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부동산 정책 전문가이자 토지정의 운동가인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금융부동산학과 전강수 교수가 경제정의와 부동산 문제에 관해 정론을 피력하고 그때그때 부각하는 경제 이슈를 해설하는 '전강수의 경세제민'을 연재합니다. '경세제민'은 세상을 잘 경영해 국민을 편안히 한다는 뜻으로 썼으며 이 말을 줄인 것이 '경제'이기도 합니다. 필자는 대한민국이 해방 후 농지개혁으로 잠시 실현했던 '평등지권 사회'를 회복하기를 꿈꿉니다.[편집자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우여곡절 끝에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됐다. 당 대표를 지낸 사람이 컷오프까지 당했다가 살아났으니 지옥과 천국을 오간 셈이다. 극적인 '부활'을 경험하기는 했으나 송 후보가 본선에서 오세훈 현 시장을 이길 수 있을지는 점치기 어렵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재 송영길 후보는 오세훈 시장에게 15%p 내지 20%p 이상 뒤지고 있다고 한다(하단 참조). 물론 송 후보는 2010년 인천시장 선거에서 15%p 지다가 2주 후에 8%p를 이겼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이번에도 이길 수 있다고 장담하지만 말이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6.1 지방선거 서울시장 경선 후보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시 자영업자 임대료 부담과 이자부담을 절감할 수 있는 '누구나상가보증시스템' 정책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6.1 지방선거 서울시장 경선 후보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시 자영업자 임대료 부담과 이자부담을 절감할 수 있는 "누구나상가보증시스템" 정책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어색하기 짝이 없는 송영길 후보의 부동산 공약

필자는 오래전부터 민주당을 지지해 왔으니 송영길 후보의 자신 있는 태도를 반가워해야 마땅하지만, 그가 내세우는 부동산 공약을 보고는 성원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송 후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자기가 당 대표를 빨리 했다면 부동산이 망하지 않았을 거라는 식으로 말하는가 하면, 172석의 원내 1당을 이끈 노하우로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한 법 개정 합의를 이뤄낼 수 있다고 자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도대체 어떤 '비책'을 가지고 있기에 이런 말을 하는지 살펴봤다. 송영길 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세 가지를 중심으로 한다. 첫째는 부동산 과세 완화, 둘째는 용적률 상향과 재건축 규제 완화를 중심으로 한 주택 공급확대, 셋째는 '누구나 집' 프로젝트이다. 이 칼럼과 다음 칼럼에서 세 가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평하겠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송영길 후보의 공약이 이명박 정권의 부동산 정책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정권이 추진했던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무력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생각해보라. 송 후보의 공약과 판박이 아닌가.

그러고 보니 송영길 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과도 결이 같다. 부동산 정책에서 이명박 정부와 새 정부가 비슷한 길을 걷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송영길이 그 길을 걷겠다니 어색하기 짝이 없다.

득표에 도움 안 될 부동산 과세 완화

송영길 후보는 자신이 당 대표 시절에 종부세와 양도세를 완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이 진 것은 부동산 세금 때문이었다는 진단도 덧붙인다. 그러면서 1주택자의 종부세를 사실상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1번으로 내세운다. 오세훈 시장과는 달리 전체 종부세를 폐지하겠다고 하지 않았으니 좀 낫다고 해야 할까. 

정책 내용을 평가하기 이전에 이 공약이 과연 득표에 도움이 되는지부터 따져 보기로 하자. 송영길 후보는 서울에 종부세 대상자가 많은 만큼 1주택자의 종부세를 없애주면 그들의 표를 얻을 수 있다고 계산한 듯하다. 그런데 무주택자들이 이 공약을 어떻게 여길지 생각해봤는지 모르겠다. 무주택자들은 종부세 폐지를 부자 감세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이명박 정부 당시 '강부자 내각', 부자 감세와 같은 말들이 인구에 회자했던 사실을 기억해 보라. 종부세 대상자인 1주택자의 지지와 무주택자의 반대 중 어느 쪽 영향력이 더 클까.

게다가 현재 종부세 대상자인 1주택자가 송영길 후보의 공약을 보고 그에게로 마음을 돌릴까. 더 확실한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가 따로 있는데 왜 그렇게 하겠는가. 진보든 보수든 어정쩡한 공약은 선명한 노선을 이길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서울이코노믹포럼'에서 인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서울이코노믹포럼"에서 인사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관련사진보기

 
종부세와 양도세는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장치

현행 종부세와 양도소득세는 결함이 있기는 하지만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대표적인 정책 수단이다. 두 세금이 없이 부동산 투기 근절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1주택자 종부세를 폐지하겠다며 전체 체계의 한쪽을 허물려는 송영길 후보를 곱게 보기는 어렵다. 물론 문재인 정부의 정책 오류는 엄청나다. 하지만 그것은 부동산 과세를 강화해서가 아니라 시기를 놓친 데서 찾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내 부동산 투기가 기승을 부린 데는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장치가 미흡했다는 사정이 크게 작용했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려면 부동산 과세를 강화하는 방법밖에 없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2020년경까지 이 장치를 마련하는 데 소홀했다. 급기야 2020년 7월경부터 부동산 과세 강화에 나섰지만 이미 부동산값은 오를 대로 오른 뒤였다. 4.7 보궐선거와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것은 부동산 세금 때문이 아니라 부동산값 폭등 때문이었다. 

작년에 종부세가 고지된 다음 형평성 시비가 일기는 했지만, 이는 갑작스레 강화된 부동산 세금에 무리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굳이 부동산 세금에 책임을 돌리자면, 불로소득 환수와 시장 안정을 위한 과세 강화 그 자체가 아니라 이미 부동산값을 폭등시킨 다음에 세금까지 올린 정책 무능을 거론해야 할 것이다. 바둑으로 따지면 착점이 아니라 수순이 문제였던 셈이다.

주택 수 기준의 차등 과세가 초래한 부작용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려면,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해야만 한다. 양도세도 부동산 불로소득을 상시 환수하는 장치로 정착시켜야 한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가액 기준으로 과세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보유세든, 양도세든 금액 기준으로 일률과세하면 형평성 시비가 일어날 여지가 없고, 자원 배분의 왜곡도 최소화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역대 정부는 가액 기준 외에 주택 수와 보유자의 나이, 그리고 보유 기간 등을 기준으로 차등 과세하는 방법을 자주 활용해 왔다. 

이는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문 정부는 출범 후 내내 보유세 강화를 미적대다가 2020년 7.10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의 다주택자와 법인을 중심으로 종부세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이 대책은 어떻게 해서든 부동산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소산이었지만 지역과 주택 수, 그리고 소유자의 성격(개인이냐 법인이냐)에 따라 과세 방식을 달리하는 차등 과세를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 여기에는 '1주택자는 실수요자, 다주택자와 법인은 투기꾼'이라는 프레임이 강하게 작용했다. 

2021년 11월 종부세 고지 후 언론에는 주택 보유가액이 같은데도 한 채 가진 사람과 두 채 가진 사람의 종부세액에 큰 차이가 발생한다든지, 이사 가려고 새집을 샀는데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서 일시적 2주택자가 된 장기보유 고령자에게 '살인적인' 종부세가 부과됐다든지, 법인으로 등록했다는 이유로 협동조합 주택이나 공동체 주택에 감당키 어려운 종부세가 고지됐다든지 하는 사례가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이는 모두 주택 수 기준의 차등 과세가 초래한 부작용이었다. 

부동산 세금을 주택 수에 따라 차등 과세하면 형평성 시비가 일어날 수밖에 없고 자원 배분도 왜곡된다. 20억 원짜리 주택을 가진 사람에게는 과세하지 않으면서 10억 원짜리 주택을 두 채 가진 사람에게 과세한다면 바로 형평성 시비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물론 실거주 1주택자를 우대할 필요가 있다는 반론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런데 이미 현행 종부세법에 그들을 우대하는 조항이 들어 있다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장기 보유자나 고령자의 경우 더 많이 우대한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주변 아파트 단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주변 아파트 단지.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주택 수에 따른 차등 과세는 자원 배분의 왜곡을 초래한다. 투기 행위가 주택 수를 늘리는 형태가 아니라 똘똘한 한 채로 집중하는 형태로 행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주택 서비스의 과소비라고 볼 수도 있다. 사회적 수요가 많은 중소형주택에 자원이 배분되지 않고 고가 대형주택 위주로 자원 배분이 이루어지는 만큼 효율성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가액 기준이 아닌 주택 수 기준의 부동산 과세가 가진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송영길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망했다고 비난하면서도 주택 수 기준의 차등 과세 원칙은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사실 종부세는 보유가액 한 가지를 기준으로 누진 과세하는 경우 장점이 많은 세금이다. 노무현 정부가 도입한 원래의 종부세가 바로 그랬다. 주택에 한정하자면, 1세대가 전국에 걸쳐 보유하는 주택의 가액을 모두 합산하고 일정 금액(공시가격 6억 원)을 공제한 후 남은 금액의 일정 비율에 대해 누진세율을 적용했다. 소유자의 형편에 따라 과세방식을 달리하는 차등 과세는 배제되었다. 이처럼 부동산 보유세를 보유가액 기준으로 일률과세하면 형평성 시비가 일어날 여지가 없고, 자원 배분의 왜곡도 최소화한다. 누진과세이므로 투기를 억제하고 불평등을 완화하는 효과도 확실하다. 한마디로 애초의 종부세는 좋은 세금이었다. 

더 나쁜 길 선택한 송영길 후보

주택 수 기준의 차등 과세 때문에 발생한 억울한 사례를 해소하면 될 일을, 1주택자 종부세를 폐지하여 차등 과세를 더 강화하겠다고 하니 송영길 후보는 문재인 정부보다 더 나쁜 길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각도에서는 부자감세를 지향해 온 국민의힘을 어정쩡하게 뒤따라간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전통을 잇는 개혁정당이다. 두 대통령의 공약과 정책에서 경제개혁은 빼놓을 수 없는 핵심 과제였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부동산 보유세 강화로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고자 함으로써 개혁적 정체성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이 정당의 대표를 지냈다는 사실을 자랑하는 송영길 후보가 어째서 자기 정당의 정체성을 무참히 짓밟는 공약을 아무렇지 않게 내세우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지난 대선 기간에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주요 인사들이 '부동산 과세를 강화하면 선거는 필패'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떠든다는 소문을 이곳저곳에서 전해 들었다. 이재명 후보의 국토보유세 공약이 후퇴한 데도 그들의 영향력이 작용했던 것으로 짐작한다.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의 부동산 공약을 보고 나니, 여기에 혹시 당 대표의 입김이 작용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17일 서울 마포구 홍대 상상마당 광장에서 6.1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4.17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17일 서울 마포구 홍대 상상마당 광장에서 6.1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4.17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국민의 애국심을 믿어라

국민의 마음속에는 이기심도 있고 이타심도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인은 이익을 약속함으로써 표를 얻을 수도 있지만, 국가의 장래를 올바로 제시해 애국심과 정의감을 자극함으로써 표를 얻을 수도 있다. 아마도 두 가지 방법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개혁정당의 후보라면 국민의 이기심과 이타심 사이에 황금길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려고 고민하는 것이 마땅하다.

김대중 대통령이 그랬고 노무현 대통령이 그랬다.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 감각을 가지라'고 한 김대중 대통령의 말과,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고 한 노무현 대통령의 말을 기억해 보라. 앞서 서울시장을 지낸 박원순도 마찬가지였다(박원순 시장은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해 부동산 공유기금을 만들자는 파격적인 주장까지 내놓은 바 있다). 

그런데 송영길 후보에게는 그런 고민이 엿보이지 않는다. 필자가 이렇게 권면하더라도 선거 베테랑을 자처하는 송 후보가 들을 것 같지 않다. 그렇지만 듣든 안 듣든 외치는 것이 지식인의 역할이라고 믿으며 필자가 존경하는 헨리 조지의 명언을 들려주고 글을 맺을까 한다. 송 후보는 부디 국민의 이기심에 기대어 표를 얻으려고 하기보다는 애국심과 정의감에 기대어 승리하는 길을 찾으시라. 
 
인간 행동의 근본 동기를 이기심이라고 보는 철학은 단견이다. 이러한 철학은 이 세상에 가득 찬 여러 사실을 외면한다. 이 철학은 현재도 모르고 과거의 역사도 읽어 보지 않은 사람의 견해이다. 사람을 움직이려면 무엇에 호소하는가? 돈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애국심에 호소한다. 이기심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심에 호소한다. 이기심은 강력하며 매우 큰 결과를 낳을 수 있기는 하지만, 비유하자면 기계적인 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에는 화학적인 힘과 같이 녹이고 융합하고 감싸면서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무엇이 있다. "인간은 목숨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바친다"고 할 때는 사익을 말한다. 그러나 인간은 차원 높은 동기에 충실하기 위해 목숨까지도 바칠 수 있다.
- <진보와 빈곤>, 465~466쪽

덧붙이는 글 | *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서울 등 6개 지역 만 18세 이상 남녀 각각 800명을 대상으로 4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이틀간 전화면접조사를 진행한 결과,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49.9%,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후보 26.9%로 나타났다. 또,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4월 22∼23일 서울시 거주 18세 이상 남녀 1천5명에게 서울시장 후보로 누구를 더 지지하냐고 물은 결과 오세훈 49.7%, 송영길 36.9%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댓글1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 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위원장,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는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