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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공동체’로 널리 알려진 사토 마나부가 책 <제4차 산업혁명과 교육의 미래>(교육과 실천)를 펴냈다.
▲ 책 <제4차 산업혁명과 교육의 미래> 표지 ‘배움의 공동체’로 널리 알려진 사토 마나부가 책 <제4차 산업혁명과 교육의 미래>(교육과 실천)를 펴냈다.
ⓒ 교육과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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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공동체'로 교육계에 널리 알려진 사토 마나부가 <제4차 산업혁명과 교육의 미래>라는 책을 펴냈다. 글쓴이는 책에서 4차 산업혁명이 교육에 미친 영향을 밝히고 미래 학교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다뤘다.

미래 교육 신화
 
"미래사회에 필요한 학습역량을 교육의 중심에 두기로 했다. 컴퓨터 언어 교육과 디지털 과학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2022년 2월 14일 윤석열 국민의 힘 대통령 후보 공약 발표 보도자료)
 
지난 2월 14일 윤석열 국민의 힘 당시 대통령 후보가 낸 교육 정책 공약 발표 보도자료 일부다. 옮겨 온 내용은 같은 날 발표한 8개 공약 가운데 하나인 'AI 교육 등 디지털 역량 강화' 부분이다.

'미래 교육은 ICT(정보 통신 기술) 교육'이라는 일반적 생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원격 수업이 일반화되면서 이러한 통념은 훨씬 더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최근에 학교를 방문하여 수업을 참관하다 보면, '위드 코로나'가 '위드 태블릿'과 동일시되어,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고 다양한 기술과 도구들이 수업에 동원되고 있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제4차 산업혁명과 교육의 미래>, 12쪽)
 
책 <제4차 산업혁명과 교육의 미래>를 번역한 손우정의 말이다. '4차 산업혁명', '에듀테크', '미래 교육' 등의 용어가 교육계에 널리 퍼지면서 컴퓨터 활용 기술과 기교에 대한 강조가 더욱 두드러졌다. 관련 책과 연수 프로그램도 쏟아졌다.

그런데, 과연 첨단 기술로 가득한 교실이 '미래 교육'의 핵심일까? 줌(Zoom) 프로그램을 이용해 수업하고, AI와 메타버스, IoT와 로봇을 교실에 끌어들이기만 하면 모든 학생의 배움이 질적으로 고르게 성장할 수 있을까?
 
"도구(기술)가 지배자가 되어 파멸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중략) 도구가 생각(의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이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듀이가 한 말, <제4차 산업혁명과 교육의 미래>, 14쪽에서 다시 옮김)
  
20세기 초에 듀이는 도구인 기술이 사람을 지배하는 뒤바뀜 현상을 걱정했다. 그의 걱정은 한 세기가 지난 지금의 사회에도 여전히 적용할 수 있다.

'박애주의'로 포장한 '교육 시장화'
 
"코로나19로 인해 눈에 띄는 현상의 하나는 IT 산업의 교육시장 진출이다. 상징적인 현상은 줌(Zoom)의 폭발적 보급일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과 교육의 미래>, 30쪽)
 
코로나19 확산으로 정보 통신 기술 산업이 교육 분야에 급속하게 파고들었다. 구글과 줌은 원격 수업 플랫폼을 무료로 제공하고, 교육부와 교육청은 막대한 돈을 들여 교실에 무선 접속 장치를 설치하고 스마트 패드를 대량으로 사들여 학교에 공급했다.

오랫동안 신자유주의에 바탕을 둔 국가 정책이 확산함에 따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교육이라는 공적 영역이 사기업의 투자 경연장이 되었다. 학교 안팎에서 '교육 시장'이라는 기업의 이윤 추구 놀이터가 만들어졌다.

사토 마나부는 책에서 2011년 400조 엔(약 3900조 원)이던 세계 교육 시장이 2020년 기준으로 600조 엔(약 5800조 원) 규모로 팽창했다고 주장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3배로, 매년 약 14%가 확대하는 급속한 팽창"(<제4차 산업혁명과 교육의 미래>, 32~33쪽)이다.
  
 "세계 최대 교육기업 … 피어슨의 기업 이념은 '모든 사람들에게 공정하고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렇게 '박애주의'의 표어가 모든 수익 사업을 관통하고 있고, 개발도상국이나 선진국의 빈곤 지역에서 사업을 확대하며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과 교육의 미래>, 37~38쪽)
  
세계 최대 교육기업이 외치는 '모든 아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차별과 격차를 뛰어넘는 배움의 보장', '평등하고 공정한 교육을 모든 아이들에게'는 언뜻 보면 비영리 자선단체의 아름다운 구호처럼 보인다.

이타적으로 포장한 슬로건 뒤에서 '교육기업' 피어슨은 엄청난 부를 쌓아 올리며 지구 전체와 개별 국가 규모 모두에서 중심부와 주변부 사이의 불평등을 키우고 있다.

기술과 돈 중심이 아닌 새로운 사회 만드는 교육을 위해
 
"코로나19로 인해 '국가와 자본 중심'이 아니라 '생명과 인권 중심'의 사회를 요구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사회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새로운 사회'를 나는 '서로 나누고, 서로 돌보고, 서로 배우는 공동체(sharing, caring and learning community)'라 부르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과 교육의 미래>, 91쪽)
 
기술과 돈이 지배하는 사회, 수단이 목적을 삼키는 사회, 치열한 각자도생의 전쟁터에서 다른 사람과 생명을 무자비하게 짓밟는 사회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자본과 기술의 폭주를 막지 못할 것"이다(<제4차 산업혁명과 교육의 미래>, 91쪽).

"컴퓨터는 사고와 표현의 도구"이며, "연필이나 지우개처럼 문방구의 하나가 되는 것이 가장 좋은 사용법"이라는 글쓴이의 말은 깊이 새겨볼만 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 강국, 초등학생에게 코딩 교육과 AI 교육을 가르치지 않으면 미래사회를 만나지 못할 것이라는 강박을 가진 우리 사회에서는 특히나 더.
 
"컴퓨터는 '가르치는 도구'가 아니라 '배움의 도구(사고와 표현의 도구)'로 활용할 때 훌륭한 교육 효과를 발휘한다." (<제4차 산업혁명과 교육의 미래>, 67쪽)

"나는 교육에서 컴퓨터는 연필이나 지우개처럼 문방구의 하나가 되는 것이 가장 좋은 사용법이라고 생각한다. … ICT 교육에서 컴퓨터도 문방구의 하나가 되는 것이 가장 좋은 마지막 형태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과 교육의 미래>, 96쪽)

제4차 산업혁명과 교육의 미래 -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ICT 교육

사토 마나부 (지은이), 손우정 (옮긴이), 교육과실천(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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