통그네와 윷놀이를 즐길 수 있다. 내가 갔을 때는 어린 아이가 큰 윷을 던지고, 어르신들이 전통그네를 타고 있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전통놀이 공간으로 설계한 것 같았다.

삼성현문화공원의 또 다른 장점은 아이들이 뛰놀고 소풍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많다는 것이다. 원효대사 해골물 일화와 요석공주와의 만남과 설총의 탄생이야기를 말해주는 돌가부설화의 조각상 뒤에 드넓고 이팝나무가 가득한 놀이터가 있다. 놀이터 시설이 워낙 잘 되어 있어서 그런지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는 가족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그네, 투호놀이, 윷놀이 등의 전통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공간
 그네, 투호놀이, 윷놀이 등의 전통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공간
ⓒ 최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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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대사의 해골물과 설총 탄생이야기를 담은 조형물. 돌가부설화상.
 원효대사의 해골물과 설총 탄생이야기를 담은 조형물. 돌가부설화상.
ⓒ 최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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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왼쪽편으로는 차양막과 텐트가 여럿 보이는데, 시원한 그늘 아래 소풍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참고로 역사공원 내에 편의점이나 매점이 없으니 꼭 먹을 것을 준비하자. 내가 갔을 때는 아이들을 위한 레크레이션 이벤트를 하고 있었는데 호응이 매우 좋았다.

차양막 왼쪽으로는 분홍색 꽃잔디와 노란색 민들레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벚꽃 시즌을 놓쳤더라도 아직 봄은 끝나지 않았음을 잘 말해준다. 왼쪽에는 시민들이 놓은 108개의 솟대들이 있다. 원래 삼한시절 신을 모시는 신성한 지역을 상징했다. 솟대 사이를 따라 걸어가면 언덕을 올라가면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꽃잔디와 민들레로 가득한 문화공원
 꽃잔디와 민들레로 가득한 문화공원
ⓒ 최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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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서 소풍을 즐길 수 있는 공간. 차양막과 텐트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 자외선을 피하며 즐길 수 있다.
 공원에서 소풍을 즐길 수 있는 공간. 차양막과 텐트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 자외선을 피하며 즐길 수 있다.
ⓒ 최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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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에서 내려오면 아이들을 위한 또 다른 공간이 있는데, 레일썰매장이다.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풀려서 그런지 성당에서 온 주일학교 학생들로 가득했다. 이 외에도 주변에 한여름에 체험할 수 있는 무궁화동산과 유아숲체험공간이 있는데, 사계절에 다른 모습을 보이는 문화공원으로 잘 설계한 느낌이었다.

레일썰매장을 뒤로 하고 내려오면 원효대사가 해골물을 마시는 동상이 보인다. 그 옆에 보이는 전시관이 바로 원효대사 깨달음 전시장이다. 아이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간단한 글과 그림으로 되어 있다. 원효대사가 어두울 때 동굴에서 바가지에 담긴 물을 먹었는데 날이 밝은 후 보니 해골에 담긴 물임을 알게 되었다는 해골물 일화를 애니매이션으로도 체험할 수 있다. 체험관에서 주는 메시지는, 원효가 당나라 유학길에 깨달은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라는 일체유심조 사상을 알려주기 위함이라고.
 
사계절 모두 즐길 수 있는 레일썰매장
 사계절 모두 즐길 수 있는 레일썰매장
ⓒ 최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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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공간이 있어서 주말이 되면 대구와 경북 인근에서 오는 가족들로 가득하다. 평일에는 인근 유치원생들도 많이 오는데, 현지 주민들이 삼성현역사문화공원을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발히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 삼성현에 대해 전시한 공간도 있을까? 시원한 분수대 뒤에 건물이 하나 있는데, 거기서 이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삼성현역사박물관

삼성현 역사문화관 2층으로 올라가면 세 성현에 대한 전시실을 볼 수 있다. 세 명의 성현은 바로 원효와 그의 아들 설총, 그리고 삼국유사를 기록한 일연이다. 셋 다 경산 출신이어서 공원 이름에 '삼성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이들을 어떻게 소개했을까?

먼저 원효관을 들어가보니 내가 몰랐던 원효의 탄생 이야기를 볼 수 있었다. 탄생 이야기를 쓴 이는 바로 일연. 삼국유사 권4 제5의해 원효불기에 의하면 원효의 출생지는 압량군 남쪽 불치촌 북쪽의 율곡 사라수 아래서 태어났다고 한다.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지만 오늘날 경산시 압량면 신월동 부근으로 추정하고 있다.

탄생 이야기를 보면 원효의 어머니가 밤나무 밑을 지나 원효를 해산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해산 후 남편의 옷을 나무에 걸고 그 안에 누웠다고 해서 옷을 펼쳐 걸어놓은 나무를 의미하는 사라수로 이름 지었다고 한다.

참고로 석가도 마야 왕비가 친정으로 가는 중에 무우수 아래서 태어났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석가의 탄생을 원효대사에 투영한 것이 아닐까? 출생 이후에는 우리가 흔히 아는 해골물 일화뿐만 아니라 <대승기신론소>와 <십문화쟁론>과 같은 불교이론과 논문을 저술한 사상가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삼성현역사문화관
 삼성현역사문화관
ⓒ 최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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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의 탄생이야기. 600여년 후 같은 동향 출신인 일연이 삼국유사에 기록했다.
 원효의 탄생이야기. 600여년 후 같은 동향 출신인 일연이 삼국유사에 기록했다.
ⓒ 최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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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원효의 아들 설총에 대한 소개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설총은 "누가 자루 빠진 도끼를 허락하려는가"라는 노래를 부를 때 태종무열왕이 "원효가 아들을 낳고 싶다는 것"을 간파하여 인연을 맺어준 요석공주의 소생이다.

요석궁은 지금 경주향교로 비정하고 있어서, 나는 설총이 경주에서 태어난 줄 알았다. 그런데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는 탄생지에 대한 정확한 기록이 없다. 박물관에서는 조선 후기 자인현 읍지등의 기록으로 설총이 자인현(오늘 경산시 자인면) 출생이라는 것을 인용했다.

이두를 집대성한 설총의 소개가 끝나면 일연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강원 양양 진전사에서 출가 후 주로 경상도 일대의 사찰에서 활동했음을 잘 보여준다. 아무래도 선종의 시작점인 진전사에서 경력을 시작해서 그런지 일연이 선(禪) 사상으로 많은 스님들의 의심나는 바를 풀어주어 존경을 받았다고.

덕분에 경주지역으로 행차한 충렬왕의 초청을 받아 개경에서 설법을 설하게 된다. 충렬왕이 이에 감동해서 국사로 추존되었다. 보통 일연하면 삼국유사 역사 저술만 생각했는데, 일연이 고려 후기 불교계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는 또 다른 모습을 보게 되었다.

역사와 문화공간이 조화로운 경산의 삼성현역사문화공원. 특히 자녀가 한국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역사관에 와서 신라 고승 원효와 삼국유사를 쓴 일연에 대해 이야기 한 다음, 드넓은 잔디밭이나 차양막에서 소풍을 즐기는 것이 어떨까? 소풍을 즐기고 나서는 놀이터에서 놀거나 레일썰매를 실컷 타보자. 
 
가족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놀이터
 가족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놀이터
ⓒ 최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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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브런치에 동시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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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시민기자입니다. 독일에서 통신원 생활하고, 필리핀, 요르단에서 지내다 현재는 부산에서 살고 있습니다. 여행테마 중앙선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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