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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하루는 가라,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노력. 시민기자 그룹 '40대챌린지'는 도전하는 40대의 모습을 다룹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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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만 테니스를 배우다가 올해 초, 딸까지 합류해 온 가족이 함께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했다. 가족이 함께 테니스장에 갈 때마다 즐거웠다. 테니스장에서 만나는 몇몇 사람들은 가족이 다 함께 운동하는 게 부럽다고 했다. 그럴 때면 괜스레 어깨가 으쓱거렸다. 화목한 가족의 대표주자가 된 것 같았다.
 
재미있어하길래 계속하겠거니 하고 사준 테니스 용품
 재미있어하길래 계속하겠거니 하고 사준 테니스 용품
ⓒ 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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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 딸 아이가 테니스를 배운 지 한 달이 지난 후, 테니스 라켓과 신발을 사주었다. 재미있어 하길래 계속하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테니스를 좋아하시는 친정 아빠는 손녀가 테니스 선수가 되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런데 주위의 기대와 달리 아이는 점점 흥미를 잃었다. 합기도도 수영도 곧잘 했던 아이라 테니스도 잘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공으로 하는 운동은 또 다른지 헛스윙이 많다.

실수가 많으니 재미가 없고 재미가 없으니 열심히 하지 않고 열심히 하지 않으니 실력이 늘지 않고 실수만 느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졌다. 아이가 뛰지 않고 팔만 휘휘 돌리는 것을 보면 돈과 시간이 아까웠다. 답답해서 조언도 했다가 칭찬도 했으나 아이는 결국, 선생님께 이렇게 말했다.

"테니스 재미없어요."
"뭐? 테니스가 재미없어?"


선생님은 깜짝 놀라셨다. 아이들은 대부분 테니스를 재미있어 한다고 했다. 이젠 선생님까지 합세해서 테니스에서 떠난 아이의 마음을 돌리려고 칭찬 세례를 퍼부었다. 그러나 선생님과 나의 노력이 무색하게 아이는 3개월 만에 테니스를 그만두었다.

코트에서 신경 쓸 사람이 없어졌다
 
테니스 코트에서의 나와 딸.
 테니스 코트에서의 나와 딸.
ⓒ 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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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는 아이의 테니스 채와 신발만 덩그러니 남았다. 화목한 테니스 가족의 꿈은 멀리멀리 사라졌다. 테니스가 사춘기 아이와 가까워질 수 있는 접점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욕심이었나 보다. 자신이 아닌 남을 향한 욕심은 내려놓아야 하는데 아이에게는 나도 모르게 자꾸 욕심을 부리게 된다.

'그래, 차라리 잘 됐어. 이제야 내 테니스에 집중할 수 있겠군.'

나도 못 하면서 아이에게 훈수 두느라 제대로 강습을 못 받은 게 사실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남편과 2:1 수업을 받고 그다음엔 딸과 2:1 수업을 받았다. 딸이 그만두고 나서 처음으로(시작한 지 6개월 만에) 혼자 레슨을 받게 됐다.

그동안 항상 혼자 레슨 받았으면 훨씬 빨리 늘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드디어 때가 된 것이다. 잘하는 남편과 수업을 받으며 주눅들 일도, 슬렁슬렁하는 딸과 수업을 받으며 답답해 할 일도 없다. 이젠 오롯이 내 움직임에만 집중하면 된다.

테니스는 보통 강습 시간이 20분이다. 처음에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무슨 운동이 될까.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20분이 지나면 온몸에서 땀이 줄줄 흐른다. 테니스는 에너지 소모가 많은 운동이다. 혼자 강습을 받으니 운동 강도가 더 세졌다. 레슨 시간이 끝난 것 같은 기분에 시계를 보면 항상 10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선생님이 던져주시는 공을 따라 이리저리 뛰며 라켓을 휘두르지만 10분이 지나면 뛰다 포기할 때가 많다. "아휴, 이건 못 쳐요, 못 쳐" 하며 가다 멈춘다. 그러나 포기하실 선생님이 아니다. "집중하세요, 집중!" 하면서 공을 끝까지 보고 라켓을 휘두르라고 코트 너머에서 소리 치신다. 난 대답은 잘하기 때문에 "네네! 알겠어요!" 하고 크게 목소리를 높인다.

혼자 강습받아 좋기는커녕 힘이 들어 강습을 같이 받을 파트너를 구하고 싶다. 레슨이 끝나면 흠씬 두들겨 맞은 사람처럼 온몸이 너덜너덜해진다.

"선생님, 겨우 20분인데 왜 이렇게 힘들까요?"
"그건 체력이 없어서죠. 체력을 키우셔야 해요."


소리를 지르는 유일한 시간
 
혼자 레슨을 받는 장면.
 혼자 레슨을 받는 장면.
ⓒ 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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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다. 그러고 보니 수영을 배울 때도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접영을 못 해서 한참 고생했는데 선생님께서 체력을 먼저 키워야 한다고 하셨다. 체력이 안 되니까 힘이 없어서 못 하는 거라며. 난 운동을 하면서 기초 체력을 키우려고 했는데 기초 체력이 있어야 운동을 잘할 수 있다니.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테니스는 온몸의 근력을 다 사용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평소에 근력 운동을 많이 해두는 것이 부상 예방에도 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테니스를 잘하기 위해 또 다른 운동을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이 된다.

그러다 '테니스를 왜 하지?'라는 질문으로 돌아간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굳이 테니스를 왜?' 테니스 가족이란 꿈은 이미 날아갔다. 그렇다면 테니스 부부? 물론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남편이 흥미를 잃는다면 희망은 또 뿅 하고 사라지겠지. 더이상 다른 사람에게 내 욕심을 얹지 않기로 한다.

그렇다면... 이유는 재미다. 끝이 어떨진 몰라도 아직은 재미있으니까. 그리고 신기하게도 테니스를 할 때만 내 안에서 소리가 나오니까. "으악!", "얍!" "아잇!"이라고 쓰지만 사실은 받아 적기 어려운 정체불명의 기합 소리가 테니스 코트장을 가득 채운다.

이렇게 소리를 지르는 시간이 이 시간밖에 없다는 것만으로도 지금은 충분한 것 같다. 이 재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빠진 악순환의 굴레가 아니라 선순환의 굴레에 빠져야겠지. 노트북을 켜고 유튜브에 들어가 홈트레이닝 근력 운동을 열심히 찾기 시작한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group40대챌린지 http://omn.kr/group/forty_up
뻔한 하루는 가라,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노력. 도전하는 40대의 모습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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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살아 갈 세상이 지금보다 조금 나아지기를 바라며 내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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