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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주말농장의 모습이다
▲ 우리동네 주말농장 우리 동네 주말농장의 모습이다
ⓒ 서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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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우리 동네도 주말농장을 하네?"

엄마와 내가 이사 온 동네에서 산책하다가 주말농장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선 했던 말이다. 바야흐로 4월과 5월은 텃밭 가꾸기의 달이다. 노부부부터 시작하여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젊은 부부까지, 올해도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텃밭을 꾸려나가고 있었다.

엄마는 나에게 "너 작년에 주말농장했잖아, 이번에는 안 해?"라고 물어보셨다. 나는 질색하며 "응, 안 해. 절대 안 해"라고 대답했다. 내가 이런 반응을 보인 이유는, 대화에서 알 수 있듯이 작년에 어설프게나마 주말농장을 운영했다가 호되게 고생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농사, 절대 쉽지 않다
  
주말농장을 했던 모습이다
▲ 주말농장 주말농장을 했던 모습이다
ⓒ 서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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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농장의 시작은 호기로웠다. 심을 작물을 정하고, 농장 부지를 구하는 모든 과정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호미와 모종삽을 가지고 주말농장을 방문한 우리는 밭을 정비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우리가 가장 먼저 한 것은 바로 검은 비닐을 이랑 위에 덮는 작업이었다. 비닐은 잡초 관리를 용이하게 해주고, 땅의 수분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에 깔아주는 것이 좋다고 하여 무작정 비닐을 사서 설치하기 시작했다. 약 2시간의 고된 노동 끝에 비닐을 다 깔았다. 비닐 설치 작업을 마무리 지은 후, 구매해 온 여러 작물들의 모종들을 심어주었다.

그렇게 작물들을 심어 놓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여름이 찾아왔다. 무더운 여름 땡볕 아래에서 고랑에 난 잡초를 뽑아내고, 한 주에 두세 번씩 밭을 방문하여 물을 주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또한, 나름 무농약이라는 타이틀로 시작했던 주말농장이었음에도 진드기와 같은 벌레들의 습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농약을 뿌려야만 했다.

그렇다고 힘든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6월의 중순 즈음 첫 수확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첫 수확을 할 때의 느꼈던 감정은 아직도 잊히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첫 수확의 기쁨을 한껏 만끽하고, 7월이 되었다. 7월부터 슬슬 심어두었던 가지와 고추가 꽃을 피우더니 열매를 맺기 시작하였다. 잘 익어가는 가지와 고추, 호박들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다. 그러나 이 뿌듯함은 곧바로 절망감으로 바뀌게 되었다.

수확한 가지와 고추 그리고 호박들의 맛이 너무 없었기 때문이다. 아삭한 맛이 하나도 없었던 고추와 물렁거리기만 하던 가지, 이상한 맛을 뽐내던 호박까지, 제일 고대했던 작물들의 실패로 실망감만이 가득한 한여름을 보내게 되었다.

당시 주말농장을 관리하던 어르신께서 우리가 처음 밭을 방문했을 때 하셨던 말씀이 있었다. 농사 쉽지 않을 거라고, 그래도 도전하는 모습이 대견하다고 말씀해 주셨다. 어르신 말씀대로 농사는 정말 고단한 일의 연속이었다. 8평 남짓의 땅을 관리하면서 친구와 나는 '농사 정말로 쉽지 않다'와 '채소는 사드세요'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책에서 배우지 못한 기술

하지만 주말농장을 하면서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느꼈다. 내가 전공하는 학과가 농업을 배우기는 학과이기도 하고, 식물을 기르는 것을 좋아했기에 당연히 주말농장도 쉽게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고추의 가지치기와 지지대 세우기, 호박의 줄기 유도하기 등등 농사 짓기 전에 인터넷과 책을 통해 공부를 미리 해도 막상 밭에 도착하고 일을 할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매번 어려움을 겪었었다.

그때마다 옆에 상주해 계셨던, 텃밭을 관리하시는 어르신께서 큰 도움을 주셨다. 직접 순을 제거하는 방법, 지지대를 효율적으로 세우는 방법 등을 옆에서 친절하게 알려 주셨다. 덕분에 그럴싸한 밭의 모습을 갖춰 나갈 수 있었다.

어르신께서 도움을 주셨던 것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여름철 밭에는 고라니가 자주 출몰한다고 하고 이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다고 한다. 우리 밭 역시 고라니들이 호시탐탐 밭을 노리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였다. 어르신께서는 고라니가 밭 내부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망을 깔아주시고, 고라니가 싫어하는 냄새를 품은 액체를 뿌려주셨다.

길을 지나가다 가끔 보는 고라니가 밭작물에 그런 심각한 피해 입히는 동물인지를 주말농장 덕분에 알게 되었다. 보통 작물을 재배할 때 주의해야 할 부분은 병충해와 날씨 변화라고 들어왔기 때문에, 고라니와 같은 동물한테는 전혀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밭을 운영해보는 경험을 통해 새로운 값진 지식을 얻어 갈 수 있었다.

주말농장, 무엇을 심어야 할까?

'선택과 집중'. 주말농장을 하면서 얻은 결론이다. 주말농장을 하는 대부분은 아마 어르신들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같은 예외는 항상 존재하는 법이다. 어르신들이야 밭을 관리할 시간이 많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우리처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학생들의 경우, 주말을 제외하고 꾸준하게 밭을 방문하여 관리해 주기가 어렵다. 그렇기에 크게 관리를 해주지 않으면서도 풍성한 수확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작물을 심는 것이 좋다.

가장 먼저 추천할 작물은 바로 고구마이다. 고구마는 어르신께서 강력 추천하신 작물이기도 하다. 일단 고구마는 재배 난이도가 굉장히 낮은 편이다. 고구마 순을 구입하여 땅에 잘 심어두기만 하면 큰 문제 없이 잘 자라는 작물이다. 특히, 고구마는 다른 작물들과 달리 수확할 때 땅속에서 캐내기 때문에, 수확 과정에서도 큰 재미를 볼 수 있다. 
 
직접 키운 고구마의 사진이다
▲ 고구마 직접 키운 고구마의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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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추천할 작물은 상추와 같은 쌈 채소류이다, 상추와 같은 경우 정말 별다른 관리 없이도 잘 자라는 작물이며, 매번 농장을 방문할 때마다 엄청난 양을 수확해 갈 수 있는 작물이다. 형형색색의 쌈 채소들은 밭을 더욱 풍성하게 보이도록 만들어 주기도 한다. 주의해야 할 점이라면, 너무 많이 심어버리게 되면 처치가 곤란해진다는 것이다. 먹고 싶은 쌈 채소 별로 2개씩만 심어도 주말마다 충분히 수확할 수 있다.
 
직접 키운 상추의 모습이다
▲ 상추 직접 키운 상추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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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형태의 텃밭

올해는 학업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 주말농장을 또 운영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렇다고 작물을 키우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어서 최근에는 테라스 텃밭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주말농장에 비해 규모가 작긴 하지만, 방울토마토와 쌈 채소 그리고 고추까지 다시 한번 심고 싶었던 작물들은 모두 다 심어볼 수 있었다.
  
관리하고 있는 테라스텃밭의 모습이다
▲ 테라스텃밭 관리하고 있는 테라스텃밭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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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시간을 내어 이렇게 작게라도 텃밭을 꾸려나가 보는 것이 어떨까. 작물들이 자라는 모습, 수확의 기쁨 이 모든 것들이 잠시나마 여러분들을 바쁜 일상 속에서 힐링시켜 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태그:#주말농장, #텃밭, #작물, #농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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