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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나왔습니다'는 저자가 된 시민기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저자가 된 시민기자라면 누구나 출간 후기를 쓸 수 있습니다.[편집자말]
오랫동안 나는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선생이었다. 깊이 들여다보면 이상하게 느껴지는 일이었다. 글쓰기는 혼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굳이 수업을 열어서 가르치고 있다니.

어릴 때 나는 시골집 토방에서 책을 읽다가 '이런 글은 나도 쓸 수 있겠어!'라고 생각했다. 재미있어서 시작한 글쓰기는 성인이 되고도 꾸준히 이어졌다. 잠 안 자고 울며 보채는 아기 때문에 통잠을 못 자는 심경도 일단 기록했다.

수업 시간마다 이렇게 써도 좋다고 하고, 저렇게 써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글쓰기 선생. 학생들은 때때로 수학 문제처럼 확실한 풀이를 원했다. 딱 떨어지는 정답이 없는 글쓰기의 세계, 그래서 나는 하이타니 겐지로의 소설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에 나오는 짧은 글 두 편을 읽어주곤 했다.
 
[예문1] "아침 7시에 일어났습니다. 날마다 운동회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어머니를 따라 시장에 갔습니다. 아버지가 8시 30분에 돌아오셨습니다. 텔레비전을 보고 잤습니다."  

[예문2] "나는 학교에서 돌아오다가 공사장에서 불도저가 움직이는 것을 구경했습니다. 불도저에 치이면 호떡처럼 납작해지겠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불도저가 멈추었을 때 발을 도로에 대어 보니 뜨거웠습니다. 나는 왜 뜨거울까 생각했습니다. 전깃줄도 달려 있지 않은데, 참 이상했습니다."

대부분 두 번째 글이 더 좋다고 했다. 왜 그럴까? 모든 글 속에는 한 것, 본 것, 느낀 것, 생각한 것, 말한 것, 들은 것 등이 있다. 이중에 예문1처럼 '~했다'고만 쓴 것은 '나쁜 놈'이다. 예문2처럼 보고 들은 것, 생각한 것 등은 '착한 놈'이다. 드라마나 영화에 악역이 존재하는 것처럼 글 속에도 나쁜 놈은 꼭 있어야 하지만, 예문 1처럼 한 것만으로 이루어진 글은 밋밋하고 재미가 없다. 

학교 끝나면 학원을 전전하는 아이들은 틈틈이 놀았던 이야기를 자주 썼다. 속상한 일, 칭찬받은 일, 궁금한 일, 자기 생각과 생활, 친구들과 부모님에 대해서도 썼다. 나는 아이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긴 글을 읽는 게 재미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글쓰기 수업은 상급학교 진학에 필요한 발판처럼 여겨졌다. 국어나 사회 시험 문제 하나 틀렸다고 한밤중에 나한테 따지듯 전화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글쓰기 수업을 안 하면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 답을 찾기 위해 일을 줄여가면서 글을 썼다. <우리, 독립청춘> <소년의 레시피> <서울을 떠나는 삶을 권하다>를 펴내고 나서야 결단했다.

글쓰기 수업은 안 하려고 했는데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 사계절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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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되지 못하더라도 글 쓰는 일에 전념해 보자고. 돌아갈 다리를 불사르는 사람처럼 글쓰기 수업을 정리했는데 겨우 한 달 만에 동네서점에서 글쓰기 수업을 열었다. SNS에 '좋아요' 100개 받고 싶다, 속상한 일을 글로 풀고 싶다, 내 책을 펴내고 싶다 등등 다양한 욕망을 가진 20대부터 70대가 모였다.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책을 읽어도, 결국은 내 이야기를 하게 된다. 에세이를 쓰고 싶다면서 몇몇은 자기 자신을 글로 내보이는 걸 망설였다. 근사한 에세이 한 편을 읽은 독자는 글 쓴 사람이 궁금해진다.

나는 첫 글쓰기 숙제를 내면서 <망작들 - 당신의 작품을 출간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줬다. 가상의 편집자가 세계문학사의 위대한 작품을 쓴 작가들의 원고를 거절하는 내용이다. 편집자는 성경 원고를 출판사에 투고한 하느님에게도 충고한다.

"자세하게 쓰고, 곁가지 이야기도 좀 하고, 당신 자신을 드러내세요."

글쓰기는 누구도 대신 해 줄 수 없는 자기만의 육체 활동이다. 글쓰기 수업에 오는 사람들은 첫 번째 숙제를 하면서 바로 눈치챘다. 그것 때문에 그만두는 사람이 있고, 온전히 혼자 할 수 있다는 것에 끌려서 힘을 내는 사람이 있다. 영영 드러나지 않았을 자신을 글로 표현하는 게 즐겁고, 밖으로 퍼져나간 글이 세상과 연결될수록 쓰는 기쁨을 알아갔다.

지난해 3월, 사계절 출판사 최일주 팀장님과 이혜정 차장님이 한길문고에 찾아왔다. 우리는 네 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주고 받았는데, 그중에서 내가 가장 피하고 싶은 게 글쓰기 에세이였다. 글쓰기는 배우지 않아도 스스로 깨우치며 쓸 수 있는 거니까.

편집팀에서는 서점에서 하는 글쓰기 수업을 주제이자 소재로 삼고서 글쓰기의 방법론적 이야기, 교수법의 실패와 성공을 오가며 쌓은 노하우도 들어가면 좋겠다고 했다. '사람들은 왜 글을 쓰고 싶어 할까?' 난생처음 들은 질문처럼 오래 생각했다.

에세이는 결국 나를 보여주는 건데, 왜 일하고 애들 키우고 집안일 하면서 쓰려고 애를 쓸까. 보름 넘게 책의 목차를 정하지 못하고 고민했다. 내 고민을 들은 출판사 편집팀에서는 말했다.

"글쓰기 에세이는 글쓰기 스킬은 아닌 것 같아요. 글쓰기 책을 읽는다고 해서 갑자기 되는 것도 아니고요. 글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관점, 용기라고 생각해요. <소년의 레시피>를 보면, 내 아들 이야기가 얼마나 공감이 될까? 사람들은 그런 글감을 갖고 있어도 용기 있게 못 썼을 것 같아요.

좀 더 진지하게, 좀 더 재미있게, 애정을 가지고 바라본 거잖아요. 개인적인 이야기 속에 재미와 통찰이 살아 있는 게 작가님 글쓰기의 핵심이자 매력이에요. 자신의 경험을 통한 객관적이고 실용적인 통찰, 더불어 '글을 쓰고 싶은 독자'에게 도움 되는 에세이에 대한 텐션을 놓지 않고 써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나는 서점에서 순도 100퍼센트의 뜨거운 마음을 지닌 채 쓰려는 사람들을 만났다. 글쓰기 수업의 목표는 '꾸준히 쓰는 사람'이 되는 것에 두고 시작했다. 7개월 과정이 끝나기 전에 독자였던 사람들은 블로그,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 오마이뉴스에 자기 이야기를 쓰는 에세이스트가 되었고, 20여 명의 사람들은 자기 책을 펴낸 출간 작가가 됐다.

처음부터 잘 쓰지는 않았다. 진짜로 초등학생 일기처럼 있었던 일을 공평하게 순차적으로 쓰는 사람도 있었다. 독서와 글쓰기는 서로 다른 궤도에 존재했다. 오랜 독서가도 처음 쓴 글에 마침표를 찍을 줄 몰랐다. 여운을 주고 싶다며 씨앗 뿌리듯이 말줄임표를 남발하고, 문단을 나누지 않은 채로 글을 썼다. 일기와 에세이의 차이, 내포 독자, 다정함의 한도, 아까워도 버려야 할 몇 가지 등을 익힌 사람들의 글쓰기는 빠르게 성장했다.

사소한 것도 계속 쓰면 중요해진다
 
쓰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책 표지다. 글쓰기 수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주로 퇴근하고 애들 재우고 글을 썼다.
▲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쓰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책 표지다. 글쓰기 수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주로 퇴근하고 애들 재우고 글을 썼다.
ⓒ 배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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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힘들고 괴로웠지만 이제는 '자기 마음이 뜯어먹기 좋아하는 자기만의 풀밭'을 찾아내서 썼다. 우정을 지키기 위한 '70금' 이야기, 울면서도 써야 하는 이야기, 생각만 해도 배시시 웃음 나는 이야기, 일터 이야기 등을 차곡차곡 쟁이듯 썼다.

가끔은 단체로 '이런 작은 이야기를 써도 되나?' 고민했지만, 지금은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에도 귀 기울이는 시대. 사소한 것도 계속 쓰면 중요해진다는 걸 마음에 새기며 자기만의 시선으로 썼다.

"이런 글은 나도 쓸 수 있겠어!"

내가 쓴 <소년의 레시피>를 읽은 독자들은 말했다. 굉장한 칭찬이라고 생각했다. 있는지도 몰랐던, 쓰고 싶었던 독자들의 욕망을 툭 건드린 거니까. 나도 그 마음으로 시작해서 에세이, 동화, 인터뷰집, 인문지리서를 쓴 작가가 되었다.

쓰고 싶다는 마음을 붙잡는 순간, 독자는 '쓰는 사람'이 되는 거다. 글쓰기 수업에 와서 마침표 찍고 몇 칸을 띄어야 할지 모르겠다던 사람, 문장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한 것처럼 세 칸씩 띄어 놓더니 놀랄 만큼 발전해서 <엄마의 원피스>를 펴낸 김준정 작가는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에 대해 이렇게 썼다.

"글쓰기 책은 많다.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은 실제로 누군가를 쓰게 하고 그 사람이 잘 되도록 도와준 작가가 쓴 글이다. 나는 운이 좋아서 배지영 작가를 만났다고 생각한다. 나와 같은 행운을 갖고 싶은 분들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을 읽으면 된다. 두렵지만 해보자는, 부끄럽지만 그래도, 라는 마음이 생길 거다. 나도 그랬으니까."

덧붙이는 글 | - 브런치에 보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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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소년의 레시피』 『내 꿈은 조퇴』 『나는 언제나 당신들의 지영이』 대한민국 도슨트 『군산』 『다녀왔습니다, 한 달 살기』 『환상의 동네서점』 『우리, 독립청춘』 『서울을 떠나는 삶을 권하다』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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