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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서 국정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안철수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서 국정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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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가 어제(3일)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부분을 하나 찾아보라 하면 병사 월급 200만 원 공약의 후퇴이다. 윤석열 당선자는 애초에 '취임 즉시' 이병부터 월급 200만 원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지만,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 더욱이 단계적으로 인상한다는 월급조차 실수령액 기준이 아니라 군 적금 등을 통해 모아지는 돈까지 포함해서 월급 200만 원인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때 탄생한 군 적금

'전역할 때 목돈을 만들어 주겠다'는 군 적금 제도는 박근혜 정부 때 처음 만들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희망준비금' 제도를 통해 전역 후 100~200만 원의 금액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해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군 적금 제도다. 그러나 이 제도는 취임 직후부터 대폭 후퇴해 많은 뒷말을 낳았다. 윤석열 정부와 마찬가지로 인수위 시절부터 해당 공약이 후퇴했다.

그러나 '공약'이기 때문에 실현은 해야 했는데, 2014년 박근혜 정부는 병사의 월급 '일부'를 적립해서 자산을 형성하고 정부가 일부 금액을 더 얹어주는 형식의 희망준비금 제도를 선보인다. 이른바 '군 적금'의 등장이다. 당시 군 적금은 5~10만 원을 매달 넣으면 5% 정도의 높은 금리로 전역 때 돌려주는 자산형성프로그램이었다. 

문제는 병장 기준으로 당시 병사 월급은 15만원에 도달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월급의 2/3을 저금해야 목돈 형성이 가능했다. 박근혜 정부 말 병사 월급은 취임 이전에 비해 2배나 올랐지만, 그 기준으로 해도 여전히 병사들은 자신의 월급 1/2은 저금해야 전역 후 통장에서 200만 원 정도를 챙길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 정책을 계승한다. 바로 '장병내일준비적금' 제도다. 이 제도는 월 40만 원을 납입하면 정부 지원금까지 합쳐 전역시 약 1000만 원의 목돈을 만들어 주는 정책이다. 박근혜 정부보다 더 파격적인 지원과 실질적인 목돈을 만들어주는 정책이었지만, 2021년 기준 병장 월급 기준으로 하더라도 2/3을 저금해야 하는 부담은 여전히 문제다.

군 적금의 문제

이제 군 적금의 문제를 살펴보자. 우선, 위에서 계속 언급한 이야기인데 월급의 1/2 이상을 떼서 저금해서 나중에 돌려주는 것이 아무리 월급 인상의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타당한가의 문제다. 당장 군 월급이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군 적금을 모으기 위해 월급의 절반 이상을 저금하라고 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병사 시절에 월급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또한, 그로 인해 병사 개인이 당장 쓸 수 있는 비용도 크게 줄어든다.

현재 군 적금은 개인 선택으로 가입하는 상품이지만, '충분한 전역에 대한 보상'이라는 심리 때문에 사실상 그 가입이 의무화 된 상황이다. 전역할 때 10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는데, 가입하지 않으면 큰 손해처럼 보이는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저금 하는 사람만 지원금을 준다'는 군 적금이기 때문에 이를 받으려면 월급이 당장 크게 깎이는 효과를 감수해서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어쩔 수 없이 저금을 해야 한다. 이런 상황은 강제 저금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제22조의 취지와는 크게 동떨어져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계속 언급했듯이 군 적금은 '선택'이다. 전역 후 목돈을 포기하고 그냥 의무복무를 이행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신 군 적금으로 인한 정부지원금은 받지 못한다. 형평성의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왜 같은 복무를 했는데 누구는 전역지원금을 얹어주고 누구는 받지 못하나? 만일 국방의 의무 수행에 대한 국가의 보상이라면 군 적금이 아니라 일괄적으로 전역지원금을 부여하는 게 맞았을 것이다.

병사 월급이 최저임금 이상이 되어야 하는 이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2월 20일 강원도 철원 육군 3사단 부대(백골 OP)를 방문해 생활관에서 장병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2월 20일 강원도 철원 육군 3사단 부대(백골 OP)를 방문해 생활관에서 장병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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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인들은 청년들이 군대 복무를 통해 얻는 고통에 동감한다고 하면서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강조하고 있다. 단골처럼 전역지원금을 얼마 이상으로 주겠다, 군가산점을 부활하겠다, 병사 월급은 얼마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말한다. 

이 말잔치의 종착점이 병사 월급의 일부를 떼서 주는 군 적금이다. 물론, 군 적금의 효과에 대해서 부정하지는 않는다. 분명 전역 후 목돈이 쌓이고 그것을 받는다는 것 자체는 병사들의 보상심리를 충분히 채워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복무 당시 월급의 상당수를 포기해야 하고, 적금을 선택하지 않으면 지원금을 받을 수 없는 불공정한 군 적금이 온전한 의무 복무 보상 방법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좋은 방안은 무엇인가? 우리는 원점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대로 병사 월급 200만원 시대를 여는 것.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병사 월급을 최저임금 기준 월급인 191만4400원 이상으로 맞추자는 것.

왜 최저임금인가? 최저임금은 공적인 절차를 통해 확정된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 '이 정도는 줘야 한다'는 노동력의 최소한의 대가다. 의무 복무에 있어 국가가 적절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면 가장 분명히 참고할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하다. 병사 월급 문제는 한국사회에서 이미 합의된 '월급은 이 정도는 받아야 한다'는 개념에서 접근해야 한다. 적어도 그 이상은 되어야 최소한도의 보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의무 복무에 그 정도의 보상은 필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다. 한국 사회가 합의한 최저한도의 월급 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징집 대상자들이 군대에 들어 올 요인은 많이 부족하다. 병영문화 개선도 더디고, 병사 월급도 사회 최저보다 적다면 누가 기꺼이 의무에 임하려고 할까? 

지금 우리 시대는 사람을 강제로 끌고 무언가 시킬 수 있는 군사정권 시대가 아니다. 의무 이행이 국가 입장에서 절실하다면 충분한 유인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최저임금 기준의 병사 월급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장기적으로 이 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기를 바란다.

태그:#윤석열, #인수위, #병사월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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