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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산 정상 부근에는 민족의 성지로 알려진 참성단이 있다. 참성단은 상방하원의 형태로 고려~조선시대에 국가에서 제사를 거행하였던 곳이다.
▲ 마니산 정상과 참성단 마니산 정상 부근에는 민족의 성지로 알려진 참성단이 있다. 참성단은 상방하원의 형태로 고려~조선시대에 국가에서 제사를 거행하였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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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국토의 70% 이상이 산지로 구성되어 있어 둘레길을 걷거나 등산을 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진면목을 절반도 살펴보지 않은 셈이다. 각 고장마다 명산 하나씩은 꼭 존재하고 산마다 저마다의 이야기와 사연들이 녹아들어 있다.

하지만 도시 전체를 둘러보는 일정 속에서 등산을 하려면 누구나 큰 결심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산은 올라가는 데 거진 반나절은 잡아야 하고 등산을 하다 보면 내가 무엇을 위해 오르는지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화 땅에 와서 마니산을 오르지 않는다면 이 고장에 대해 절반도 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 생각된다. 비록 마니산은 472m으로 높진 않지만 강화도에서 가장 으뜸이다. 그 정상에 오르면 막힌 것 없이 확 트인 시원한 경치는 물론이고 머지않은 곳에 민족의 얼이 담긴 참성단이 자리해 있다. 그래서 마니산은 낮은 높이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100대 명산 중 하나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동서로 길게 뻗은 마니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서쪽 화도면사무소 근처에 있는 마니산 국민관광지를 거쳐가는 코스와 동쪽 함허동천 야영장에서 암릉을 따라 올라가는 길이 있다. 마니산은 우리나라 산 중에 으뜸이라 하여 '마리산'이라 부르기도 하고 두악산, 마루산 등 다양한 명칭으로 일컬어졌다.

사실 마니산이 있는 화도면 지역은 강화도 본섬과 떨어진 고가도라는 섬이었다. 고려시대부터 줄곧 이어졌던 간척사업 덕분에 1706년 조선 숙종 때 와서 본섬과 한 몸이 되었다. 그 흔적은 길상면에서 화도면으로 넘어가는 길 중간에 있는 거대한 수로에서 찾아볼 수 있다. 본래는 바다의 일부분이던 이 수로는 강화 땅 전체를 기름지게 만드는 대동맥이 되어 풍요로운 고장으로 만드는 데 일조한다.

필자는 비교적 편한 마니산 국민 관광지 코스를 거쳐 정상으로 향하기로 했다. 매표소를 지나 암도를 조금 오르다 보면 길이 계단로와 단군로 두 갈래로 나뉘는데 계단로는 말 그대로 계단을 따라 정상까지 치고 올라오는 길이고 단군로는 참성단에서 능선을 따라가는 길이다.      

막힘이 없는 드라마틱한 경치 
 
강화에서 가장 높은 산인 마니산에 오르면 탁트힌 경치를 바라 볼 수 있다.
▲ 참성단에서 바라본 강화앞바다. 강화에서 가장 높은 산인 마니산에 오르면 탁트힌 경치를 바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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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조언에 따라 계단로를 타고 정상으로 오르기로 한다. 마니산은 높이가 비교적 낮지만 해발 0m에서부터 시작되는 곳이라 난이도가 생각보다 만만치는 않다. 하지만 산 중턱부터 주위에 높은 건물이나 산이 없어 막힌 것 없이 확 트인 경치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북쪽으론 진강산, 혈구산, 고려산을 거쳐 멀리 개성의 송악산까지 아우르고 서쪽으론 석모도, 교동도, 주문도, 볼음도 등 강화의 부속섬까지 한눈에 살필 수 있다. 경치로 치면 웬만한 1000m급 산들은 저리 갈 정도다. 1시간가량을 끊임없는 계단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마침내 그 유명한 참성단에 도달하게 된다.     

현재는 행사 때만 참성단을 개방하고 있어 철조망에 갇힌 그 모습을 제대로 보긴 힘들지만 건너편 마니산 정상에서 그 자태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전국체전 등 국가적인 행사가 있을 때마다 이곳에서 성화를 점화한다. 이 덕분에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참성단의 기원은 고조선의 단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선조들은 매년 봄, 가을마다 마니산에 올라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 기록으로 따지면, 고려말 조선 초에 재상을 지낸 권근의 <양촌집>에 잘 나타나 있다. 사실 참성단이 지금과 같은 명성을 가지게 된 것은 단군의 관심이 높아진 조선 후기부터다. 일제강점기 시기, 단군을 숭배하는 대종교가 생기고 난 후, 이곳은 민족의 성지로 주목받아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곳의 엄청난 명성에도 불구하고 마니산 정상까지 오르는 사람들의 눈길은 참성단 대신 끝없이 펼쳐진 넓은 바다와 섬들을 향해있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한 비행기들이 주변 섬들을 활강한 뒤 저마다 목적지를 따라 떠나고 있었다. 등산객들은 저마다 챙겨 온 찬합을 먹으며 모처럼 시원한 경치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들을 향해 한 무리의 고양이가 다가오기 시작한다. 길고양이긴 하지만 등산객들의 꾸준한 사랑과 보살핌을 받아서인지 몸에서 윤기가 가득하고 사람들을 딱히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마니산은 현재 고양이의 성지로 유명해졌다.     
 
강화학파의 거두이자 암행어사로 이름을 날렸던 이건창의 생가가 마니산 자락에 있다.
▲ 이건창생가 강화학파의 거두이자 암행어사로 이름을 날렸던 이건창의 생가가 마니산 자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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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마니산의 초입으로 돌아와 이번엔 그 주변을 돌아보기로 하자. 마니산의 동쪽 함허동천으로 가는 길에는 마치 주차 고깔처럼 끝이 뾰족한 모양의 초피산이 자리해 있다. 높이는 마니산의 절반이지만 매서운 모습만큼 등반 난이도가 만만치 않기로 유명하다.

초피산으로 올라가는 초입에 너른 터가 갖춰져 있는 초가집이 눈에 띄는데 바로 이곳이 이건창 생가라 불리는 곳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분은 조선시대 역사상 최연소로 과거에 급제했던 기록을 가지고 있고 대쪽 같은 암행어사로 명성이 높았다. 그의 집안 대대로 후에 언급할 강화학파의 거두였던 만큼, 그 역시 강화에서 생을 보내며 학풍을 일으켰다.

마니산 중턱에 자리잡은 작은 절, 정수사 
 
정수사의 대웅보전은 다른 법당과 달리 툇마루가 존재한다.
▲ 툇마루가 있는 정수사 정수사의 대웅보전은 다른 법당과 달리 툇마루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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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강화학파에 대해선 다음에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고, 함허동천을 지나 마니산의 고찰 정수사로 올라가 보기로 한다. 마니산 중턱에 자리 잡은 조그마한 절 정수사는 전등사, 보문사처럼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곳은 아니지만 역사가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유서 깊은 고찰이다.

분위기도 정갈하고 고즈넉한 풍경을 간직한 정수사엔 다른 사찰에서 보기 드문 양식의 건물이 존재한다. 일명 '정수 법당'이라 부르기도 했던 대웅보전이 바로 그곳이다. 조선 초기 중창했다고 전해지는 맞배지붕 양식의 이 건물은 불교 법당에서 보기 드문 툇마루가 있다. 양반집에서나 볼 만한 툇마루는 엄숙한 분위기보단 누구나 친근하게 걸터앉아 한가하게 바람을 쐬고 싶단 생각을 절로 들게 만든다.     
 
정수사 대웅보전의 명물 중 하나가 문창살마다 새겨진 꽃창살이다. 4개의 문마다 다른 무늬의 꽃과 꽃병이 조각되어 있어 더욱 화사한 느낌을 준다.
 정수사 대웅보전의 명물 중 하나가 문창살마다 새겨진 꽃창살이다. 4개의 문마다 다른 무늬의 꽃과 꽃병이 조각되어 있어 더욱 화사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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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당이 유명한 이유는 툇마루 말고 하나 더 있다. 창살에 세겨진 꽃창살 연꽃무늬가 바로 그것이다. 꽃병에서 소담스러운 꽃들이 탐스럽게 주렁주렁 열린 듯한 모습이 건물의 화려함을 더해준다. 4개의 창살마다 꽃병 문양이 모두 다르고 디테일이 돋보인다. 조선 초 함허 대사가 수도했다고 전해지는 정수사, 마니산을 찾으면 함께 둘러봐야 할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덧붙이는 글 | 우리가 모르는 경기도 1권(경기별곡 1편)이 전국 온라인, 오프라인 서점에 절찬리 판매 중 입니다. 경기도 각 도시의 여행, 문화, 역사 이야기를 알차게 담았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2권은 5월 중순 출판 예정입니다.역사, 여행주제 강연, 기고 문의 ugz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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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학 전문 여행작가 운민입니다. 현재 각종 여행 유명팟케스트와 한국관광공사 등 언론매체에 글을 기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경기도 : 경기별곡 1편> <멀고도 가까운 경기도 : 경기별곡2편>, 경기별곡 3편 저자. kbs, mbc, ebs 등 출연 강연, 기고 연락 ugzm@naver.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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