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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양주 할머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양주 할머니.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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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저녁 마산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양주 할머니의 빈소에서 열린 추모식.
 3일 저녁 마산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양주 할머니의 빈소에서 열린 추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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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밟힌 풀이지만 힘껏 꽃을 피웠다. 억울한 삶이었지만, 하늘은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 역사의 올바른 선택을 내려다보며 김양주 할머니의 상처가 아물기를 기원한다."

3일 저녁 창원 마산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양주 할머니 추모식'이 열렸다. 김 할머니는 1일 저녁 98세의 일기로 별세했고 '고 김양주 할머니 시민사회장 장례위원회'가 추모식을 연 것이다.

고인은 1924년 전북 진안에서 태어났고, 부모 이혼 뒤 어머니와 함께 마산으로 이주해 살아왔다. 고인은 나이 열일곱 살 되던 1940년 가을, 일본순사에게 끌려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당했다.

고인은 반항하다가 매를 맞아 오른쪽 귀 고막을 다쳐 청력을 잃기도 했다. 해방되기 전 할머니는 도중에 도망쳐 만주에서 조선인 집에 숨어 지내다가 해방을 맞았다.

할머니는 귀국 이후 아기보기, 청소, 식모살이, 날품팔이, 장사 등을 하면서 살았고, 2005년 정부에 피해자로 등록했다. 고인은 창원마산에 살면서도 종종 '수요시위'에 참석하기도 했다.

김양주 할머니는 작은 언니가 결혼해 개성에 살았는데 빨리 통일이 되어 언니를 만나고 싶다고 했지만, 결국 바람을 이루지 못하고 말았다.

"할머니를 떠올리면 가슴이 아프다"

추모식은 '묵상'하면서 시작되었고, 윤소영 경남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추모사가 이어졌다.

이경희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 대표는 "김양주 할머니는 가정폭력의 피해자이셨고 어머니께서 두 딸을 데리고 다른 지역에 사시다가 마산에 오셨다. 김 할머니는 태어나서 오랜 시절부터 폭력에 시달리고 성차별에 시달렸다. 가부장적 사회에 가장 억압박고 피해를 받은 분이다"고 했다.

이 대표는 "할머니는 중국으로 가셔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셨다. 떳떳하게 말할 수 없는 아픔을 평생 안고 사셨다. 그 아픔이 본인의 잘못이 아니었다. 할머니를 떠올리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송도자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통영거제시민모임 대표는 추모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가장 많이 난 지역이 경남이다. 할머니들의 가슴에 켜켜이 박혀 있는 고통을 완전히 드러낼 수 있도록 우리가 더 많은 노력을 했어야 하지 않았느냐 하는 생각이 든다. 할머니들을 보낼 때마다 그런 심정이다"고 했다.

송 대표는 "한 분 한 분의 할머니들이 돌아가실 때마다 저들의 목소리는 더 커질 것이다. 피해 생존자가 우리 곁에 살아 계신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인지 모른다. 240명의 피해여성들은 이구동성으로 '끌려간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그 말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고 했다.

송도자 대표는 "한국과 일본의 우익세력은 할머니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알까"라며 "할머니의 소원인 일본의 법적 책임을 묻고, 자라나는 세대한테 다시는 전쟁 성폭력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고 했다.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은 추모사를 통해 "3년 전인 2019년 5월 3일, 할머니 뵈러 왔던 기억이 난다. 당시 재활 치료를 받고 계셨다"며 "지금도 사실을 왜곡하고 할머니들을 모욕하는 일이 벌어져 죄송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할머니를 기억하고, 할머니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고 했다.

한 사무총장은 "할머니께서 아픔을 용기 있게 꺼내 주셔서 우리가 나설 수 있게 됐다"며 "여성 인권과 평화의 가치가 무너질 수 없는 힘이 되어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고 했다.

박혜정 경남여성연대 대표는 추모사를 통해 "김양주 할머니는 피해자로 살아서 돌아오신 것만으로도 가슴 벅차게 고마운 일인데, 내가 피해자임을 용기 내어 밝히시고 수요시위에 참여하시던 활동가로도 살아오셨다"고 했다.

이어 "역사의 산 증인으로 미래세대에게 알리고픈 메시지를 전하시고 전세계 곳곳에서 전쟁으로 시끌시끌하고 하면 아직도 분단된 채 살고 있는 나라이기에 행여 또 다른 피해자가 없기를 바라는 할머니의 마음을 생각한다"며 "할머니는 마음과 더불어 행동하는 실천가셨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할머니들은 한 분 한 분 저희 곁을 떠나시고 남겨진 우리는 할머니의 아픔을 공감하며 활동하던 일들을 떠올리며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아직 아무 것도 해결하지 못한 채 그분들이 내민 손, 내민 품 다 채워드리지 못하고 떠나보내야 함이 애통하고 안타깝다"고 했다.

박 대표는 "역사의 증인으로 사신 시간만큼 우리도 증인으로 살고, 정의를 외친 시간만큼 우리도 정의를 외치겠다. 무엇이 그리 두려운지, 무엇이 그리 필요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역사를 왜곡하고 부정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내주지 않겠다"며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할머니의 빈 자리를 채우려고 여기 모였다"고 했다.

이어 "할머니에게 일어난 그 일이 있었던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할머니에게 행한 범죄가 잘못임을 인정하고 사죄하고 배상하는 그날까지 더 나아가 평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다짐받는 그날까지 여기 모인 우리가 함께 하겠다"고 덧붙였다.

심진실 경남대 페미니즘 동아리 '행페' 운영위원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배상도 되지 않았다. 일본정부는 만행을 용서하고 사과를 구해야 한다"며 "어느 것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내 일이 아니라고 무관심한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아들 홍종수씨는 유족 인사를 통해 "저 혼자 할 수 없는 일을 여러분들이 많이 도와주셨다. 감사하다. 가슴이 벅차서 말을 못하겠다"고 인사했다.

김산, 이경민 가수가 '추모곡'을 불렀다. 추모식에는 김영만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고문, 정동화 전 창원진보연합 대표, 황철하 6‧15경남본부 대표 등 여러 인사들이 함께 했다.

빈소에는 문재인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선거 당선인, 박병석 국회의장, 김부겸 국무총리 등이 보낸 조화가 놓여 있다. 이날 저녁 국민의힘 박완수 경남도지사선거 예비후보와 진보당 석영철 창원시의원선거 예비후보 등이 조문했다.

김양주 할머니 장례식은 4일 오전 열리고, 창원시립상복공원에서 화장해 봉안된다.
 
3일 저녁 마산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양주 할머니의 빈소.
 3일 저녁 마산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양주 할머니의 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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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저녁 마산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양주 할머니의 빈소에서 열린 추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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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수 경남도지사선거 예비후보가 3일 저녁 마산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양주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나오고 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선거 예비후보가 3일 저녁 마산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양주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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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영철 창원시의원선거 예비후보가 3일 저녁 마산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양주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석영철 창원시의원선거 예비후보가 3일 저녁 마산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김양주 할머니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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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일본군 위안부, #김양주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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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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