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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 벨레모 글, 안드레아 안티노리 그림, 김지우 옮김 <단정한 마을의 단정한 시쿠리니 씨>
 크리스티나 벨레모 글, 안드레아 안티노리 그림, 김지우 옮김 <단정한 마을의 단정한 시쿠리니 씨>
ⓒ 화성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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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세무서에 사업자등록을 하러 갔다가 매우 당황했던 적이 있었다. 아이들을 가르치지만 과외도 아니고 학원도 아니며, 디자인교육부터 전시 기획, 출판 기획까지 여러 가지 잡다한 일을 하니 적당한 사업 카테고리가 없었다. 어디에도 맞지 않아 문서작성업 같은 '황당한' 사업군으로 사업자등록을 해버렸다.

<단정한 마을의 단정한 시쿠리니 씨>에 등장하는 마을은 사실 단정하지 않다. 지붕의 모양과 색깔은 제멋대로이고, 벽에는 자유분방한 무늬가 그려져 있으며 테두리도 없었다. 이런 마을이 단정할 리가!

이 마을에 사는 마을 주민이라면 등기소에 등록해야 한다. 등록하지 않으면 이들은 '있어도 없는 사람'이 되어 존재감 없이 그림자로 남는다. 시쿠리니씨는 그림자로 줄 서 있는 사람들에게 온갖 까다로운 질문을 해대며 깐깐하게 굴다가 고심해서 등록증을 발급해 준다.

바닥청소부, 오븐에 감자 굽는 사람, 고슴도치 지킴이, 샤워할 때 노래 부르는 가수 등 이 등록증의 직업들은 우리로 하여금 등록증의 존재에 의문을 던진다.

시쿠리니씨의 꼼꼼한 등록증 부여 임무를 송두리째 흔들어 버리는 존재가 나타난다. 아이들이다. 병뚜껑을 수집하고 사촌이 열두 명 있고 목이 아프고 발음을 고쳐 주는 아이들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게다가 이 아이들은 다음 날이 되면 또 다른 행동과 특징으로 스스로 다른 정의를 붙인다. 아이들의 '정의할 수 없는 자유로움'은 시쿠리니씨에게 엄청난 두통거리로 작용하고, 결국 시쿠리니씨는 직업을 바꾼다.

책을 덮고 다시 들여다보니 표지에 그려진 아이들은 하나도 닮은 데가 없다. 

노란 우비를 입고, 얼굴이 파랗고 부메랑을 들며, 달걀에 다리가 달렸고 긴 빨강머리를 갖고 있다. 물고기 얼굴에 장화를 신은 아이도 있다.

우리는 그렇게 모두 다르다. 이렇게 다르다는 것이 재미있고 유쾌하다.

*이 책 <단정한 마을의 단정한 시쿠리니 씨>는 소다미술관 '질문하는 그림들' 전시(2022. 5. 7 전시오픈)에 오이책방 추천도서로 전시된다. 

글/ 동탄그물코 오이책방지기 김진경
주소: 경기도 화성시 동탄중심상가2길 8 로하스애비뉴 205호
전화: 031-8015-2205
운영: 월~금 오전 11시~오후 6시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단정한 마을의 단정한 시쿠리니 씨

크리스티나 벨레모 (지은이), 안드레아 안티노리 (그림), 김지우 (옮긴이), 단추(2021)


태그:#서평, #책, #단정한 마을의 단정한 시쿠리니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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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 주변에 피는 꽃, 화성시민신문 http://www.hspublic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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